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들어서 9번째 일본행이다
현생을 살면서 일본에 자주 가는게 맘처럼 쉽지는 않은데, 그나마 일정이 길지 않으니 해보고 싶었던 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가끔씩은 좀 긴 휴식을 취하며 머리 속을 말끔하게 비우고 뭔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때가 온다
바로 이번이 그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원래 짧게 다녀오려고 했던 일정을 길게 연장해서 21일 아침 출발 30일 새벽 귀국이라는 8박 10일의 일정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제 나이가 먹었다고 저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최대한 음주를 자제하고 체력관리를 하면 또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출발 전부터 일정 짜기 힘들게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요즘 가장 핫한 신인배우 시라카미 에미카 (白上咲花) 이벤트의 참가권이 일찌감치 완매가 되었고 (그렇지 않은게 이상하긴 하지만), 도착 첫 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아사노 코코로 (浅野こころ) 이벤트 역시 완매가 떠버렸다
아사미야 라나 (朝宮ラナ) 이벤트도 완매 그리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사쿠라 와카나 (さくらわかな)는 진행예정인 이벤트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게다가 일정이 겹치지 않으면 모두 당연히 갔을 이벤트들이 일정이 완벽하게 겹쳐버리는 바람에 나나시마 마이 (七嶋舞)의 단독 공연이라든지, 우사미 미온 (宇佐美みおん)이 새로 결성한 아이돌그룹 EGOROID 프리데뷔공연 같은 굵직굵직한 이벤트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항상 원정이란건 이렇게 변수가 많지만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 난리통을 뚫고 지난번보다 더 재미있게 놀다 돌아오겠다
[1일차]
보통 일정이 짧으면 비행기 탑승하기 전부터 술을 때려 먹고 있었을텐데, 이번에는 체력관리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라운지에서도 기내식을 먹을 때도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기내식이 맛있는 경우가 별로 없으므로 평소같았으면 기내식도 안먹었을텐데, 첫날 일정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점심, 저녁 먹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억지로 욱여넣는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무슨 우여곡절을 뚫고 도쿄에 도착하든지 간에 스카이라이너에 앉아아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이 순간만큼은 기분이 최고다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에 우선 아이돌 공연을 하나 짧게 보고 갈 예정이라 신주쿠로 향한다
오래 머물 생각은 없고 KATA☆CHU, LIT MOON, 뮤푸리 (むーぷり) 3팀만 보고 호텔로 이동할 것이다
KATA☆CHU는 코로나 이전에만 몇 번 보고 코로나 이후에는 처음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데, 지금은 멤버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렌지색 멤버 아짱 (日向あちゃん)은 2022년 11월 SHIKASHI 졸업 직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무려 1년 9개월만의 재회다
너무 오랫만의 만남이라 아짱도 당황하는데, 나는 한 번 인사한 아이돌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에 한국 좋아하는 티를 팍팍내는 하늘색 멤버 시즈쿠 (しずく)하고도 한 장, 물판에서 자꾸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화이트 멤버 쿠루미 (綾咲くるみ)하고도 한 장
시즈쿠 저 친구는 아이돌로서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닐지 몰라도 무대에서나 물판에서의 태도를 보아하니 앞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아이돌 활동을 하겠구나 싶었다
사회인도 아주 아주 사소한 성실함의 차이가 평판을 가르는 경우가 있는데, 저 정도의 성실함이면 무엇을 해도 성공할 친구 같았다
LIT MOON에서는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사나 (白鳥沙南)가 있다
사나는 기획사 Amuse (BABYMETAL 성공시킨 그 회사)에서 운영하던 사쿠라학원 (さくら学院)이라는 성장기 한정 아이돌 유닛의 멤버였는데, 이 팀의 멤버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만 활동이 가능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무조건 졸업했어야만 했다
사나는 2018년 사쿠라학원 멤버가 되었고, 2021년 사쿠라학원이 폐교 (해산했다는 얘기임)할때까지 활동했었다
역시 어릴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귀여움이 남달랐는데, 그 꼬맹이가 벌써 19살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뮤푸리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멤버 소히 (そひ)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작년 7월에 보고 벌써 1년이 넘었는데, 그래도 나만큼 못생긴 오타쿠가 많지 않기 때문인지 한눈에 보고 기억을 해 줬다
일정 맞는게 이거밖에 없어서 캐리어끌고 공항에서 곧장 왔다고 강조하는 건 오타쿠와 아이돌간에 필요한 일종의 플러팅 기술이라고 해두자
이 뒤에도 아는 아이돌이 잔뜩 등장하지만 일단 미련없이 공연장을 나와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아키하바라로 이동한다
2019년 2월 "1억명이 사랑한 미소녀 (1億人が恋する美少女)"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프레스티지 전속데뷔한 AV배우 노노우라 논 (野々浦暖)의 릴리스 이벤트가 있다
프레스티지 전속 배우 이벤트이기 때문에 PRESTIGE APPAREL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역시 시작부터 분위기는 화기애애
의외로 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입에서 한국의 미남배우 이름이 하나씩 나올때마다 뭔가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국남자들 다 잘생긴 줄 아셨을텐데 제가 감히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 비를 뚫고 다시 신주쿠로 향한다
신주쿠 역에 비가 새서 지하신주쿠역이 난장판이 된 것을 보면서 공연장으로 향한다
오늘 저녁 지인과 약속이 있는데 약속시간 전까지 1시간 반 정도만 시간을 때우면 된다
그 중에서도 지켜보고자 했던 팀은 바부루파레토 (ばぶるぱれっと)와 AiVER.
바부루파레토 (ばぶるぱれっと)에는 히나 (星咲姫愛)라는 한국인 멤버가 있다
일본에서 대학 졸업하고 현지에 취업을 했다고 하는데, 회사에 허락받고 아이돌 겸업을 하고 있다고......
사실 데뷔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처음 공연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는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저 상태로 아이돌 활동 오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무대에서 여유도 생겼고, 아이돌 특유의 밝음도 장착해서 누가봐도 완벽한 아이돌로 성장해 있었다
AiVER.는 코로나 시기에 등장했던 레이메이노와카 (令名の和歌)가 2022년 11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그 멤버들을 주축으로 2023년 3월 시작한 팀이다
개인적으로 꽤나 좋아했던 팀인데 정작 그 팀의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AiVER.의 현멤버 4명은 모두 레이메이노와카 (令名の和歌)출신이다
팀이 바뀌면서 음악 스타일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멤버들 개개인의 그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많으면 멤버 전원과 한 장씩 찍는 것도 좋은데,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츠이 (唯野真椎) 하고만 찍고 공연장을 나온다
마츠이는 AiVER. 결성 전 솔로로 아이돌 활동할 때 따로 한 번 인사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지인은 일본 원정 전 한국에서 함께 술자리에서 일본 원정 계획 얘기 나누다 보니 일본에 머무르는 일정이 하루 겹치는 걸 알게되었다
그래서 밤에 함께 63ANGEL (BURLESQUE TOKYO의 새로운 이름)에서 쇼도 보고 술도 마시자는 약속을 하게 된 것이다
가부키초에서 만나 함께 택시를 타고 롯폰기로 이동했더니 아직 입장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
그래서 간단히 니혼슈 (日本酒)를 몇 잔 하고 입장을 했는데, 이것이 큰 패착이 된다
입장해서 샴페인을 홀짝 거리며 오시플랜 넣은 두 명, URARA와 MIREI의 인사를 받았다
여러번 얘기하고 있는데 URARA는 AV배우 카논 우라라 (花音うらら)의 댄서로서의 아이덴티티다
MIREI는 개인적으로 여기 소속 댄서 중에서 가장 비주얼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풀네임은 카미야마 미레이 (神山みれい)...... 댄서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워낙 인물이 뛰어나 그라비아모델이나 예능의 영역으로 활동을 넓혔다
이런 저런 대화중 URARA 입에서 “B.K.는 나뿐만 아니라 여러 여자들 다 좋아하고 다니잖아”라는 문제의 발언이 나왔는데...... 그건 맞는데 그래도 BURLESQUE 계열에서는 URARA가 이치오시란 말야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느낀건데 댄서들도 나처럼 못생긴 남자보다는 미모의 젊은여성 손님을 더 좋아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자주 다닌 나보다 함께 간 지인에게 훨씬 더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니, 나처럼 키작고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은 돈이라도 열심히 벌어야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지인이 공연 막판에 여긴 남자 댄서들이 없어서 아쉽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바로 위 PARTY ON에 가면 남자 댄서들이 있으니 그럼 여길 빨리 정리하고 위로 올라가자
수요일 밤이라 그런지 PARTY ON에 손님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테이블 주변에 댄서들이 모여서 우리끼리 흥청망청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문제는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니혼슈, 데킬라, 샴페인을 섞어 마신 바람에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여기서 샴페인 3병을 더 까는 바람에 아침부터 체력조절한다고 술을 안마시고 있었던 보람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분명히 3병째 샴페인을 까는 것 까지는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니 내가 댄서 엉덩이에 머리 기대고 졸고 있었던 모양인데 저런 것도 아무 기억이 없다
그렇게 첫날밤 나는 기억과 함께 신용카드를 분실했고, 지인은 아침 9시 비행기를 결국 못타고 낮 비행기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정신나간 년놈들......
긴 일정 소화하려면 체력관리 해야하는데 첫날부터 조졌네 이거......
[2일차]
주사용카드도 분실하고 체력도 분실하고 기억력도 분실한 상황에서 원정을 계속하려니 뭔가 찜찜함이 남지만 호텔에 누워서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린 다음 하라주쿠로 향한다
출발 직전에 갑자기 없던 이벤트가 하나 생겼는데, PRESTIGE APPAREL (AV레이블 PRESTIGE가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에서 5일 연속으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데, 2일차인 오늘의 일일점장은 카와이 아스나 (河合あすな)다
팝업스토어에서 2만엔 이상 물건을 사면 일일점장과 투샷을 찍을 수 있는데, 6월 초에 스즈모리 레무 (涼森れむ) 일일 점장 이벤트에 이어 두 번 째 참가가 되겠다
어차피 날이 덥고 습해서 가져간 티셔츠 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니 티셔츠도 몇 장 더 살겸 오픈시간에 맞춰 방문하여 1등으로 투샷을 찍는다
입고 있는 의상이 본인의 자랑거리인 가슴을 돋보이게 해주는게 아니라 아쉽지만, 정말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 미소의 소유자였다
대충 아키하바라로 이동해서 우동 한그릇하면서 해장을 하고 다음 이벤트 장소에 일찌감치 가서 대기한다
어제 저녁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치노세 아오이 (一ノ瀬あおい)의 릴리스 이벤트
이치노세 아오이는 2024년 7월 MOODYZ 전속으로 데뷔한 2003년생 AV배우이다
섹시하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대화하면서 웃는 모습이 너무 무방비적으로 천진난만해서 보호본능이 느껴지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최근 데뷔한 배우 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 같아서 보러왔다고 했더니 진심 즐거워하면서 한국 오고 싶다고......
이벤트장을 이동해서 이치카와 마사미 (市川まさみ)의 이벤트장으로 들어간다
SOD여자사원 출신의 AV배우가 많지만 솔직히 마사미를 제외하면 진짜 SOD 정직원으로 들어갔다가 데뷔한 케이스가 또 있을까?
다른 배우들도 SOD 사원증을 목에 걸고 근무했던 케이스는 많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데뷔 서사를 빌드업하기 위해 위장취업시킨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이벤트장 안에 대기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깜짝 놀랐는데,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아직 미성년자임이 확실한 딸을 데리고 와서 함께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마사미도 놀라서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당황하던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이벤트는 DVD 판매용 이벤트도 아니고, 마사미도 이미 AV배우 은퇴한 상태이며, 촬영 복장도 수영복이나 속옷이 아닌 평상복이니 미성년자가 오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긴 했다
AV배우가 AV와 상관없이 DJ의 자격으로 음악 이벤트에 참가한다는 것에도 부들부들하던 어느 나라가 생각이 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예전에 미카미 유아 (三上悠亜)가 허니팝콘으로 한국에 아이돌 데뷔를 하려던게 국내 여성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을 때, 해외팬들이 미카미 유아를 지지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나를 초청했던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모임의 절대 다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한국인인 나에게 물었던 질문은 이거였다
“같은 여성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한국 여성들은 그걸 못하게 막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그런 걸 여성주의라고 부른단 말인가?”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예전부터 에비스 마스캇츠 (恵比寿マスカッツ) 공연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 얘기하는 건 처음이네요하고 시작해서 마스캇츠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다
이제와서 하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얘기긴 하지만 2019년 쯤에 비공개적으로 에비스 마스캇츠 내한을 검토했던 회사가 있었다
물론 100% 적자가 예상되기에 엎어졌겠지만, 당시 그런 얘기도 하면서...... 마스캇츠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이렇게 배우들 만나러 일본에 오가는 인생이 되었다며 즐거운 대화를 짧게나마 나눌 수 있었다
또 부지런히 아사쿠사로 이동한다
오늘은 TIGHT라는 아이돌 활동과 아오노류세이군 (青の流星群)이라는 밴드 활동 병행하는 해리 (妃理) 생탄제가 있다
해리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이다
공연장에 들어가보니 나중에 생탄 주인공을 위한 특전회장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차례 해리의 공연을 봤지만 TIGHT 단독 공연도 처음이고, 아오노류세이군 공연도 처음이었다
이렇게 차분히 긴 시간동안 공연을 지켜보니 TIGHT 멤버들 개개인의 실력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특히 해리가 이런저런 재주가 많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연후 체키를 찍으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멋진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진심으로부터 올라오는 칭찬을 해주고 나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오늘 밤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싶었지만 밤이 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술을 먹을 수 있을만큼 체력이 충전이 되었다
호텔에 들러 한 번 더 샤워하고 나올 생각으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오빠”하고 부르는 것이다
돌아보니 SOMI가 출근 전에 뭔가 요기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SOMI : 어제 잘 들어갔어요?
나 : 나 근데 진짜 어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카드도 잃어버리고. 혹시 나 어제 뭐 실수한거 없어요?
SOMI : 그냥 잘 놀다가 갔는데요? 근데 카드 없어져서 어떻게 해요?
나 : 카드는 또 있으니까 괜찮아요. 오늘 밤에도 심심하면 또 갈지도 몰라요 ㅋ
호텔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길을 건너간다
원래 티아 (ティア)가 오늘 출근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온다고 하니 11시까지 가게로 나오겠다고 한다
요즘은 목요일에 손님이 제일 많다고 하는데, 금요일보다 목요일에 술먹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한국과 일본이 똑같은 모양이다
손님이 많아서 다들 정신이 없는 것 같았는데, 운이 좋은 것인지 가게가 배려해준 것인지 8층 제일 큰 방에 티아와 단둘이서 로테이션 없이 2시간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티아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에 기억나는거 몇 개만 공유해보면......
테이블에 향후 이벤트 출근하는 3명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나루세 코코미 (成瀬心美), 카노 유라 (架乃ゆら), 야요이 미즈키 (弥生みづき)가 그 3명이었다
그런데 카노 유라와 야요이 미즈키가 누군지 티아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코코미는 도저히 모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 치고)
되게 유명한 배우인데 정말 모르겠냐고 했더니 어느 시점 이후로 데뷔한 배우들은 거의 모른다고......
시미켄 (しみけん) 얘기가 나왔는데, 여배우들이 시미켄과 대화하는 걸 참 힘들어 한다고 한다
이유는 시도때도 없이 똥 얘기를 한다는 것인데, 시미켄이 자기와 대화할 때 “사람 똥을 먹을 때 공기가 접촉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항문에서 직접 입으로 넣으면 세균이 침투할 시간이 없어서 안전하다” 뭐 이딴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나도 황당해서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했는데, 시미켄과의 대화는 저딴 소리를 계속해서 듣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낮에 이치카와 마사미 이벤트에서 어린 딸과 같이 온 엄마 얘기를 꺼냈더니 티아도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거꾸로 나한테 그게 가능하냐고 되묻기에, 지금은 은퇴했고 복장도 건전했으며 AV와 관련된 프로모션도 없었으니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마무리했는데, 사실 낮의 그 광경은 배우들도 상상해본 적 없는 상황은 맞나보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무렵이 되었는데, 티아가 뭔가 좀 바쁜 틈에 시간을 낸 것 같아서 굳이 애프터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티아 : 사실 요즘 여러가지로 많이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좀 기분이 나아진거 같아요
나 : 사실 저도 요즘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이렇게 오랫만에 만나니까 또 열심히 할 힘이 나네요 앞으로 오랫동안 저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남아주세요
티아가 오는 길에 간단한 선물 하나 샀다고 컵하고 티를 건네줬다
아까 저녁에 SOMI도 만났지만, 이날은 PARTY ON의 간판댄서인 WACO의 데뷔 7주년 되는 날이다
오래는 못있겠지만 조용히 PARTY ON에 자리잡고 샴페인 한 병 홀짝대면서 공연을 지켜본다
아까 SOMI한테 들었는지 관계자들하고 다른 댄서들이 우르르 찾아와서 카드 잃어버린거 괜찮은지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카드는 다른 카드 있으니까 괜찮고요, 솔직히 나 오늘은 샴페인 이거 한 병 다 못마실 거 같은데 여러분들이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면서 다 마셔주세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몇 명의 댄서들이 잔을 들고와서 한 병을 비워버린다 ㅋ
어제도 분명히 팁을 좀 뿌린 것 같은데, 누구한테 얼마를 줬는지 하나도 기억이 없다
오늘은 SOMI하고 WACO한테 한 캔씩 선사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물러선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금요일, 토요일 밤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SOMI의 인스타 스토리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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