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2024 파리 올림픽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올림픽은 1900 파리 올림픽이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1회 근대 올림픽이 열린 뒤, IOC는 프랑스 파리에서 2회 올림픽을 열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1900년 올림픽은 당시 파리에서 열리던 만국박람회의 부속 대회 정도로 여겨졌다. 심지어 당시엔 파리 올림픽이란 이름도 쓰지 않아서 많은 선수들이 자신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임을 알지 못했다.
1900년 파리 올림픽은 초창기 올림픽답게 다소 어수선한 운영이 겹쳐서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여러 종목이 나왔다. 이때 파리 올림픽에선 어떤 종목이 있었을까?
가장 흥미로운 종목을 뽑아보자면 비둘기 레이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고작 비둘기 레이싱 주제에 7개의 세부 종목을 나누어 경기를 진행했다고 한다.(경기 결과는 기록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사냥인구가 많았던 것을 고려한 건지 비둘기 사격도 종목에 있었다.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총으로 쏴 맞추는 종목인데, 온갖 유혈과 비둘기 사체가 난자하는 바람에 폐지되었다.
지금이야 올림픽 사격 부문은 공기소총, 권총 등으로 단순하게 통일 되었지만, 당시 사격 부문엔 곡사포 사격이 있었다. 탁 트인 넓은 평원에서 실제 군용 곡사포를 발포해 누가 더 멀리, 정확하게 날리나를 겨뤘는데 민가에 곡사포가 명중해 불이 붙어 폐지되었다.
곡사포 사격이 화재 위험을 불러온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일까? 당시에는 화재 진압 종목이 있어서 누가 건물에 붙은 불을 가장 빨리 끄는지도 경쟁했다.
그 외에 수상 인명구조 종목도 있었는데, 인형이 아니라 실제 사람을 강물에 빠트려놓고 구조하는 종목이었고, 인명 피해를 이유로 없어졌다.
윗 내용만 봐도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텐데, 이 외에 특이한 종목들은 더 있다. 바로 낚시와 열기구 비행이 그것이다.
낚시는 도시 어부마냥 잡은 물고기의 수나 크기로 겨뤘는데 당연히 시간도 오래걸리고 너무 애매해서 바로 퇴출되었다.
열기구 비행의 경우 정확히는 헬륨기구와 열기구 비행으로 종목이 나뉘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노잼이라 폐지되었다.
의외로 파리 올림픽에서 채택되고 오래 유지된 종목도 있는데, 바로 줄다리기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상징이 있어서 그대로 유지된 줄다리기는 1920년 안트베르펀 올림픽까지 진행되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 부활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끝내 부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연날리기, 당나귀 경주 등이 있었지만 바로 폐지되었다.
그래도 1900년 파리 올림픽이 후세에 아무것도 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때부터 최초로 여성의 올림픽 참가가 허용되었다.
그 결과 여자 단식 테니스 종목에서 영국의 샬럿 쿠퍼 선수가 프랑스의 엘렌 프레보스트를 두 세트 연속으로 꺾고 우승했다. 그녀는 IOC에 의해 역사상 최초의 근대 올림픽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남아있다.(정작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은 여성의 올림픽 참가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124년의 시간이 흘러 파리에서 다시 열린 올림픽. 프랑스인들은 124년 전의 조상들을 닮아 허술한 점은 여전하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선수단이 건승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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