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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린이의 설악산 대종주 탈출기

ZEN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0 20:55:02
조회 13339 추천 35 댓글 73


설악대종주 가기전에 북알 3부 쓰려고했는데 결국 산행이 더 빨랐음

기다리는 등붕이들에겐 그저 미안할따름


쨔쟌~ 대신 생생한 설악대종주 후기를 쪄왔습니다!


아아... 이걸로 모든게 '용서' 된다




보통의 설악산 종주는 하계 오픈시간 새벽3시에 맞추기 위해


전날 밤 11:50에 사당역에서 버스 출발하지만


설악대종주는 18시간 주는 산행이라 전날 밤 9시에 출발한다


설악산의 핵심 개꿀 능선인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한번에 탈 수 있는 경험은


등린이에게 있어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슬프게도 이번 토요일이 출근이라 퇴근하면서 짱개집에서


깐풍기랑 탕수육 대자 시켜서 막걸리 곁들여서 다 먹음


산에 가기전에 에너지 충전이 중요하다.



저녁을 다 먹었으면 누워서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짐싸서 지하철 올라탐


9시가 되니 버스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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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0분에 도착한 남교리


럭키 비무장공비들이 내린다


이사람들에게 총한자루 쥐어주면 그게 무장공비임


다들 딱봐도 산에서 날아다니게 생겼다


시대를 잘 타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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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교리 시작지점


다행히 감시나온 국공 직원이 없어서 바로 시작할수 있었음


공식적인 설악산 하계 입산시간은 새벽 3시다


국공 직원 있었으면 얄짤없이 3시까지 기다려야함



근데 보통 남교리는 잘 안나온다


(지리산 화대종주도 화엄사에 감시나오는 국공직원 거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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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출발한 선두그룹


지난 북알에서 만난 아재를 만나서 얼떨결에 동행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분이 트런에 마라톤까지 다 하는 개물이었던것


따라가면서 체력게이지가 급속도로 깎이는게 느껴짐


미친사람들이 서서히 오르막길인데 평속 4 이상으로 꾸준히 가더라


낙오 안되게 계속 따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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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보는 복숭아탕


남교리쪽 입산은 처음이라 멋모르고 지나갔다


날씨는 24도라 시원하긴한데 바람이 없어서 춥진않고 좀 더웠음


중간중간 가져온 얼음물 벌컥벌컥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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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가까워지는 대승령


대승령까지는 길이좋아서 개물들은 2시간 이내로 지나간다.


나는 선두그룹이랑 슬슬 멀어지면서


서서히 배가 아파오기 시작함


아마도 전날 먹은 깐풍기와 탕수육이 소화되던중 얼음물과 만나 안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것 같다...


아 이거 조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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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반만에 도착한 대승령


남들은 팔자좋게 간식을 꺼내먹고있지만


이때부터 괄약근이 내 제어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화장실이 전혀 없는 서북능선구간 초입이라


내면의 무수한 충동과 싸워야했다


최신 화장실을 갖춘 희운각 대피소까지 남은거리 20 km


과연 나는 산행도중 끝까지 인간성을 유지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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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절벽에 매달려서 한발 뺐다


나는 이제 한마리의 참피가 되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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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축축한 서북능선


사진을 찍을 여유는 커녕 발걸음을 멈출때마다 발밑으로 해병 짜장이 흘러나온다


더이상 괄약근을 통제할 수 없다


돌겠네


이제 사람들을 최대한 피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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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떼기 청봉 가는길에 동이터버림


힘들고 나발이고 순전히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최악의 서북능선 경험으로 남아버릴듯


선두그룹과는 이제 1시간 이상 차이가 나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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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참피짓과 알바로 이제 공룡능선을 탈 생각은 깔끔하게 날아가버렸다


남은 산행 최대한 덜 지리는게 내 목표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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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 너덜길 다들 좋아하던데 진짜 길 조옷타~


북알프스가 선녀로 느껴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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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삼거리


산행 시작 후 9시 30분이다


선두는 이시간에 희운각 통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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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탈할 수 있는 장수대, 한계령 볼때마다 진짜 탈출할까 말까 오백번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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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갤에는 곰탕을 부르는 자가 존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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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능선 끝나는데 11시간 걸림


원래 11시면 희운각에 도착해있어야 공룡능선에 도전할 수 있고


설악대종주를 완주할 수 있다


11시에 중청 삼거리 도착한 등린이에겐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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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 대피소 공사판 옆에서 가져온 도넛과 방울토마토를 까먹는다


뭔가 먹으면 30분내로 다시 나온다는걸 알지만


해탈해서 그런지 걍 먹음


이미 지나온 봉우리마다 나의 흔적이 가득하다...


30분 쉬다가 대청도 안올라가고 바로 희운각으로 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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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 도착한 기념으로


한발 뻈음


님들은 수풀 옆길로 절대 들어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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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간 지나서 희운각 도착


가져온 물 다마셔서 2L 한병 구매함


희운각 다람쥐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천지인데


사람한테 뭐 달라고 달라붙는거 소름끼침...


나한테도 3마리 붙어서 양폭까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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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뭔데 발 딛을 곳마다 버티고 서있냐?


가오가 몸을 지배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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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으로 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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ㅗㅜㅑ 나무 씹;;


돌아버린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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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비가 많이 왔는지 전체적으로 수량이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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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에 오니 오후 2시 반


이제 설사는 거의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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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비선대 통과함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괴로운 종주 였음...


내가 등산하면서 약 먹는거 싫어하는데


(쥐난다고 근육이완제 먹고 마그네슘먹고, 고산병 온다고 비아그라먹고, 심장 떨린다고 우황 청심환 먹는 사람들 진짜 많이 보임)


반창고랑 지사제(설사약)는 꼭 갖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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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가 와선대에서 발 담궜는데 물 개차가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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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천불동 하산해서 기분좋게 소공원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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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km 짜리 를 32 km 만 탄거라 고작 4 km 절약한거 아님? 할 수 있는데


개빡센 길 9 km 제끼고 엄청 편한길 5 km 선택한거임


공룡 들어갔으면 집에 못갔음 ㅋㅋㅋ


설악대종주는 다음번에 또 도전하기로 하고


자러간다 ㅅㄱ링~



마시다 


물 500 ml 8병

커피 500 ml 2병

바나나우유 500 ml 2병


먹다 


밤양갱 1개

도넛 2개

방울토마토 15알



출처: 등산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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