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아 반갑노
갔다온지 조금 됐지만 귀찮아서 글 적기 미루다가 여름 가기전에 시간내서 한번 적어본다
글쓰는 재주도 없고 내 나름의 비망록도 겸할 글이라 두서없는 글 될테지만 정전갤에 한 점 활기가 되길 바라며
*글이 길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읽길 추천. 신변잡기는 안 읽어도 됨.
-콘서트 참석 계기 및 신변잡기 구구절절
한 20년도쯤인가 그때 타케우치 마리야가 유튜브 메인에 떠가지고 플라스틱 러브 들어보다가 너무 좋아서 시티팝이라는 장르를 알게되고 입문하게 됐다
(본인은 그 전에도 나얼 씹 빠돌이라 평소에도 R&B 등 그루비한 음악을 좋아했고 고전,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애정이 컸음. 평소에도 김현식 김광석 임재범 이런 노래 듣기도하고. 그게 시티팝 빠는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 +힙스터임)
(흔히들 아는 그 표지)
그렇게 릴스 넘기면 나오는 노래도 들어보고, 외국인들이 올려놓은 시티팝 플리들 들어보다가 LAST SUMMER WISPER라는 곡을 듣게 됐는데 뭐 이런 믿을 수 없을 만큼 돌아버린 곡이 있나 감탄을 금치 못 하며 내 플리에 저장하게 됐다.
그 시기 얼마동안은 계속 이 곡만 들었던 것 같다. 마침 여름이기도 하고 잘 어울려서 일과 끝나고 해질녘 놀 보며 듣는걸 좋아했다
그렇게 한 곡만 들어보다 당연하게도 이 안리라는 가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데뷔곡이랑 유명한곡 TIMELY 수록곡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음
처음엔 REMEMBER SUMMER DAY가 좋다가 다음엔 슬픔이 멈추지않아가 좋다가 다음엔 WINDY SUMMER가 좋다가 이 노래들이 다 TIMELY 수록곡인 걸 알게되고 TIMELY 전곡을 들어보게 됐다. 근데 ㄹㅇ 하나도 안 빼놓고 다 좋은거임. 그렇게 여름만 되면 제철과일 따먹듯 안리 노래들을 듣기 시작했고 이 가수에 대한 애정이 존나개 깊어지기 시작.
(타임리 표지)
그러다 어느날은 그냥 자전거 타고 가면서 들을 노래 찾다가 노래가 아니라 ANRI를 검색했는데 공식채널이 있네?
그 자리에서 팔로우하고 좀 봤더니 옛날 가수라 활동 안하고 남은 흔적들로 물고 빠는 건 줄 알았는데 최근까지도 콘서트를 열고있고 신곡도 내는걸 알게 됐다.
그렇게 자전거도 안 타고 거치대에 걸어놓은 채 몇분 보다가 가장 최근에 올라온 영상은 이미 콘서트기간 지난 예고였다. 가고싶은 생각도 별로 안들었음. 근데 나중에 예고뜨면 가보고 싶을 것 같아서 알람설정 해 놓놨는데 그러고 나서 몇년 까먹음. (알람설정 해놓고 유튜브 어플에 대한 알람 허용을 안 해놔서 알람이 안 떴음 ㅋㅋ)
그리고 시간이 지나 대학 24학점에 계절학기 6학점으로 겨우겨우 8학기 맞춰서 코스모스졸업. (F가 5개인가 되서 학점인정이 안 됐음) 취직 좆도 안 됨과 동시에 해보고싶은 사업이 있어서 시드머니 모으러 평택에 노가다뛰러 갔다
(퇴근하면서 찍은 p4앞 출퇴근다리)
일하면서 몸도 힘들고 미래에대한 불안 등 여러가지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퇴근하고 유튜브 좀 보고 자려고 구독목록 봤는데 안리가 콘서트 예고를 올린 것. 그때가 여름 막바지였고 가을, 겨울에 열리는 콘서트 예고였다. 그거 보고 나니 예전에 콘서트 한번 가볼까 생각했던 때가 떠오름
갈려면 갈 수 있었는데 내 나름 안리는 여름에 들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봄~여름초입정도 되면 목표했던 금액이 모일 것 같아서 그때 일 그만 두고 가면 딱일거같아서 킵하고 또 좆같은 일 참아가며 수개월이 지남.
그러다 같이 일하는 팀원 중 한명이 사고로 다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다행이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후천적 장애도 없이 멀쩡히 나았음) 돈이고 뭐고 뒤질까봐 무서워서 봄 초입쯤에 일 그냥 그만 둠.
그렇게 모아둔 돈으로 여러가지 해보고(좆망함) 남은돈으로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먹고 또 취직한다고 취직준비로 허송세월 보낼 때 구독채널에 안리 여름 콘서트 예고영상이 뜸.
그렇게 예전부터 로망+탈출구로써 품어왔던 안리콘서트를 몇달전부터 준비한 끝에 갈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걸 왜 구구절절 적냐면 맥주마실때 존나 덥고 목마른 상태에서 마시면 섹스잖아 마치 똥 2시간참다가 싸는것처럼. 그 갈망을 공감해주기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해야하나.
암튼 그렇다. 서론이 길었다.
대충 도쿄 먼저 도착해서 한 나흘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도착했냐면 한 3달전부터 계속 스카이스캐너랑 저가항공 홈페이지 다 뒤져서 그 즈음 특가로 나온 티켓이 이 티켓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10만원주고 예약했는데 체크인때 이건 특가상품이라 수화물이 안 붙어있는상품이다 ㅇㅈㄹ 시발 그래서 캐리어 가지고 온 의미도 없이 백팩에 다쑤셔박고 캐리어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빈 캐리어 올려서 4만원 더내고 도쿄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스카이스캐너 켜보니까 내일이랑 내일모레 나리타행이 수화물포함 8만5천원이더라 좃같지만 어쩔 수 없지
각설하고 콘서트 당일날 아침이다.
어제 술 존나 먹어서 꽤나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영상은 신호변경음 특이해서 찍어봄 일본느낌도나고
사진 찍어둔게 없네 아무튼
걷고...걸어서...
타치카와 도착.
어차피 매번 콘서트 개최지 바뀌기도 하고 관광지도 아니니 굳이 가는 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만일 갈 일 생겨도 구글맵 찾으면 다 나온다.
관광지 아닌건 확실한게 외국인 한명도 없음. 편의점 알바마저 일본인.
적을 말이 없어서 짤막하게 타치카와에 대해 적어보자면, 타치카와는 8개 시와 접경하고 있어 교통의 요지고 시민 80퍼센트가 3차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엥 이거 완전 신도림~구로디지털단지 아니냐
이날 존나 더웠다. 걷다가 편의점 들려서 열 식히고 또 걷다가 빵집들려서 고르는척 열 식히면서 도착
멀리 보이는 개최지
나는 홀이라 그래서 돔구장에서 아이돌 공연하듯 사람 막 몰리고 현수막 엄청큰거 걸리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게 큰 공연장은 아니더라. 일본에서 그정도 위상을 가진 가수는 아닌가보더라고.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뭐.
타마신 리스루 홀 도착. 타치카와시 시민회관이라더라
몇번이고 개최지랑 일자 검색하고 왔긴 한데 아무래도 외국이니 잘못 찾아오거나 다른 날 찾아왔으면 어쩌지 걱정했다. 근데 포스터랑 기다리는 사람들 보니 잘 찾아왔구나 안심이 됐음
안누나와 한 컷.
나는 목적 최우선이 콘서트 참가기도 했고, 해 떠있을 땐 더워서 어디 구경하는걸 첨부터 포기하고 온 사람이라 6시 시작인데 3시에 도착했다
기억에 다른 홀에서 전통 가부키 공연도 있었던걸로 기억함. 그래서 로비에 대기인원이 꽤 있었다.
5시 30분 되니 슬슬 생기는 입장 대기 줄
잘 보이진 않겠지만 무릇 힙스터의 기분을 흡족하게 하는 연령분포였다. 외국에서 꽤나 난리난 것 치고 외국인도 나밖에 없었음.
힙스러움에 흡족해하며 입장. 지인이 콘서트 한다고 화환 보냈나 봄. 유명한 사람 있냐?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라.
입장 전에 굿즈도 팔았음. 명반으로 꼽히는 타임리 비키니 등 LP도 팔더라. 근데 일반 판매점서 사는거랑 가격 똑같음 ㅋㅋ
가방은 너무 힙한 나머지 매고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볼 것 같아서 살 맘 접었음. 그래도 한두명 알아봐줘야 뿌듯한데 아무도 안 알아봐주면 좀 그래.
사는 사람들은 역시 돈많은 장년층들이라 그런지 사자마자 그자리에서 비닐 벗기고 쓰더라. 소장가치 개나준 쿨함에 잠시 감탄했음. 하긴 나같은 외국인이나 이런 콘서트가 특별한거지 매년 여러차례 공연하는 가수, 거기다 버블시대를 살았던 장년층의 재력이면 뭐...
오늘 공연할 콘서트장 내부. 어쩐지 예비군 정훈교육할때 강당같은 분위기가 난다. 나는 게으름에 미루다 예매개시일 한참 넘겨서 예매한 바람에 자리가 맨 뒤다. 안리누나 용안은 제대로 확인 못하고 옴.
공연 시작 전에 심심해서 내 앞에 앉은 관객 아줌마들한테 혹시 공연 전에 들어둬야할 유명한 노래 있냐고 물어봤었다. 놀란건 그 아주머니들도 대부분 캣츠아이, 올리비아를 들으면서밖에 모른다는 것. 지금 안리는 그 시대 살았던 청취자들보다 외국인이 더 자세하게 알고있는 듯 함
(안리 공연 전단지와 티켓. 안타깝게도 티켓은 돌아와서 가방 빨다가 드럼 세탁기의 회전과 세제에 못 이겨 갈기갈기 찢겼다.)
암튼 공연 시작. 영상찍는게 금지되어있어서 영상은 못 찍었으나 녹음은 해왔다. 녹음하지 말란 말은 없었음 ㅋㅋ
센징새끼 기어코 녹음해오네 ㅉㅉ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귀엽게 봐줘라. 안리누나 건강하신지 안위도 살피고 라이브버전도 들어보고 시티팝 문익점 정도로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공연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근데 공연 배경이나 설치물들은 하와이 현지로 꾸며짐 ㅋㅋ)
TMI로 일본인들에게 하와이는 각별한 해외여행지로 생각된다고 함. 제국시대의 탈아입구 사상을 기반으로 한 사대주의서부터 시작해서 버블시대 경제호황과 여유의 상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다. 지금도 그럼.
라이브 들어보자. 전세계 라이브 최초공개가 아닐까 싶다. 안리누나 고소하면 미워할꺼야잉
첨에 감탄사 내뱉은 거 까지 녹음될 줄 몰랐다 이해하고 들어라. 나도 내 폰이 이렇게 성능좋은 줄 몰랐다
감탄사 내뱉은 이유가 타임리가 명반으로 꼽히긴 하는데 아줌마들 말 들어보니 그 당시 사람들에게 유명한 음반은 아닌거 같아서 아마 내국인에게 유명한 노래 위주로 목록이 짜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첫 시작부터 아는 노래 나와서 소름돋음.
여기서 또 감탄했노 ㅋㅋ
그외에 마음껏 아메리칸, 굿바이 부기댄스 슬픔이 멈추지않아 캣츠아이 라스트 서머 위스퍼 등등등등... 아마 갤러들이 알법한 노래가 절반이 넘었는데 아무래도 쫄려서 여기까지만 올린다
감싱평은 몇년간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던 노래 실제로 듣고있으니까 꿈꾸는거같고 한번씩 최애곡 전주 나오면 소름돋더라. 가창력도 파워 조금 딸리는거 빼면 여전하신거 같더라
멀어서 안리누나 용안 못 뵌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대만족했다. 원래 티켓 유선예약하려면 일본 내 주소지, 전화번호 있어야 하는데 배려해준 직원누나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인사 올린다.
아 그리고 여기 어떤 갤러가 자기 노래 갑자기 유명해진거 가수들도 알겠지? 하면서 물어본 글 봤는데 가수들도 다 알더라. 라스트 서머 위스퍼 부르기 전에 최근에 갑자기 여러곳에서 들린다고 코멘트함
중간에 기침해서 좀 놀랄 수도 있다 이기
귀가길.
안리누나한테 공연보려고 한국에서 좆빠지가 노가다뛰어서 돈모아가지고 왔다 말하고 싶었는데 눈에 띌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아쉬운 기분 품은 채로 집으로.
집 가기 전에 틴더 매칭녀가 타치카와 맛집 알려준 곳 가려고 했는데 이틀 답장 안했다고 매칭 취소했더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얌전히 숙소 와서 편의점도시락 까먹었다.
겨우 이틀 안했다고 매칭 취소하다니 사랑했다 나쁜년아.
끝내려고 했는데 이대로 글 끝내긴 밋밋한거 같아서 시티팝 관련 장소 간 사진이랑 영상 여행기 몇점 올린다
이곳은 골든가이. 바(bar)들이 모여있는 곳임
여긴 첫날 짐 놔두고 간 곳인데, 사실 시티팝 들으려고 골든가이 간건 아니고 그냥 우리학교 유학생이였던 애가 여기 좋다 그래서 생각나가지고 와본게 전부였는데
예쁜여자 없나 둘러보던 중 한 가게에서 타카하시 레이코 선셋로드가 흘러나오길레 손님 아무도 없는데 홀린 듯이 입성
이렇게 아저씨가 베이스 말아주신다 (영상 인터넷에 올려도 된댔음)
첨엔 좋았는데 태블릿으로 유튜브 켜서 트는 시스템이고 그 시대 음악 질문 몇개 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잘 모르는 눈치셨다. 약간 헤리티지는 부족한 느낌. 그냥 요즘 옛날노래 외국서 유행하니까 틀어두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그래도 베이스 말아주시는거 들으면 신기하고 재밌다
또 다른 바. 여긴 첫날 여러 바 돌아다니다가 내가 옛날가수 공연 보러왔다니까 바텐더가 추천해준 곳이다. 공연 끝나고 방문함.
대충 분위기 이렇다. 내가 자드노래 신청하려고 했는데 무려 자드노래는 CD시절 나온 '요즘노래' 라서 사실상 반려당한 근본력 넘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대신 신청한 마츠다 세이코 스위트메모리. 바 분위기랑 찰떡이라 찍어봄
여기서 안리 노래 신청해서 들으니까 자연스레 안리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는데 안리는 당시 그렇게까지 인기있는 가수는 아니였나 봄. 콘서트때 아줌마들한테 물어본 것 처럼 캣츠아이나 올리비아를 들으면서 이 두곡이 조금 유명했고 라스트 서머 위스퍼는 발매 당시에는 큰 임팩트는 없었다는 듯.
바텐더가 말하길 안리는 중간에 음악적 시도로 장르를 바꿨다가 크게 한번 말아먹은 흑역사도 있다 카더라. 당시 마츠다세이코 야마시타 타츠로 나카모리 아키나 이렇게 존나 유명했다고 한다.
여긴 나도 갤 념글보고 다녀온 곳인데 시부야의 타워레코드다
참고로 시부야에서 타워레코드랑 디스크유니온 잘 구분해서 찾아다녀라. 시부야에서 디스크유니온 찾다가 엉뚱한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 해멨는데 이왜진 식품코너에 자그만하게 진짜있음
(시부야 디스크유니온. 여기도 안누나 계신다.)
아무튼 도로 나와 다시 찾은 타워레코드. 시티팝코너에서 안누나 발견
안누나 좋아해서 앞에서 또 한컷.
청음코너에서 아무 헤드셋이나 집어들고 들어본 시티팝인데 좋아서 플리 추가하려고 찍어놓은 표지사진. 역시나 귀찮아서 추가는 안 했다.
글쓰면서 처음 확인했는데 오하시 준코구만
시간이 많이 떠서 클럽도 가봄
안에서 80만 유튜버도 보고 나는솔로 출연자도 보고 (난 몰랐는데 같이 놀다가 옆에 한국녀가 아는체해서 알게됨) 신기했음. 압구정 강남 가는거보다 유명인 더 쉽게 보는 듯. 안 가리고 다니니까
클럽에서 만난 사람이랑 시내구경도 좀 하고
시부야에서 말 걸어서 만난 사람이랑 축제에서 술도먹고 그러면서 비행기 뜨는 날 까지 얼레벌레 돈쓰면서 놀다
그나마 제일 싼 수요일 청주가는 비행기로 귀국. 청주행인데 25만원이였다. 휴가철이라 존나비쌋노 십
기차타고 마을버스타서 4시간만에 집에 잘 도착했다.
끗.
안리 좋아하면 은퇴하기 전에 한번 가보시라. 올해로 62세시란다. 정년 3년남으셨다
어캐끝내지. 축제영상 보고가라.
일본은 여름에 더워서 가면 안된다 어쩌구... 개소리라고 봄. 일본은 여름에 가야한다.
진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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