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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애 대충전 아일라-캠벨타운 여행기] 5. 아일라 3일차앱에서 작성

ㅈㅆ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22 01:45:01
조회 12056 추천 11 댓글 45

아일라에서 맞는 3일차 아침이다. 특이하게 매번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늦잠을 자면서 점심 가까이 일어났었는데, 아일라를 오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같이 온 동생도 일찍 일어나 7시 반부터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와 빵으로 든든히 아침을 먹고 가는 게 우리만의 루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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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든든히 밥을 먹은 뒤 오늘도 점심 거리를 싸들고 일찍이 오두막 집을 나섰다. 오늘 코스는 오전에 킬호만을 들렀다, 오후 두시에 브룩라디 투어가 있는 날이다.

킬호만과 브룩라디는 섬 북서쪽에 위치해있었고, 킬호만은 다른 증류소들과 다르게 약간은 섬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자전거로 1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에 그 유명한 마키어베이가 위치해 있지만.


숙소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보통 비가 오면 현지인들은 비를 피하지 않겠지만, 이번은 정도가 달랐다. 옷이 곧 다 젖을것만 같았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꽤 어려운 여정이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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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가는 도중 비는 멈췄지만 바람은 계속해서 불었다.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우선 비지터센터로 몸을 피했다. 물론 킬호만을 방문하기 위한 목적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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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비지터 센터 안을 구경했다. 기본 코어라인업과 더불어 싱글캐스크 제품들도 꽤나 판매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킬호만을 이전에 마셔보질 않아 가장 유명한 마키어베이와 사닉을 무료 시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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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호만을 방문하려는 목적은 바로 근처에 있는 마키어베이에서 마키어베이를 마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료 시음 대상 위스키에 마키어베이가 있었기에 굳이 포장해가지 않고 대신 로크곰과 소테른 캐스크를 20ml 드램으로 구입하고, 집에서 나서기 전 깜빡했던 미니잔을 하나씩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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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꽤 쌀쌀하기도 했고 점심 시간도 가까워져가기에 당을 충전하고자 커피와 함께 티핀 한 조각을 주문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꽤나 합리적인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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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호만에서 재미있는 시스템 중 하나는 저 바구니 안에 싱글캐스크가 들어있는 드램을 마구 뒤적이며 찾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한 개도 남아있지 않아 아쉽게도 그 재미를 찾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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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비지터센터를 나서다 운이 좋게 캐스크를 어딘가로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경하다 작업자 분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씩 웃어주시면서 손을 흔들어 주셨다. 그러면서 우리도 "저희가 운이 좋나보네요" 하면서 인사를 하고 비지터센터에서 나와 서쪽으로 10분 정도 자전거를 더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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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어베이에 도착했다. 수풀을 너머 산책로가 펼쳐져있다. 마키어베이까지 연결되어 있었으나, 너무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관계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는 중간까지만 건너 맛만 살짝 보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바람이 정신없게 불고 비가 살짝 내려 추웠지만 보정 효과 때문인지 정말 맛있게 한 잔 씩 맛보고 우리는 브룩라디로 서둘러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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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라디를 가는 길 중간에는 킬호만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 다시 온 길을 돌아서 중간에 재차 합류하여 다시 브룩라디로 항했다.

해안길이 정말 아름답고 흰 벽과 검은 지붕 아일라 특유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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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라디 증류소 도착 막바지에 한 가게를 우연히 들렀다. 그림과 사진을 전시해 파는 곳이었는데, 아드나호를 제외한 주요 8개 아일라 증류소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A2 사이즈에 지관통까지 주고, 마지막 두 개가 남았다는 것이다.

집에 위스키 관련 그림을 하나 걸어놨는데, 보자마자 약간의 고민을 하고 바로 집어왔다. 아직 액자를 마련하지 못했지만, 걸고 나서 다시 올려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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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구매하고 5분 정도 달리니 드디어 브룩라디 증류소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옥토모어를 상당히 좋아해 애정하는 증류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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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증류소에 도착해 간단히 벤치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비지터 센터에서 기다리며 굿즈들을 구경하고 보타니스트를 아직 안마셔봤기에 한 잔 부탁해 맛보면서 증류소 투어를 기다렸다.

흰색 머그컵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물어보니 딱 두 개가 남았다고 해 투어 후 계산하겠다고 포장 먼저 해놔줄 수 있냐 물어보니, 꼼꼼히 포장 후 종이백에 내 이름과 2시 투어 끝난 후 결제 예정이라는 글까지 상세히 써 놓는 정성까지 보여주어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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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를 방문했을 당시 대부분 증류소들이 휴동기었다. 우리가 신청한 투어도 모두 휴동 시즌이라 증류기가 가동되는 것을 제대로 못 봤었는데, 다행히 브룩라디에서 분쇄기, 당화조, 증류기 등 가동되는 모습과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운 좋게도 당화가 끝난 맥즙을 맛 볼 수 있었는데 시큼한 맛이 나면서 달큰한 맛이 빠진 식혜 맛이 났다. 내게는 썩 맛있는 그런 맛은 아니었으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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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기가 위치해 있는 장소에서 보타니스트를 3년 숙성 시킨 진을 먼저 맛보았다. 진은 제대로 경험하지 않아봤으나, 생각보다 놀라는 맛이었다. 진의 상큼하고 시원한 뉘앙스와 오크통의 나무 텍스쳐감이 조화를 잘 이룬 그런 느낌이었다. 진을 좋아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바이알 세 개와 브룩라디 코피타 잔이 담겨있는 기념품 박스를 받고 웨어하우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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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할 세 가지 위스키였다.

- 2003 브룩라디 오가닉 버번캐스크, 54.6%
- 2003 포트샬롯 버번, 와인, 쉐리캐스크 피니시, 56%
- 옥토모어 14년 세컨필 소테른 캐스크, 60%

첫 잔은 어떤 버번캐스크를 공수해 왔냐 물어보니 버팔로 트레이스에서 가져왔다 하더라. 복숭아와 다크초콜릿 향이 인상적이면서 꽤나 드링커블했던 느낌이다.

두 번째 잔은 베리류 향이 짙게 나면서 꽤나 스파이시 했던 기억이다. 도수감 보다도 날카롭게 매콤한 맛이 났었지만 과실류와 베리류의 레이어드가 꽤나 밸런스가 괜찮았다.

세 번째 잔은 세컨필 소테른 캐스크였지만 14년이라는 긴 숙성 기간으로 가장 붉은 색을 띄었다. 이 잔을 마시면서 느낀 점은 브룩라디가 참 와인캐스크를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와인은 숙성 연수보다 포도를 수확한 해 포도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아 캐스크 고르기가 어려워 복불복이 큰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다) 옥토모어로 나온 .2 제품들과 같이 와인캐스크 피니시를 거친 제품들은 꽤나 흡족하게 맛 본 것 같다.

세 번째 잔 역시 과하지 않을 정도로 달큰한 산딸기의 뉘앙스와 허브류의 산뜻함이 은은하게 피트와 어우러져 상당히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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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따봉은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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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비지터 센터로 돌아가 동생은 증류소 직원 한정 핸드필을 한 병 사고 우리는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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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끝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보이는 사진과 같이, 왕복 1차선 도로였고 자전거가 지나가면 자동차가 추월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아일라 도로이다. 영국은 좌측통행이기에, 똑같이 좌측으로 밀착하여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중, 커브길에서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아스팔트와 잔디 경계를 잘못 밟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길에 쓰러져 일어나니, 어깨뼈가 골절된 것 같았다. 일어나자마자 만져보니 벌써 부어있었고, 팔을 들어올리지 못했었다.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멈춰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그러지 않았다.

조금 정신을 차리니 어깨는 더욱 아파왔고 자전거는 더 이상 타지 못할 것 같고, 저녁 5시 반 쯤이라 차들도 점점 끊겨가는 와중에 한 가족이 우리 옆을 지나다 차를 멈춰세웠다.

가족 식사를 하러 가고있었지만 사고가 난 나를 보고, 가족들을 먼저 식당으로 보내고,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타고 있던 차에 나를 태워 보모어에 있는 아일라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시간 관계상 다음 편에서는 위병리 (아일라 병원 후기), 그리고 보모어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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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스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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