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장문 뇌절글이니까 브금 들으삼
저번에 유동닉으로 올렸다가 비번 뚫려서 삭튀당함
잊고 살다가 오늘 새벽에 재즈가 어렵지만 느껴보고 싶다는 한 포붕이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런 포붕이가 많지는 않겠지만 서너 명은 더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서너 명을 위해 써봄.
참고할 것은 드르렁 유발하는 역사 얘기 음악이론 얘기는 하나도 안 할 거임.
그런 거 몰라도 재즈 재밌음
나는 재즈는 살면서 관심이 1도 없었음
재즈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아는 형님이 있던 재즈 앙상블 팀에 음향파트 빵꾸 도와주러 간 게 시작이었는데
비록 세션으로 참여한 건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재즈를 연주하는 걸 처음 지켜본 감상은
요약해서 ”와..” 였음.
분명 별다른 회의도 없었는데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경이로운 연주,
말없이 눈빛만으로 맞춰지는 호흡과 행복해하는 표정들..
연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 팀원들이 정말 멀게 느껴졌고
나만 모르는 언어로 정말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음.
정말 큰 소외감을 느꼈는데, 기분나쁜 소외감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서..
나는 조금이라도 이 소외감을 풀고 싶어서 팀에 있는 몇 달 동안
세션들한테 정말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봤음.
지금부터 쓸 내용은 그때 들은 답변들을 기반에 둠.
먼저 오해를 풀까함.
“재즈는 재즈만의 언어를 이해해야한다”
“화성학을 공부해야한다”
재즈를 추천해달라는 글에 꼭 달리는 유형의 댓글이던데
뭐 아예 의미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 재즈를 더 권위적이게 만드는 말인듯.
내가 팀원들과 지냈던 그 몇 달 동안의 행복한 시간은
음악이론, 권위, 화성학과는 전혀 관계 없는 시간이었음.
그러면 재즈는 대체 뭘 즐기는 장르인가?
키워드를 하나만 뽑으라면 “인터플레이” 임.
재즈가 즉흥성을 강하게 띄는 건 다들 알고 있을 텐데
내가 있던 앙상블 팀도 전 날 카톡에서 합주할 곡의 키와 대충 파트 순서 정도만 정하고 합주 들어갔음.
키와 파트순서 등 기초 정보를 제외한 모든 음악적 요소는
연주를 시작한 뒤에 만들어나가는데,
이때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의 완성도는
팀원들 간의 호흡, 몰입도에 따라 결정됨. 이를 “인터플레이” 라고 함.
몇 번 추천했던 재즈씬에서 핫한 에스파란자 스팔딩 누님임.
이 영상이 위에서 말한 “인터플레이”를 정말 잘 나타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약 7분간의 모든 연주와 곡 메이킹이 즉흥임.
중간중간 스팔딩이 키와 곡의 흐름, 연주하고 싶은 멜로디의 느낌을 가사처럼 뱉으면 나머지 팀원들이 그 모든 걸 순간의 느낌과 세션끼리의 호흡에 의지하여 연주하는 거임.
이렇게 밴드의 인터플레이가 완벽했을 때 위 영상처럼 도파민이 터지는 연주가 나오는데
끝나고 본인들도 어이털려서 웃는게 명장면.
아무튼 재즈는 이렇게 밴드의 인터플레이를 감상하는 게 목적인 장르라고 말할 수 있음.
키나 코드, 솔로 순서 같은 최소한의 약속만을 남겨둔 채
나머지 모든 요소들은 연주가 시작 된 뒤에 결정됨.
정확히 말하면 결정된다기 보다는 연주되도록 내버려두는 느낌임.
위 영상은 유명한 일화인데 당시 팀의 막내였던 허비행콕이 긴장해서 어보이드 노트(아예 틀린 음)을 쳐버렸는데, 마일스가 그 틀린 음을 이용해 솔로를 연주함.
가끔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마일스가 허비행콕한테 짜증 ㅈㄴ내는 영상을 볼 수 있을 텐데, 이런 스토리를 알고 보면 웃음벨임.
살인할 기세인 마일스와 뒤에서 눈치보는 드럼형님 표정이 압권 ㅋㅋ
아무튼 재즈는 즉흥성이 짙음.
연주자들이 그 곡을 연주하는 동안 너무 즐거워서 예정에 없던 솔로를 치기도 하고, 우연히 발생한 노이즈를 이용해 연주하기도 하고. 그날 세션의 기분에 따라 솔로가 느슨해지기도 하고, 빡세지기도 함.
이 모든 현장감과 순간의 기분, 밴드의 인터플레이를 활용해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표출하는 것이 재즈.
인간들끼리 언어가 아닌 매개체로 끄덕이며 대화하고,
같은 순간에 같은 표정을 짓는데
이를 직관하면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분이 듬.
재즈는 이 표정을 구경하는 장르인 것 같다.
또 재즈가 즉흥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다른 매력은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밴드마다 다른 해석을 내고,
또 같은 밴드의 같은 곡이어도 라이브 때마다 다른 색깔을 낸다는 거.
재즈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만,
영상으로 찾아보는 걸 추천하는 건 이 때문임.
발매된 음원들은 그 밴드의 2718번째 합주 녹음본 같은 거임.
(비교적 최근 재즈앨범들은 그나마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를 좀 더 챙기는 편)
지금 시대의 재즈 입문자들이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은 건
즉흥성과 인터플레이가 매력인 재즈를 스트리밍의 방식으로 감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재즈는 같은 음원을 반복해서 들었을 때에 매력을 느끼는 데 유리한 장르가 아니라는 거.
아니 근데 이렇게 다 즉흥이면 허비행콕 마냥 다 틀리면 어떻게 하냐는 궁금증을 품은 포붕이들도 있을 텐데
최소한의 약속이나 국룰이 있음.
연주 시작 전에 헤드(그 스탠다드의 테마, 메인 멜로디 라인이 나오는 파트)를 몇 번 연주할 건지, 솔로는 몇 마디씩 주고 받을 건지 등등 기본 구성은 미리 정해두는 편이고,
알게 모르게 밴드의 리더(보컬/트럼펫이 맡는 경우가 많음)되는 사람이 지휘를 함. 예를 들면 리더가 자기 머리를 툭툭 치거나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휘휘 젓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을 텐데 다음 마디에 헤드를 연주하자는 뜻임.
이제 재즈를 디깅하는 법을 알아보자
재즈에는 “재즈 스탠다드” 라는 개념이 있음
그냥 쉽게 생각하면 당시 연주자들 사이에서 띵곡 인정을 받아서
국룰처럼 너도나도 연주하던 곡들 리스트임.
딱히 기준이 있는 것도 선정하는 매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님.
마치 성악계에서 “네순 도르마”를 너도나도 부르는 느낌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
예를 들면 위 짤의 빌 에반스의 “Blue in green" 은
마일스가 연주하기도 했다.
여담으로 kind of blue는 당시 뉴욕의 포붕이들에게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힙스터 인증배지를 받을 수 있는 앨범이었다고 함.
암튼 두 버전 다 띵곡.
같은 스탠다드 곡이고, 같은 세대지만 각각 피아니스트와 트럼펫주자이기 때문에 다른 해석과 분위기가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아래는 같은 맥락으로 재즈 스탠다드 “Blue Moon"의 빌리 홀리데이와 프랭크 시나트라 두 보컬리스트의 다른 버전.
이런 식으로 재즈 스탠다드 곡 몇 개를 대강 익혀두고
이 스탠다드를 이 연주자는 어떻게 해석했고, 저 트리오는 어떻게 해석했는지 차이를 찾는 재미를 느껴보자.
최대한 내가 느끼는 바 꾸밈없이 적어보려고는 했는데
잘 전달 됐을지는 모르겠네.
아 그리고 재즈를 들을 생각 없는 포붕이들도 국내 재즈클럽 라이브는 한 번 가보셈. 재즈만의 고유한 현장감이라는 게 있으니까 진짜 후회 없는 경험이 될 거야.
라이브 재즈는 음악을 떠나서 인간문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마지막으로 재즈 바이닐을 사고 싶은 포붕이들을 위해 주의사항을 알려주자면
클래식 힙합을 듣는 유저들은 잘 알 텐데
재즈에는 부틀렉이라고해서 짝퉁 LP반이 많음. 예스24, 알라딘 등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니 주의하자.
3줄 요약 :
1. 화성학 없어도 됨
2. 재즈는 안 들어도 국내 재즈클럽은 꼭 가봐라
3. 재즈는 짝퉁엘피 많으니 조심해라
이제 그만 알아보자. 추천 아티스트/앨범 조금만 적어볼게.
somethin else나 kind of blue 같은 에센셜 띵반들은 생략함.
1. Pat Metheney - 99-00
내 최애 앨범임
3. Kamasi Washington - The Epic
핫한 사람임
4.Eric Dolphy - Out To Lunch!
5. Wayne Shorter - Juju
당시 팀 리더형님 최애 앨범이었음
6. 오종대 트리오(trio works)
공연 한 번 가보라고 국내 것도 넣음.
근데 탈한국급 실력의 세션들. (주접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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