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는 10-12세기경 이슬람으로부터 유럽 세계에 전파되었음.
그런데,
당시 유럽에는 전통적인 전략 보드게임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는 상태였음
북유럽 바이킹들의 tafl계 게임, 아일랜드 켈트족의 Fidchell 등등.
어디 살든 간에 사람들 하는 생각은 비슷비슷한지, 체스와 유사하게 두 진영 기물들끼리 싸우는 전쟁게임들이었음.
그리고 이런 게임들은....
외래종 게임 체스가 들어오면서 싹다 망해버렸음.
체스 전래시기부터 문헌 언급이 극히 드물어지고, 보드와 기물 출토도 거의 뚝 끊김.
동네 전통 게임 vs 유라시아 전체를 휩쓸고 있는 최신 유행게임
그냥 재미력 체급에서 승부 자체가 안 됐던 거임.
이때 명맥이 끊겨버려서 현재 규칙을 복원할 수 없는 전통게임들도 숱하게 있다고 함.
체스와 포지션이 겹치는 전략게임들은 당시에 이렇게 죄다 박살이 났고
살아남은 건 주로 체스와 경쟁할 일 없는 도박용 게임들이었다고 함.
아일랜드에서는 이야기가 좀 더 무서운데,
오늘날 아일랜드어에서 체스를 칭하는 단어가 "Ficheall"이라고 함.
그런데 이 단어는 체스가 전래되기 전부터 아일랜드에서 사용되고 있던 단어로,
본래는 "Fidchell"이라는, 켈트족의 전통 보드게임을 가리키는 단어였음.
체스랑 비슷하게, 두 플레이어가 같은 수의 나무 기물들로 맞붙는 전략게임이었다고 함.
Fidchell은 켈트족들에게 나름 유서 깊은 전통게임이어서,
켈트족 전설과 설화들에서도 신과 영웅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종종 언급되곤 함. (쿠훌린이 Fidchell 고수임)
그럼 어쩌다 체스가 이 이름을 쓰고 있는가?
체스가 전래되면서 그 전통게임이 그대로 폭삭 망해버렸던 거임.
그리고 게임 틀이 비슷하니까 사람들이 체스를 그냥 전에 쓰던 그 이름으로 부르게 됐음.
이 게임은 아예 세부룰까지 싸그리 잊혀져서 현재 복원조차 불가능함.
15세기쯤 가면 아일랜드 대중들 사이에선 아예 Fidchell이 체스와 다른 독립적인 게임이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져서,
"Fidchell은 트로이전쟁 당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럼 그땐 아직 아일랜드엔 없었겠군" 같은 헛소리가 문헌에 써있다 함. (당대 유럽인들은 체스가 트로이에서 발명됐다고 믿었음)
결국에는 자기네들 설화에 기록된 Fidchell이 체스인줄 알고 살게 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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