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쥐, 영미권에서 흔히 레밍이라고 불리우는 이 작고 하찮은 설취류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일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햄스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 설취류 답게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 말고는
종 자체의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유명한 생물 중 하나임.
왜냐하면 해당 동물이 바로 자살을 하는 동물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퍼졌기 때문임.
이 이야기를 잠깐 설명해주자면
나그네쥐 무리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면 이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무리가 이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무리는 바다나 절벽을 향해 이동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바다나 절벽에 집단으로 떨어져서 자살을 한다는 이야기임.
당시에 일부 학자들은 이들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방식.
즉, 동물들이 자살을 해서 무리 내 먹을 입들을 줄여
남은 무리가 생존하게 하는 고도의 생존 전략이라는 등
여러 이론을 제시했지만 명쾌하게 해당 현상을 해석하지 못했고
2024년, 현재까지도 생물학자들은 이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 알아내지 못했음.
왜냐면 애초에 나그네쥐가 자살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개소리였기 때문임.
캐나다의 생물학자 치티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이러한 레밍의 행동 패턴을 오랫동안 연구하다 답이 없자
오래된 문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됨.
그건 바로 1958년 이전에 나온 레밍의 자살과 관련된 논문, 사료, 목격담을 싸그리 긁어모아 검색해보니
달랑 '2건'이 검색되었다는 것.
이 중 1530년대에 기록된 내용에는
레밍이 폭풍우 치는 날에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이후 이들이 대량으로 죽었다는 내용이 있으나
이 내용은 폭풍에 레밍이 날라가는 것을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이해한 것으로 판명났으며
에스키모의 목격담도 흔히 퍼진 절벽, 바다에 떨어져 자살한다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엄청 멀었다고 함.
즉, 레밍이 바다, 절벽에 빠져서 자살한다는 이야기는 1958년 이후로 의도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
1958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1958년, 디즈니는 White Wilderness라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개봉해서
엄청난 흥행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음.
특히 해당 다큐멘터리가 여러 학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디즈니 제작팀이 그동안 학계에서도 몰랐던
레밍이 바다, 절벽에 빠져서 자살한다는 그런 장면을 포착해냈다는 것이었고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살을 한다는 점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었다는 평.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몇몇 생물학자들이 의아함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오랜 조사 끝에 해당 다큐멘터리는 전부 조작이었음이 밝혀짐.
여러 학자들과 방송국이 탐사보도한 결과, 촬영지는 레밍의 서식지인 스칸디나비아도 아니었고
디즈니가 레밍들을 엄청나게 사온 다음에 캐나다의 한 절벽에서 촬영한 것이었고
재밌는 장면을 건지기 위해서 레밍 무리를 바다로 밀어넣으면서
"자살을 하는 생물이 있다?!" 라고 했던 것..
사실 레밍을 포함한 일부 동물들이 강이나 바다에 빠져서 집단으로 죽는 상황 자체는
종종 발생하는 자연현상 중 하나인데,
이는 단체로 무리를 지어 이주를 하다가 길을 잘못 든 개체들이 위치를 바꾸기 못하게 되면서 죽게 되는 것임.
디즈니가 주장하던 것 처럼 저렇게 집단적으로 자살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던 현상임.
(현재 알려진 바로는 모든 레밍이 이주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며, 애초에 레밍들은 수영을 할 수 있기에 무력하게 죽는 경우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함)
디즈니가 저렇게 가끔 발생하는 자연 현상을 방패삼아 인위적으로 물에 빠뜨려 집단으로 죽인 영상을 찍어냈다는 사실에
과학계와 동물학계는 당시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음.
1958년도에 저지른 일임에도 2020년대까지 소환되어 쳐 맞을 정도로
디즈니 100년 역사에 남을 흑역사 중의 흑역사이지만..
사실 이러한 사실 관계보다는
디즈니가 1958년에 찍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보다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인 레밍이 자살하는 동물로 알게 됨.
이러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믿었던 사람 중에는
DMA 디자인의 자랑스러운 첫 번째 직원이자
이전에도 여러 게임을 개발했던 적이 있던 마이크 데일리도 있었음.
그는 1989년에 출시한 '블러드 머니'의 후속작, 또는 자사의 차기작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하다가 한 가지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됨.
당시 DMA 디자인이 게임 개발에 주로 쓰던 '디럭스 페인트'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다가
간단하면서도 위태롭게 움직이는 모습으로 꽤나 중독성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의도치 않게 발견하게 되었고
이와 관련해서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함.
이러한 위태롭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플레이어가 관여하지 않으면 해당 캐릭터들은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라는 컨셉을 집어 넣게 되었고
러셀 케이,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함.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을 할지 오랜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본 유명 다큐멘터리에 나온 자살하는 동물, 레밍을 떠올리게 되면서
해당 캐릭터들의 이름을 래밍으로 붙이고 의인화된 동물 느낌으로 디자인이 됨.
등장하는 레밍들이 자살하지 않도록 플레이어가 조작하면서 목적지로 이끄는 게임,
고전 명작 레밍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음.
초반에는 쉽지만 갈수록 매우 어려워지는 난이도, 꽤나 쉬운 커스텀 방식으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DMA 디자인 개발자들은 나중에 레밍들이 사실은 자살을 하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나 충격받았다고 함.
당시 유명했던,
자살하는 동물이라는 레밍의 이미지 + 그리고 레밍즈의 뛰어난 게임성으로 DMA 디자인은
당시 급부상하는 게임사로 유명해지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DMA 디자인이 개발한 게임들의 IP는 전부 유통사 '사이그노시스 게임즈'가 보유하고 있었고
레밍즈가 출시되고 2년 뒤에는 소니가 이들을 인수하면서
DMA 디자인은 IP도 뺏기고 자금줄도 잃어버리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림...
그렇게 이들은 직접 자금줄을 구하고 게임을 출시할 플랫폼을 선정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다니게 됨.
그래도 레밍즈로 유명해진 덕분인지
DMA 디자인은 닌텐도와 접촉하는데 성공, 결국 닌텐도 전용 게임을 개발할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개발까지 이어졌는데
중간에 게임을 확인하러 온 닌텐도 측에서는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기에, 폭력의 수위를 조절할 것을 제안했으나
DMA 디자인은 지속적으로 닌텐도가 간섭을 하는 것에도 불만이 있었고
자사 게임의 폭력 수위를 조절할 생각이 없었기에
견해 차이로 인해 닌텐도와의 동행은 순식간에 끝나게 됨.
DMA 디자인은 닌텐도와 협력 개발하던 프로젝트를 전부 폐기하고
얼마 없는 자본을 긁어모아 완전히 우리만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신작을 개발하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1997년에 세상에 출시됨.
그 게임은 바로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GTA 였음.
참고로 1958년에 레밍들을 사와서 절벽에 밀어 죽이면서
자살하는 동물이라는 가짜 뉴스를 만든 디즈니는
왜 2020년대까지 와서도 욕을 먹는지 궁금할 사람이 있을텐데
단순하게
2024년까지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임.
물론 오랜 세월 동안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자
이러한 논란에 무조건 침묵할 수 없다보니
비교적 최근에 월트 디즈니 박물관에 해당 작품과 관련해서
"해당 장면은 디즈니측의 허락을 받고 촬영된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만 추가 시켰다고 함.
요약
1. 디즈니가 1958년에 레밍은 자살하는 동물이라는 허위 사실, 가짜 뉴스를 제작함
2. 이후에 생물학자들이 가짜 뉴스라는 사실을 밝혀냄.
3. 다만 해당 가짜뉴스를 담은 다큐가 엄청 흥행하면서 미칠듯이 퍼졌지만 팩트는 상대적으로 묻히게 됨.
4. DMA 디자인의 개발자들도 위태롭게 움직이며 플레이어가 관여하지 않으면 자살한다는 재밌는 아이디어로
후속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의 영향을 받아 레밍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게임 이름도 레밍즈가 됨.
5. 다큐로 퍼진 레밍의 이미지 + 뛰어난 게임성으로 엄청나게 흥행하고보니 IP 뺏기고 돈줄 사라짐.
6. 마지막 영끌해서 만든 겜이 G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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