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대종주 가기전에 북알 3부 쓰려고했는데 결국 산행이 더 빨랐음
기다리는 등붕이들에겐 그저 미안할따름
쨔쟌~ 대신 생생한 설악대종주 후기를 쪄왔습니다!
아아... 이걸로 모든게 '용서' 된다
보통의 설악산 종주는 하계 오픈시간 새벽3시에 맞추기 위해
전날 밤 11:50에 사당역에서 버스 출발하지만
설악대종주는 18시간 주는 산행이라 전날 밤 9시에 출발한다
설악산의 핵심 개꿀 능선인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한번에 탈 수 있는 경험은
등린이에게 있어서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슬프게도 이번 토요일이 출근이라 퇴근하면서 짱개집에서
깐풍기랑 탕수육 대자 시켜서 막걸리 곁들여서 다 먹음
산에 가기전에 에너지 충전이 중요하다.
저녁을 다 먹었으면 누워서 한시간 정도 뒹굴거리다 짐싸서 지하철 올라탐
9시가 되니 버스는 출발한다
11시 50분에 도착한 남교리
럭키 비무장공비들이 내린다
이사람들에게 총한자루 쥐어주면 그게 무장공비임
다들 딱봐도 산에서 날아다니게 생겼다
시대를 잘 타고난 사람들
남교리 시작지점
다행히 감시나온 국공 직원이 없어서 바로 시작할수 있었음
공식적인 설악산 하계 입산시간은 새벽 3시다
국공 직원 있었으면 얄짤없이 3시까지 기다려야함
근데 보통 남교리는 잘 안나온다
(지리산 화대종주도 화엄사에 감시나오는 국공직원 거의 없음)
12시에 출발한 선두그룹
지난 북알에서 만난 아재를 만나서 얼떨결에 동행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분이 트런에 마라톤까지 다 하는 개물이었던것
따라가면서 체력게이지가 급속도로 깎이는게 느껴짐
미친사람들이 서서히 오르막길인데 평속 4 이상으로 꾸준히 가더라
낙오 안되게 계속 따라감
밤에 보는 복숭아탕
남교리쪽 입산은 처음이라 멋모르고 지나갔다
날씨는 24도라 시원하긴한데 바람이 없어서 춥진않고 좀 더웠음
중간중간 가져온 얼음물 벌컥벌컥 마심
서서히 가까워지는 대승령
대승령까지는 길이좋아서 개물들은 2시간 이내로 지나간다.
나는 선두그룹이랑 슬슬 멀어지면서
서서히 배가 아파오기 시작함
아마도 전날 먹은 깐풍기와 탕수육이 소화되던중 얼음물과 만나 안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것 같다...
아 이거 조졌는데
2시간 반만에 도착한 대승령
남들은 팔자좋게 간식을 꺼내먹고있지만
이때부터 괄약근이 내 제어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화장실이 전혀 없는 서북능선구간 초입이라
내면의 무수한 충동과 싸워야했다
최신 화장실을 갖춘 희운각 대피소까지 남은거리 20 km
과연 나는 산행도중 끝까지 인간성을 유지할수 있을까...
미안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절벽에 매달려서 한발 뺐다
나는 이제 한마리의 참피가 되어버린 것
어둡고 축축한 서북능선
사진을 찍을 여유는 커녕 발걸음을 멈출때마다 발밑으로 해병 짜장이 흘러나온다
더이상 괄약근을 통제할 수 없다
돌겠네
이제 사람들을 최대한 피해야한다
귀떼기 청봉 가는길에 동이터버림
힘들고 나발이고 순전히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최악의 서북능선 경험으로 남아버릴듯
선두그룹과는 이제 1시간 이상 차이가 나버림
몇번의 참피짓과 알바로 이제 공룡능선을 탈 생각은 깔끔하게 날아가버렸다
남은 산행 최대한 덜 지리는게 내 목표가 됨
서북능선 너덜길 다들 좋아하던데 진짜 길 조옷타~
북알프스가 선녀로 느껴짐 ㅋㅋㅋ
한계령 삼거리
산행 시작 후 9시 30분이다
선두는 이시간에 희운각 통과하고 있음
중탈할 수 있는 장수대, 한계령 볼때마다 진짜 탈출할까 말까 오백번 고민함
등갤에는 곰탕을 부르는 자가 존재하며....
서북능선 끝나는데 11시간 걸림
원래 11시면 희운각에 도착해있어야 공룡능선에 도전할 수 있고
설악대종주를 완주할 수 있다
11시에 중청 삼거리 도착한 등린이에겐 다음 기회에....
중청 대피소 공사판 옆에서 가져온 도넛과 방울토마토를 까먹는다
뭔가 먹으면 30분내로 다시 나온다는걸 알지만
해탈해서 그런지 걍 먹음
이미 지나온 봉우리마다 나의 흔적이 가득하다...
30분 쉬다가 대청도 안올라가고 바로 희운각으로 향함
소청 도착한 기념으로
한발 뻈음
님들은 수풀 옆길로 절대 들어가지마라
13시간 지나서 희운각 도착
가져온 물 다마셔서 2L 한병 구매함
희운각 다람쥐들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 천지인데
사람한테 뭐 달라고 달라붙는거 소름끼침...
나한테도 3마리 붙어서 양폭까지 따라왔다
애는 뭔데 발 딛을 곳마다 버티고 서있냐?
가오가 몸을 지배하는거임?
공룡으로 가면 안된다...
ㅗㅜㅑ 나무 씹;;
돌아버린거냐...
전날에 비가 많이 왔는지 전체적으로 수량이 풍부했다
양폭에 오니 오후 2시 반
이제 설사는 거의 안나온다
4시에 비선대 통과함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괴로운 종주 였음...
내가 등산하면서 약 먹는거 싫어하는데
(쥐난다고 근육이완제 먹고 마그네슘먹고, 고산병 온다고 비아그라먹고, 심장 떨린다고 우황 청심환 먹는 사람들 진짜 많이 보임)
반창고랑 지사제(설사약)는 꼭 갖고 다녀라...
내려오다가 와선대에서 발 담궜는데 물 개차가움 ;;
그래도 천불동 하산해서 기분좋게 소공원 엔딩
36 km 짜리 를 32 km 만 탄거라 고작 4 km 절약한거 아님? 할 수 있는데
개빡센 길 9 km 제끼고 엄청 편한길 5 km 선택한거임
공룡 들어갔으면 집에 못갔음 ㅋㅋㅋ
설악대종주는 다음번에 또 도전하기로 하고
자러간다 ㅅㄱ링~
마시다
물 500 ml 8병
커피 500 ml 2병
바나나우유 500 ml 2병
먹다
밤양갱 1개
도넛 2개
방울토마토 15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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