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에 이미 잠에서 깬 상태였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룻동안 300km 이상 탄적은 거의 4개월만이라 생각보다 안장통이 심했다.
비록 샤모어 크림을 첫날 바르는걸 까먹었지만 미리 보내두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둘째날 코스는 280km / 2200m 정도로 부산을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코스가 비교적 짧고, 어려운 업힐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쉬울 것으로 예상했다.
체인 오일링을 하고 8시 30분에 모여서 아침 먹을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뼈다귀 해장국집을 찾고 주문을 했는데 핸드폰을 숙소에 두고옴…
야간 주행으로 영천에 도착해서 숙소가 어디인지 헤매다가 20분 가량 허비한다음 다시 되찾아서 왔다.
아침을 챙겨 먹으니 9시 30분이 살짝 안되었다.
자기전에 숙소에서 머드가드를 떼냐 붙이냐로 토의하다가 결국 붙여서 가기로 했는데, 그 토의가 무색할 정도로 아침에 화창했다.
전날 렌즈를 오래끼다보니 눈이 너무 아프고 불편해서 그냥 안경 쓰고 주행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옆에는 탈레반임?
경치가 정말 좋았는데 시카고의 상태가 좀 좋지 않은지 페이스를 따라오지 못했다.
바람이 살짝 역풍인거 같았는데, 힘들어서 그런지 순풍이나 역풍이나 체감을 잘 못하겠더라.
경치가 진짜 좋았다.
시카고의 컨디션도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나도 안장통이 극심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샤모어 크림을 덕지덕지 발라서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상태일 뿐이었다.
안장통 때문에 dnf하는 사람도 있었다는데 그게 내가 될까봐 두려웠다.
아니 솔직하게 갤에도 안올리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탔으면 포기했을듯 싶다.
올여름이 얼마나 길었길래, 10월달인데도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상태더라.
오늘 타는 업힐중 가장 높은 업힐인 인내산
부산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끽해야 8%를 넘지 않는 쉬운 업힐이다.
정상까지 후다닥 올라와서 바나나를 하나 먹고 다운힐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 코스는 왔던길을 그대로 역방향으로 와야하는 코스인데, 인내산을 내려가면서 경사도가 -20% 까지 찍히더라.
역방향으로 이딴 업힐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사실에 다소 아찔해졌다.
10시 40분경 CP5 경주국립공원 도착
날씨는 좋았는데 얼굴 빛이 정말 좋지않았다 ㅋㅋ
안장통도 힘들었고, 시카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텐션이 제법 내려간 상태였다.
니가 선택한 SBS다.
경치가 좋다는 얘기밖에 없는거 같은데, 진짜 좋았음
올해 라이딩했던 날씨중에 가장 맑았던 날이라고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경주라는 도시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경주 시내까지는 관광객들로 인해 차량이 다소 많았는데 살짝 도심을 벗어나니 금방 한적해졌다.
포석정 지나고 울산광역시 도착
경치가 좋다 x n
12시 30분, 60km 지점
가다가 중국집이 하나 보여서 시카고가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속이 살짝 좋지 않은거 같아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렇게 다시 식당을 찾아서 조금 주행하다가 오리주물럭집이 보여서 들어갔다.
메뉴 나오는 시간이 엄청 오래걸리길래 ‘아 잘못 선택했다’ 싶었는데 밑반찬 보고 그런 생각이 바로 사라졌다.
밥 한공기 더 추가해서 반공기씩 나눠먹으려 했는데, 사장님이 순대까지 서비스로 주셔서 맛있게 먹고 왔다.
밥 먹고나서 조금 타다보니 머드가드의 필요성을 아예 못느껴서 편택을 통해 집에 보내는것으로 결정했다.
머드가드를 포장할 박스가 없어서 밖에서 굴러다니는 상자 2개를 어떻게 잘 주워와서 보냈다.
점심 후, 수상한 업힐과 -12% 이상이 찍히는 수상하게 긴 다운힐을 내려가고… 태화강 자도로 진입
그렇게 쭉 달리다가 중간에 2차선 공도를 주행하는데, 차랑 트럭 통행량이 너무 많아 사진 찍는걸 아예 포기했다.
경치가 비슷비슷하면서 그렇게 예쁘지 않기도 했고…
14시 40분, 약 90km 지점
회야강이라는 곳인데 양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강이더라.
9시 30분부터 7시간을 주행해서 90km 밖에 못왔기에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밥 먹는시간이랑 편의점 택배 보내는데 시간을 꽤 허비했기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 주행해 나갔다. 실제로 거의 2시간 가량을 소비하기도 했고…
이전 사진의 마지막 전신주에서 우회전을 하면 바로 15%가 넘는 짧은 깔딱이 나오는데, 끌바하길래 바로 사진 ㅋㅋ
여기 구간이 낙타등이 매우 심해서 욕하면서 탔다.
사람이 별로 없길래 시골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여기도 울산이더라.
타면서 머리속엔 2가지밖에 없었다. '경치 좋다' '안장통 좆같다'
바람이 슬슬 강해지더니 어느덧 바다 인근에 다다른걸 체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오른쪽에 저 다리보고 광안대교인줄 알았음…
근데 생각해보니 광안대교는 완전 남쪽에 있는걸 깨닫고 아닌걸 알게됨;
본격적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 정차해서 찍고 싶기도 했는데 어차피 다음 CP가서 찍을꺼니까 일단 페달링 ㄱㄱ혓
앞에 랜도너 팩이 있길래 최대한 붙어서 가려 했으나, 미친 강풍으로 금방 찢어졌다.
CP까지 1km!
15시 45분, 115km 지점 6번째 CP 간절곶 도착.
여기 도착하고 바다를 보니 감격에 젖었는데, 부산까지 22km나 더 가야한다는 사실도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와 이틀만에 거의 부산까지 다왔네’
‘아 근데 시발 아직도 절반을 안왔네…’
욕이 안나올순 없더라
직접 봤을땐 진짜 이뻣는데, 사진으로 보니 뭔가 감흥이 조금 덜하네.
이것도 눈으로 봤을땐 정말 웅장하면서 묘한 느낌이 있었지만 사진은 좀 아쉽네
라이딩할때 좋은 풍경을 자주 보지만, 바로 카메라에 담을수 없는게 아쉽더라
수상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나서
16시 40분경, 부산 자전거 도로(좌광천) 입갤
그전 갈림길에서 시카고랑 잠깐 갈려서 각자 알아서 부산 CP까지 오기로 결정함
17시, 140km 지점 CP7 부산 mikebike 도착
드디어 SBS에서 SB 탔다…
왔던길을 그대로 다시 되돌아가긴 해야하지만, 절반이나 탔다는 마음에 안도감을 살짝 느끼긴 했다.
하지만 당장 오늘 140km 타는데 7시 반이나 걸렸기에, 최소 4시에 숙소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어 살짝 암울했다.
근데 짐 찾으려면 어차피 숙소 가야됨 ㅋㅋㅋㅋㅋㅋ
밥을 여기서 먹을순 있었지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가볍게 보급을 하고 저녁을 19시에 먹는 것으로 서로 합의했다.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BS
17시 50분
부산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고 보니 해가 뉘였뉘였 저물기 시작했다.
바다에는 산책 나온 가족, 연인분들이 많았는데 우린 뭐하고 있지 ㅋㅋ
바다 배경으로 셀카 하나 찍었는데 초점도 안맞고, 뒤에 저 쓰봉 뭐임…
다시 돌아가면서 업힐을 올라가는데, 내가 이런곳을 내려왔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 사진 직후…
펑크 입갤;
수상한 쇳소리가 나더니 바로 펑크가 났다.
사실 이때 화는 하나도 안났고 념글 갈 생각에 신났음. 미친놈인듯;
tpu 써서 펑크난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건 사이드월이 세로로 찢어진거라 부틸이어도 터졌고, 튜블리스였으면 dnf 각이었음.
여튼, 파크툴 타이어 패치로 붙이려는데 한 랜도너분이 그거보다 지폐가 더 좋다고 하시더라.
이때 이분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돈쓴게 더 좋겠지 하면서 타이어 패치로 붙이고 tpu로 다시 갈아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될까봐, 시카고는 먼저 보내고, 15분 정도후에 마무리 후 다시 출발했다.
손이 더러워져서 물통으로 닦으려고 하는데 ㅅㅂ 부산 CP에 물통을 두고 온걸 깨달았다.
이미 15km나 와서 다시 갔다오면 30km나 걸리기에 편의점에서 500ml 물통을 사면서 가기로 결정했다.
약 19시경, 160km 지점 CP8 간절곶 재도착.
템포로 밟으면서 제법 빠른 속도로 시카고 뒤를 쫓았다.
이날까지만 해도 안장통만 심했기에, 페달링 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펑크 수습하느라 해가 그사이에 져버렸다.
잠시 정차하고 찍은건데 초점이 안잡혔네
잠깐 편의점에서 물 한통 구매하고, 빠르게 뒤쫓았다.
19시 40분, 내려올때 봐두었던 거리에서 저녁으로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속이 좀 안좋았는데, 저녁쯤 되니 속이 다시 괜찮아져서 먹기로 했다.
저녁을 빠르게 먹고 나왔는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매우 추웠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방한 장비를 다시 챙겨입고, 바나나와 함께 다시 출발했다.
내려올땐 좋다고 신나게 내려온 업힐;
14시쯤 도착했던 회야강
무슨 앨범 커버같네
이 뒤로, 다운힐 직후에 GPS 오류로 인해 시카고가 사고날뻔했다.
다행히 브레이크랑 스키딩을 잘 활용한 제동으로 무사했다.
최근 2주간 낙차 2번한 제가 할말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은 무조건 다운힐 조심하세요...
역방향은 대체로 업힐은 경사가 제법 있지만, 다운힐은 길게 보장이 되는 편이라 오히려 더 쉽게 느껴졌다.
21시 30분, 2차 펑크 발생.
파크툴 타이어 패치에 있는 접착제가 녹고 tpu에 붙게 되면서 그로 인해 펑크가 났다.
tpu 때문에 펑크가 나긴 했는데, 아까전에 지나가시던 랜도너분 말대로 지폐를 넣었으면 별일이 없었을거다…
시간이 늦었기에 시카고는 사진만 찍으라 하고 먼저 보냈다.
부틸로 장착하고 싶었는데, 문제는 가져온 부틸 튜브 길이가 60mm 짜리라 림이랑 호환도 안되었다.
tpu 튜브가 여분으로 3개는 더 있었지만 혹시나 펑크가 계속 발생한다면 골치가 아플수도 있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기에 천원짜리 지폐 2장을 접어서 타이어 패치 위치에 재결합 한뒤, 빠르게 뒷정리하고 다시 출발했다.
사실 이때 별 불안감은 없었고 숙소에 얼마나 늦게 도착할지 생각만 들었다.
20분 정도 걸려서 빠르게 정리하고, 태화강 자전거 도로에 도착했다.
그렇게 밤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아무도 없어서 살짝 무서웠다.
갑자기 경사가 엄청 빡센 업힐을 만났는데, 생각해보니 점심에 오리주물럭 먹고 신나게 다운힐 했던 그곳이었다.
랜도너들이 제법 많길래 계속 올라가는데 먼저 보낸 시카고랑 다시 만났다.
근데 신기하게도 밤 늦은 시간이 되니 오히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23시 40분
어떻게 주행했는지도 모른 상태로, 꽤 빠르게 경주에 다시 돌아왔다.
야간 주행으로 체력이 계속 급격하게 떨어져서 경주 시내에서 보급을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고이도님이 버거킹 와퍼세트를 두개 주셨는데, 하필 버거킹은 0시에 마감이었다…
근데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던게 기억나서 확인해보니 여긴 24시 오픈이더라
베토디 세트에 치즈버거까지 추가해서 먹음
버거킹이 맥날에 안되는 이유
다 먹고 나오는데 와… 진짜 너무 추웠다.
가민에 기온은 11도로 찍혔는데, 해가 없고 바람이 불다보니 체감 온도는 더 추웠다.
나는 그래도 약기모 레그워머에 바람막이도 좋은걸로 챙겨왔는데, 시카고는 얇게 입고와서 매우 춥다고 했다.
어제 이화령에서 우의 사입은게 생각나서 오늘도 사입으라고 권유를 했다.
현대 과학 기술력은 세계 제일
비닐 하나 입으니 바로 따뜻하다고 하더라.
타면서 따뜻해 보이길래 '나도 사입을껄' 라고 몇번 생각이 들었다.
1시 10분경, 240km 지점 CP9 경주국립공원 도착.
생각보다 빠른 페이스로 왔다.
4시 넘어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할 줄 알았으나, 숙소까지 40km 밖에 안남아서 빠르면 3시 이전에도 도착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로 앞에 오늘 최대 난이도의 업힐이 존재하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길이 3km에 획고는 250가 살짝 안되는데, 경사가 고르지 않고 중후반에 15%를 넘나들었다.
나는 잠을 자는게 중요했고 시카고는 여기선 전략적인 끌바를 하기로 해서, 남은 거리가 짧기에 먼저 가서 자는것으로 결정했다.
1시 40분 영천시 경계 도착
인내산 다운힐 도중에 있어서 잠시 정차하고 후딱 찍고 다시 내려감
이후 약 다운힐이라 쭉 내려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 별이 정말 많아서 카메라로 한번 찍어 봤는데 담기진 않더라
이날도 이 사진 이후로 복귀 길에 사진을 찍는걸 까먹음…
2시 30분, 숙소 근처 편의점에 도착해서 자기전에 먹을 죽이랑 BCAA 음료 하나를 사서 돌아갔다.
내일 다시 택배로 보낼 짐 정리를 하던 도중 20분쯤 후 밖에서 소리가 나길래 보니 시카고가 무사히 도착한걸 확인했다.
몸 상태는 괜찮았지만 안장통이 너무 심해서 내일 360km를 잘 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타이어는 가져온 예비 타이어로 교체하고 잘까 생각했는데, 잘 굴러가는 타이어에 괜히 손댔다가 고생할까봐 예비 타이어에 여분 tpu 2개를 더 챙겨가기로 했다.
먹고, 정리하다 보니 어제와 비슷한 시간인 3시 20분쯤 침대에 눕고 알림을 8시에 맞춘 뒤 빠르게 잠자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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