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업(SET UP)'. 말 그대로 상대에게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반복된 행위나 심어두는 장치를 의미한다. mma, 복싱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의 경기에서 셋업은 자주 볼 수 있는 요소이고 또 그만큼 효과적인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셋업의 예시로운 다음의 장면들을 들 수 있다.
지속적인 태클 시도 이후 자신의 하단페인팅에 몸을 낮춰 반응하는 마크헌트의 턱에 니킥을 적중시키는 베우둠의 모습
지속적인 바디잽 견제 이후 자신의 어깨 움직임에 가드가 내려간 스트릭랜드의 턱에 레프트 훅을 적중시키는 페레이라의 모습
그리고 현대 mma에서 이 셋업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고 잘 다루는 선수중 하나는 바로 'tj딜라쇼' 일 것이다. 흔히 딜라쇼 하면 많은 사람들은 일명 '뱅무에타이'를 떠올리겠지만, 딜라쇼는 대부분의 경기를 양쪽 스탠스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에서 기인하는 변칙적인 스탠스전환을 활용한 셋업으로 풀어나간다.
딜라쇼가 주로 활용하는 셋업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펀치셋업, 두번째는 킥셋업, 세번째는 테익다운 활용이다. 딜라쇼가 옥타곤에서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로 뽑히는 경기는 한때 p4p 랭킹 1위에 등재되며 수년간 무패의 극강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헤난바라오' 와의 1차전 경기이다.
이제 헤난바라오 와의 1차전 경기를 통해 딜라쇼가 보여준 셋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첫번째는 '펀치셋업'이다.
바라오는 딜라쇼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5라운드에 피니쉬 되기전 1라운드 후반에도 한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여기서 딜라쇼는 펀치를 적중시키기 위한 셋업으로 총 두가지의 세팅을 준비해왔는데, 바로 '하단페인팅 + 오른손 어퍼컷' 과 '상단페인팅+ 오른손 훅' 이다.
경기 초반부터 하단 페인팅 이후 오른손 어퍼를 시도하는 딜라쇼. 참고로 바라오는 평소 한손을 앞으로 뻗어 가드하는 무에타이식 롱가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가 들어올때 거리를 벌리는 경향이 있어 어퍼컷 자체를 적중시키긴 힘든 스타일이다.
계속해서 하단 페인팅+오른손 어퍼를 시도하는 딜라쇼
이번에는 두번째 세팅인 '상단페인팅+ 라이트훅' 이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애초에 상대를 적중시키기 위해 진심으로 뻗는 공격이 아니다. 가짜 앞손잽 이후 동작이 큰 라이트훅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바라오는 역시 무에타이 롱가드로 뒤로 거리를 벌리며 방어한다.
이번에도 상단 페인팅+ 라이트 훅을 날리는 딜라쇼. 이때 상대의 카운터에 대비해 라이트훅 이후 재빨리 사각으로 빠지는 딜라쇼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어진 1라운드 후반 바라오의 첫번째 다운 장면이다.
딜라쇼가 심어둔 세팅으로 인해 바라오는 딜라쇼가 오소독스 스탠스일때 하단페인팅이 들어오면 어퍼컷일 것이고, 상단 페인팅이 들어오면 라이트훅 이라고 예상 했을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애매한 중단 페인팅 이후 예상했던 어퍼컷이 아닌 라이트훅이 날라온다( 이때 아마 바라오는 어퍼컷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바라오는 롱가드를 살짝 아래로 내리고 거리를 벌려 어퍼컷을 피하려 했지만 가드가 비어있는 위쪽으로 들어오는 라이트훅에 맞고 다운을 당하게 된다.
두 가지의 단순한 펀치 콤비를 활용해 1라운드 부터 큰 다운을 얻어내는 딜라쇼의 셋업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단순한 동작일 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고 이용하냐에 따라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딜라쇼이다.
그리고 이어진 2라운드에서도 딜라쇼는 이 두가지의 펀치세팅을 계속 활용하였다.
2라운드에도 하단페인팅+어퍼와 상단페인팅+ 라이트훅 세팅을 쭉 이어나가는 딜라쇼
이번에는 1라운드와 다르게 상단페인팅 이후 라이트훅이 아닌 어퍼을 시도해보는 딜라쇼. 바라오는 상단 페인팅이 나오자 라이트훅 일것을 예상해 앞손 카운터로 대처하려 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이번엔 밑으로 어퍼컷이 들어온다. 딜라쇼의 이번 어퍼는 정말 상대의 턱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지만 바라오는 다행히 거리를 벌려 간신히 피해낸다.
딜라쇼가 이번에도 상단페인팅 이후 라이트훅을 시도하지만 이를 예상하고 방어하는 바라오의 모습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장면이다. 이제껏 하단 페인팅은 태클이 아닌 펀치 셋업으로 활용해왔던 딜라쇼 이기에 바라오는 태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딜라쇼가 진짜로 태클을 들어오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바라오는 테익다운을 잠시 허용하고 만다. (참고로 그동안 바라오의 테익다운 디펜스는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이렇듯 딜라쇼는 펀치 셋업을 활용해 바라오를 상대로 다운을 얻어내고 테익다운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는 '킥셋업' 이다.
딜라쇼는 사우스포, 오소독스 양쪽 스탠스에서 모두 킥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딜라쇼는 사우스포 일때는 주로 왼발 바디킥과 하이킥을 시도하며, 오소독스 일때는 오른발 레그킥 견제를 주로 시도한다. 이중에서 딜라쇼가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은 바로 왼발 바디킥 인데, 딜라쇼는 가까운 펀칭거리에서도 하이킥을 차기때문에 거리에 차이가 없어서 상대 입장에선 바디킥인지 하이킥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딜라쇼는 경기중 왼발 바디킥과 오른발 레그킥을 꾸준히 차주었다
왼발 바디킥에 이어 앞서 계속 활용했었던 페인팅+오른손 어퍼까지 연계하는 딜라쇼
이번에는 사우스포에서 왼발 하이킥을 올려보는 딜라쇼이다. 바디킥 거리에서 하이킥이 올라와 상대 입장에선 구분하기 힘들것이다
3라운드 중반 딜라쇼의 물 흐르는 듯한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공격이다. 사우스포에서 왼발 하이킥을 적중시킨 이후 오소독스로 전환해 이전에 보여준 콤비인 원투 라이트, 그리고 어느새 다시 사우스포로 전환하여 또 다시 원투를 적중시킨다.
이쯤되면 바라오의 입장에선 딜라쇼가 사우스포일때는 위협적인 바디킥과 하이킥 두가지를 경계할 것이고, 오소독스일때는 앞서 계속 시도했던 페인팅+ 어퍼컷 or 라이트훅 에 대해 경계할 것이다.
그러자 이제는 오소독스 스탠스에서 왼발 하이킥까지 시도하며 바라오의 머리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딜라쇼이다.
저 오소독스에서 스위칭 하며 왼발 하이킥은 딜라쇼가 애용하는 기술인데, 그렇기에 셋업에 가장 공을 들이는 동작이기에 보통 충분한 셋업을 심은 후인 경기 중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셋업 회수를 시도한다. 상대 입장에선 예측하기 힘들고 일반적인 사우스포 상태일때의 하이킥보다 거리가 더 가까워 반응하기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페레이라가 프로하츠카를 ko시킨 킥도 바로 이 킥이었다.
딜라쇼의 이 킥은 코디가브란트 와의 1차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자면
경기 시작과 함께 사우스포로 시작하는 딜라쇼. 사우스포에서 왼발 바디킥을 시도한다.
사우스포에서 낮은 왼발킥을 시도하는 딜라쇼. 이처럼 딜라쇼는 사우스포에서 주로 바디킥과 낮은 레그킥만을 뻗어주었다.
오소독스에서는 주로 레그킥 견제와 가끔씩 슈퍼맨펀치를 시도해보는 딜라쇼
오소독스에서 슈퍼맨펀치를 시도해보는 딜라쇼
이렇듯 딜라쇼는 가브란트와의 경기에서 의도적으로 사우스포일땐 낮은 바디킥을 주로 사용하였고 오소독스에선 레그킥 견제와 가끔씩 슈퍼맨펀치 정도만을 시도했다. 가브란트는 딜라쇼에게 사각이 잡히면 침착하게 그냥 뒤로 빠지는 방식을 택했기에 딜라쇼가 오소독스 스탠스에 있을때는 딱히 경계할것이 없었을 것이고 사우스포일때의 바디킥 정도만 주의했을 것이다.
그러자 딜라쇼는 경기중 처음으로 하이킥을 올려보며 그동안 의도된 낮은 바디킥과 레그킥 견제을 통한 셋업을 한번 회수하려고 시도하였다.
딜라쇼의 특기인 오소독스 스탠스에서 스위칭 하며 왼발 하이킥이다. 그러나 딜라쇼와 같은 체육관에서 훈련도 많이한 가브란트를 이를 예상인 했다는듯이 가볍게 보고 피해낸다.
딜라쇼 입장에선 이 오소독스에서의 왼발 하이킥이 가장 공을들인 셋업이었지만 이를 너무 빨리 회수하는 과정에서 가브란트가 가볍게 피해내어 허무하게 무산되는듯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딜라쇼는 여기서 다시 한번 셋업에 들어가는데 바로 태클페인팅이었다.
오소독스 상태에서 하단태클을 시도해보는 딜라쇼 (후에 있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이는 테익다운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오소독스 스탠스에서 하단태클 페인팅을 시도하는 딜라쇼의 모습
그리고 이어진 하이킥 적중 장면이다.
오소독스에서 지속적인 하단태클 페인팅으로 가브란트의 시선을 아래로 내린 딜라쇼가 이번엔 왼발 하이킥을 적중시키고 만다.
가브란트는 이미 딜라쇼의 오소독스에서의 왼발 하이킥 옵션을 간파하고 한번 피해내었지만 딜라쇼는 태틀 페인팅을 통해 다시 가브란트의 신경을 아래로 쏠리게 만들어 기어이 노림수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처럼 딜라쇼는 경기중 자신의 공들인 셋업이 무산되더라도 바로 다른 방식으로 셋업에 들어가는 그만이지 라는 식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 뒤의 피니쉬 장면이다.
사우스포에서 가브란트의 오른발을 먹어 사각을 잡으면서 펀치교환을 시도한다. 원래 이전에는 발이 먹히면 무리하게 펀치교환을 해주지 않고 뒤로 빠지던 가브란트였지만, 딜라쇼에게 왼발 하이킥을 맞고 난 후 경기가 딜라쇼 쪽으로 기우는듯 하자 이번엔 무리하게 펀치교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가브란트 입장에선 안그래도 오른발을 먼저 먹혀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오른손 라이트 교환은 당연히 사각을 잡고 사우스포여서 앞손이었던 딜라쇼의 주먹이 먼저 닿을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기습적인 하이킥으로 흐름을 자신쪽으로 가져온다음 자신의 특기인 상대의 사각을 잡으며 시도하는 펀치교환으로 경기를 끝내는 딜라쇼의 모습이었다.
다시 바라오전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피니쉬 장면을 보면,
왼발 하이킥 적중후 펀치러쉬로 바라오를 피니쉬 시키는 딜라쇼의 모습이다.
이처럼 딜라쇼는 변칙적인 스탠스 전환을 통한 상대의 사각 잡기와 펀치, 킥, 테익다운 이 세가지를 활용한 다양한 셋업을 통해 상대를 교란시킨 후 적중시킨 공격을 바탕으로 경기를 자신의 흐름으로 끌고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많은 팬들을 열광시키며 벤텀급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었다.
이런 딜라쇼 같은 선수는 절대로 옥타곤 바닥에 자유롭게 풀어두고 그가 하고 싶은데로 하도록 놔두면 안되는 유형의 선수이다. 딜라쇼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하였던 바라오, 가브란트, 존리네커 같은 선수들은 딜라쇼와의 경기에서 딜라쇼가 옥타곤을 자유롭게 활보하도록 놔두고 수동적인 경기를 펼쳤기에 그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딜라쇼가 커리어에서 고전했던 경기중에는 세후도와 샌드하겐 전이 있는데, 세후도는 딜라쇼 자신이 뭔가를 도모할 틈을 주지 않고 경기 시작과 함께 적극적으로 먼저 압박을 했기 때문이고, 샌드하겐은 딜라쇼 이상으로 스탠스 전환이 자유롭고 상대의 사각을 잡고 빠지며 아웃파이팅 하는데 능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샌드하겐 같은 타입의 선수는 타격만으로 피니쉬 시키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타입이긴 하다. 샌드하겐과의 타격전에서 확실히 우위를 보인 선수는 페트르얀이 유일했고 스털링은 샌드하겐을 그래플링으로 제압하였다)
이처럼 이번글에선 tj딜라쇼를 통해 종합 격투기에서의 셋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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