연속증류기, 제조 시설, 숙성고까지 츠누키 증류소를 눈으로 충분히 즐겼다면, 마지막으로 입과 코가 즐거워질 차례야.
일본 느낌 물씬 나는 이 곳의 이름은 寶常(호조). 1933년에 영빈관으로 건축된 전통 일본 가옥이야.
이곳은 츠누키 증류소의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이자, 혼보 주조의 술을 시음해 볼 수 있는 바이기도 해.
바로 자리 잡고 앉았어. 손님은 우리밖에 없어서 엄청 조용하고, 덕분에 제일 큰 테이블을 시음이 끝날 때 까지 둘이서만 쓰는 호사를 누렸음.
이 날은 중년의 남성 직원 분이랑 젊은 여성 직원 분 둘이서 맞이해 주셨어.
아버지는 오늘도 오스스메....
언제나 요청사항은 '가리는 건 없으나 버번캐, 피트, 그리고 버번캐피트 좋아함'
왼쪽부터 고마가타케 스페셜 셀렉트, 츠누키 미나미사츠마 아트콜렉션 #2, 츠누키 2022.
바로 리뷰해볼게.
고마가타케 스페셜 셀렉트 50%
이 친구는 비교적 알려진 미나미사츠마나 츠누키 시리즈들에 비하면 사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야. 나도 증류소 가서 처음봤음.
이 보틀 라벨을 보면 흐릿하게 골프 스윙 자세의 사람의 실루엣이 보이는데, 이 사람이 혼보 주조의 앰버서더 프로골퍼 후지타 히로유키야.
직원분피셜 이 위스키는 후지타 히로유키가 직접 셀렉팅에 참여한 위스키라고 하더라고. 따로 소매점 같은 곳에는 거의 안 풀 예정이라고 들었음.
N - 레몬, 꿀, 약간의 벚꽃
P - 레몬, 아카시아꿀, 살짝 덜 익은 복숭아.
코마가타케/신슈에서 나오는 스피릿들은 전반적으로 츠누키에 비해서 좀 가볍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
츠누키 애들은 좀 무겁고 진한 밤꿀의 느낌이라면 코마가타케쪽은 아카시아에 가까운 것 같아.
아버지는 가볍고 화사한 캐릭터를 꽤나 좋아하셔서 얘가 마음에 드신다고 하셨어.
츠누키 미나미사츠마 #2 53%
지방 기부 답례품으로 나온 보틀. 개인적으로 병 라벨이 엄청 마음에 들어서 샵에 하나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음.
N - 밤꿀, 다크초코, 보리 볶은 냄새, 오렌지 껍질
P - 다크초코와 진한 보리차스러운 첫인상. 꿀이 이어서 느껴지고 약간의 바나나와 오렌지가 느껴짐.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경험으로 얻은 지식은 증류소간 스피릿의 차이 인 것 같아.
지금까지는 사실 스피릿이 위스키에 크게 영향이 있나 싶었음. 그런데 마셔보니까 스피릿으로 인한 캐릭터 차이가 확실히 있더라고.
현재까지 마셔본 일본 위스키 중에서는 캐릭터 선호도가 카노스케>츠누키=신도>코마가타케 정도인 것 같아.
스카치는 더 정진해봐야겠네... 아니면 돈을 열심히 벌어서 스코틀랜드를....
츠누키 2022 50%
N - 밤꿀, 스모키, 군고구마, 피트, 바닐라, 오렌지 껍질.
P - 진한 꿀, 고구마말랭이, 살구, 스모키, 피트, 피니시에서 약간의 오렌지껍질 같은 쌉싸름함.
스모키는 강한데 피트는 별로 강하지 않음. 꿀+스모키+묵직한 스피릿의 느낌 때문인지 군고구마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음. 상당히 마음에 든 보틀.
나는 우선은 그냥 궁금했던 위스키부터 시켰음.
왼쪽부터 마르스 몰트 갤러리 미즈나라펀천, 츠누키 로컬발리, 마르스 르 파피용 우메슈 캐스크.
사실 27년 고숙성 싱캐 한잔 먹어보려고 했는데 위톡 이후에 방문객들이 몰려서 다 털렸다고 하더라...
따흐흑....
마르스 몰트 갤러리 호조 셀렉션 미즈나라펀천
개인적으로 이거 엄청 기대했음. 미즈나라 캐스크 위스키에서 나오는 특유의 핵과류스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그걸 엄청 좋아함.
진열장에 있는 걸 보고 바로 마셔봐야겠다 싶었음.
N - 꿀, 복숭아, 바닐라, 약간 아이스크림 뽕따같은 위앙스, 허니듀.
P - 잘 익은 복숭아, 약간 코코넛?, 꿀, 허니듀, 스파이스.
이거 진짜 사고 싶었는데 없더라....
싱캐 팔아줘... 700미리 팔아줘....
츠누키 로컬발리 55%
츠누키 7주년 기념으로 나왔다고 들었음.
N - 꿀, 바닐라, 시트러스, 몰트
P - 꿀, 바닐라, 바나나, 레몬, 약간의 오렌지, 몰트.
꽤 맛있는데 미즈나라 펀천이 임팩트가 더 커서 그런가 뭔가 무난무난했음.
마르스 르 파피용 우메슈 캐스크
N - 청사과, 레몬, 꿀, 바닐라, 끝에 약간의 매실
P - 달달한 편. 청사과, 바닐라, 레몬. 피니시에서 매실의 느낌이 천천히 올라옴.
상당히 매력적이다. 마시고 한번 숨을 내쉴때 비로소 완성되는 위스키.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위스키.... 낭만 치사량이여....
마침 사람도 얼마 없겠다, 남자 직원 분도 오셔서 같이 대화했음. 오늘 다음 시간까지 투어를 예약한 사람도 없다 하더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텐진미나미 숙소에 두고 온 남은 화요 한 병도 들고 올 걸... (싱글벙글 화요전도사)
전체적으로 요 쪽 종사하시는 바텐더/증류소 직원 분들이랑 대화 해봤을 때, 다들 한국 위스키에 대해 먼저 물어보시더라고.
위스키톡 때 한국에서 어디 회사가 갔었나...? 난 모르겠네....
다음에 갈 때는 국산 위스키도 좀 마셔보고 가봐야겠네. 기원 배치2 cs는 진짜 내 취향 아니었긴 한데 요새 평 보면 괜찮기도 하고...
그렇게 대화를 좀 나누다가, 갑자기 술 잘 먹냐고 물어보시더라고.
나야 뭐 돈만 있으면 밥 대신에도 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 호쾌하게 웃으시더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일어나셔서 가져오신 게 바로 이것 되시겠다.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서비스데스'
혼또니....아리가또...!
몰트갤러리 쉐리혹스헤드
N -건포도 느낌 강함, 너티, 스모키, 피트
P - 꿀, 건포도, 바닐라, 스모키, 말린 베리 믹스
내가 좋아하는 베리 느낌 강한 달콤한 쉐리피트.
넘모 마싯써... 이건 또 왜 안 팔아.... 700미리로 팔아줘....
그리고 내가 즐기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다시 일어나셨음.
이번엔 아버지 쪽으로 돌아오시더니
'버번피트 스키닷토 키키마시타'
'서비스데스'
땡큐...! 땡큐...!
츠누키 야마가타야 셀렉트
N - 레몬, 꿀, 바닐라, 피트
P - 꿀이 엄청 강함, 몰트, 너티함도 살짝, 레몬, 피트(약함)
츠누키 스피릿스러운 무게감있는 꿀과 적절한 레몬향의 조화. 마싯써....
바로 세 잔 추가.
왼쪽부터 마르스 르 파피용 버번캐 2024, 코마가타케 야쿠시마 숙성 2015, 츠누키 싱캐 3년
르 파피용 버번캐스크 2024
버번캐만 세 개 썼다는 츠누키 원액 사용 르 파피용. 본인은 추첨 넣었는데 떨어졌음...
N - 꿀, 레몬, 솔, 바닐라빈, 달콤한 빵 구운 냄새
P - 꿀에서 바닐라, 이어지는 레몬, 마무리의 살짝 솔 느낌으로 이어짐.
레몬청의 느낌이 강한 아주 인상적인 버번캐스크 위스키. 사고 싶다 진짜....
코마가타케 야쿠시마 숙성 2015 쉐리
N - 베리가 아주 강하게 도드라짐. 바닐라, 풍선껌
P - 피트감은 느껴지지 않음. 꿀, 베리, 바닐라, 블루베리 풍선껌.
적당한 바디감. 베리 가득 풍선껌 그 자체. 쿰쿰함 적은 맛있는 쉐리.
츠누키 싱캐 3년 쉐리 피트
N - 피트의 존재감이 상당히 강함. 꿀, 건포도, 바닐라, 훈제향
P - 메이플 시럽, 훈제 베이컨, 건포도, 끝에 오렌지껍질.
상당히 마음에 드는 쉐리 피트. 개인적으로 옥토모어 13.2나 14.2보다 이게 훨씬 더 마음에 들음.
내가 싱글벙글 세 잔을 즐기는 동안, 아버지는 기념품 코너를 둘러보시면서 마법의 파파고로 기념품 샵 카운터에 계시던 여자 직원 분이랑 대화를 하고 계셨음.
호조에서는 증류소에서 만든 소주도 판매를 하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고 계시더라고.
내 옆에서 듣고 계시던 남자 직원 분이 조용히 미소 지으시며 또 일어나시더니...
'서비스데스'
마셔보면 사게 될 거라는 맛에 대한 자부심일까? 자신 있게 권하시더라고.
N - 아카시아 꿀, 꽃, 부드러운 누룩향
P - 아주 적당한 달콤함. 깔끔한 마무리.
한입 드시자마자 아버지가 결제하고 계시더라.....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나 봄....
그 동안 나는 뭐했냐고?
'서비스데스'
대낮부터 마구마구 술을 시키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으셨는지, 편의점 2+1마냥 쏟아지는 서비스....
행복합니다....
츠누키 6주년
N - 바닐라, 레몬, 꿀, 꽃, 자두
P - 꿀, 자두, 귤, 레몬, 스파이스.
이거 엄청 마음에 들더라. 얘도 들어보니까 엑스버번배럴 3개 배팅했다고 하더라고. 물론 팔진 않지만...
6주년 보틀 시음을 끝으로 위스키 즐기기는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몰트 갤러리 시리즈들은 2024/7/18 기준으론 없더라.
마음에 들었던 미나미사츠마 #2랑 고마가타케 스페셜 셀렉트 하나씩 집어왔음.
이외에는 마르스 캐런잔하고 코스터, 츠누키 티셔츠 하나씩 샀음. 물론 미리 결제한 소주도 가져왔고.
증류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진짜 새로운 경험이더라. 마셔서 얻는 경험치랑 또 다른 경험치를 얻는 느낌이었어. 올해 겨울에는 못 갔던 카노스케랑 신도 랩을 노려보고, 나중에 취업해서 돈 모으면 스코틀랜드도 꼭 한번 가봐야지....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에는 4편 바 leichhardt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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