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소비증가 등으로 트래픽이 급증해 네트워크(망) 증설 및 유지보수 관련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설비투자를 점점 줄이는 추세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5G와 와이파이(무선인터넷)를 아우르는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2018년말 기준 41만9800TB(테라바이트·1TB=1000GB)에서 올 5월말 기준 115만4700만TB로 2.75배가 됐다. 트래픽이란 통신망에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을 말한다. 2~5G를 포함한 전체 휴대폰 기준 가입자 1인당 평균트래픽도 같은 기간 7.5GB(기가바이트)에서 20GB로 늘었다. 5G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개통된 2019년 12만1444TB였던 트래픽이 올 5월 96만4839TB로 약 8배가 됐다.
트래픽의 상당부분은 OTT발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2개 OTT사업자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34.1%로 전체의 3분의1을 웃돈다. 특히 구글 1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6%에 달한다.
반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는 되레 줄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해 CAPEX(설비투자)는 2조7420억원으로 전년(2022년·3조350억원) 대비 9.6%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SK텔레콤의 CAPEX는 7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올 상반기 CAPEX 감소율이 각각 3.8%, 20.2%에 달했다.
AI(인공지능) 등 신기술 도입에 대비하고 앞으로 급증할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망사용 비율분담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이해민(조국혁신당)·김우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이같은 취지에서 나왔다.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는 대형 CP(콘텐츠제공업체)들이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들과 망사용료 협상에 나서서 공정하게 네트워크 비용을 분담하는 논의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국내에서 네트워크(Network·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83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부담은 구글 등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 인터넷회선을 제공하는 국내 통신사들과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부가통신사업자 중 안정성 의무를 져야 하는 사업자로 지정됐다. 구글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2022년 28.6%로 압도적 1위다. 넷플릭스를 더하면 국내 인터넷 트래픽 발생량의 3분의1을 훌쩍 웃돈다. 과기정통부는 2023년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미국 컴캐스트나 프랑스 오렌지텔레콤 등과는 망사용계약을 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망사용료 협상테이블에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구글의 연간 망무임승차 규모가 2083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밝혔다.
국내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세다.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2018년말 기준 41만9800TB(테라바이트, 1TB는 1000GB)에서 올 5월말 기준 115만4700만TB로 2.75배로 늘었다. 1인당 평균 트래픽도 같은 기간 7.5GB(기가바이트)에서 20GB로 늘었다. 이같은 추세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지난달말 내놓은 '아시아·태평양 모바일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함께 1인당 월평균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2023년 약 18GB(기가바이트)에서 2030년 87GB로 4.8배 늘어날 국가로 꼽혔다. 아·태지역 전체 전망치(2030년 53GB)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동안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감당해온 통신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투자도 줄이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OTT사업자들이 고화질·초고화질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네트워크에서 소통되는 데이터 트래픽도 급증한다"며 "데이터 소통을 원활히 하려면 망 증설과 유지보수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같은 비용을 감당할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가 본연의 통신업 외에도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미래성장동력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구글 등 CP들이 네트워크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AI 등 신기술 경쟁력 확보에 안정적인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큰 만큼 네트워크 생태계의 고른 발전을 위한 법안이 제정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입법논의가 22대 국회 법안 재발의를 기점으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관계부처들도 국내 플랫폼 역차별을 의식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입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망사용료 관련 최신 법안은 지난 8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 발의한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이다. 관계부처와 정치권에선 통상 이같은 발의에 '망사용료법안' '망 무임승차 방지법안'이란 별칭을 붙였다.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안'은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 사이의 망이용계약을 규율한다. 한쪽이 부당하게 망이용계약을 지연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네이버·카카오·메타·디즈니 등 포털·SNS(소셜미디어)·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외 CP 대다수가 이미 ISP와 망이용계약을 한 반면 구글·넷플릭스의 계약은 부진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의원의 법안은 규제대상인 CP를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전체 트래픽(접속) 발생량의 1% 이상 점유한 사업자로 한정했다. 구글·넷플릭스·메타·네이버(NAVER)·카카오가 대상이다.
21대 국회에선 2020~2022년 전혜숙·김영식·김상희·이원욱·양정숙·박성중·윤영찬(발의 순) 당시 의원들이 망사용료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7건은 각각 내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CP와 ISP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직간접적 의무를 부과하고 일부는 관계부처가 각 사업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 개정 논의가 더뎠던 원인으로는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이 꼽힌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발의를 촉발한 사건이 소송 중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항소심 도중 전격 화해한 두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결론 없이 종결됐고, 곧이어 국회가 총선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여야가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한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는 확답을 아끼면서도 제도의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서면답변으로 망사용료 법안들에 대해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터넷망 사용·제공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직무정지) 역시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해외 OTT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넷플릭스의 본사 소재국인 미국 측 견제는 걸림돌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미국 CP가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한국 ISP가 CP를 겸한다는 이유에서다. USTR은 이 같은 내용을 3년 연속으로 보고서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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