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면 이런 모습, 1시까진 몰리는 곳 없이 부스마다 1, 2명씩 있고 쾌적했음.
제일 먼저 궁금했던 수원양조. 막걸리는 여러가지 있던데 다 묽어서 내 취향은 아니었고, 제품별로 차이를 잘 모르겠더라. 약주는 단맛, 산미 밸런스형으로 꽤 괜찮음.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상압식 싱글옹기옹기프루프 소주 샛별을 시음해봤는데 캬 이거 좋더라. 상압식인데도 굉장히 부드럽고 동시에 직관적으로 쌀 구수함이랑 화사한 꽃향이 느껴짐. 근데 13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되서 사지는 못했음.
원한다면 10가지를 다 시음해 볼 수 있었고, 마셔본거 하나하나가 다 개성있어서 시음하는 내내 즐거웠음. 특히 땅콩버터+포터 조합의 사랑범벅이 땅콩가루가 올라간 밀크초콜릿쉐이크, 누텔라같아서 개취. 한 캔 샀음.
알콜 연비가 워낙 좋아서 초반부터 취기올라서 손 부들부들 떨어가며 찍은거라 잘 안보이는데 라인업 한 번 찾아보면 얼그레이 들어간 것도 있고 되게 재밌는거 많음.
매장도 힙해보이는데 경주맥주에서의 양조장-펍의 기억이 좋게 남아있어서 여기도 언제 한 번 가볼까 생각중. 서울이라 겸사겸사 가기도 좋고.
맥주 부스가 제법 많았는데 여기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부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병이랑 캔 보고 이거 주세요 하면 가득 따라주신다. 호박맥주 맛있었던듯. 그리고 마시러 오는 사람마다 잔 받아가서 오늘 시음잔으로 쓰라고 주시는데
독일잔? 엩
판매도 안 하시던데 다 퍼주시고 이러면 뭐가 남죠?
소개합니다, 제3양조!
제3탁주는 12도 원주고, 크리미하면서 베리류의 과실이 느껴지는게 포그막 느낌. 옆에놈 한 병 사게 했고 조만간 뜯으러 갈 예정. 난 제3과하주를 샀는데 특이하게 들어가는 증류주를 보리소주로 해서 독특한 풍미가 있는게 재밌었다. 집에서 또 마셔보고 리뷰 싸야지. 술 설명해주시는데 앞으로 재밌는 술 많이 만드실거 같아서 인스타팔로 박아뒀음.
대표님이 직접 오신 민속주 안동소주 부스. 안동소주가 원래 이렇게 인기 많던가? 싶을 정도로 당일 붐비던 부스 1, 2위를 다툼. 아아 안동소주붐은 왔다.
안동소주 칵테일? 이건 못 참지. 대표님이 직접 바텐더 분들이랑 협업해서 개발하셨다고 함. 보리차 + 안동소주로 심플한 드라이, 그리고 유자청, 메실청 혼합시럽이 들어간 스위트 2가지가 있어서 2개 다 마셔봤음. 보리차가 의외로 되게 잘 어올렸는데 보리차를 제품말고 따로 더 진하게 우리면 꽤 물건일거 같음. 따뜻한 보리차여도 좋을거 같고. 스위트는 마시다보니까 유자도 확실히 나쁘진 않은데 생강청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생강 알싸함이 안동소주의 그윽함이랑 잘 맞을거 같은 느낌.
박람회의 유일한 위스키 부스였던 내터잭. 이야 맛있다. 이거 완전 ㅅㅌㅊ버번인데? 버번이 아니었다? 호주산한우같은 아이리쉬버번, 지금 이미 버번 마시고 있는게 많아서 일단 오늘은 보류.
완제품 뱅쇼.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나쁘진않은데 직접 해보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뱅쇼를 도로 차게해서 아이스티처럼도 마신다는걸 처음 알았음.
삭소주. 소주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 번 쌀조청을 내서 그걸 증류시키는 몰트위스키와 동일한 방식의 소주를 개발하셨다고 함. 증류기도 위스키 증류에 쓰이는 증류기를 어떻게 어떻게 해서 쓰신다고 하던데... 시음을 하긴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어서 기억이 잘 안남. 미니어쳐 사왔으니까 멀쩡할 때 다시 마셔봐야. 캐치프레이즈 "더 달고 진하다"가 사실이면 정말로 소주계의 붐이 될 것. 나중에 안 건데, 추가로 꿀이랑 배를 넣으셨던데 이건 조금 아쉬운 부분. 조청소주의 첫 제품인 만큼 원본의 맛을 더 순수하게 보고 싶은데에
이렇게 3분의2 정도 본 듯. 알콜수치가 슬슬 한계라
밥 야무지게 먹고 바로 앞에 있는 당신의술 입갤. 오늘 매장 온 사람들 다들 이미 양손에 술 한가득 들고 있고 은은하게 취해있음ㅋㅋ 사장님은 금욜에 이미 다녀오셨는데 저번주에 용산에서 리커팝업했던거랑 명주페스랑 시기가 곂쳐서 참가한 양조장들이 적은게 아쉬웠다고. 단상지교랑 야한 가격의 대관람차 야무지게 질러주고
다시 돌아가는길에 와인앤모어도 슬쩍 들려서 라세니 안부확인. 저번에 논현점 갔다가 라세니 특가 없어진 줄 알고 하늘이 무너질 뻔 했다. 휴우 일단 안심. 다양한 에탄올을 골고루 섭취하기 좋은 여기는 광교시티.
굿즈에 진심인 신도시양조
막걸리는 탄산, 드라이로 내가 안 좋아하는거 2가지 콤보라 좀 그렇지만 굿즈는 되게 이뻐서 탐나던. 맨 위에 조그만 상자는 무려 성냥임.
콘체르토 재고 막타 컷! ㅋㅋㅋㅋㅋ
아 이번 배치 맛있더라고
못 봤던 사케쪽을 싹 둘러봤음. 다들 슬슬 점심 먹고 온 건지 갑자기 붐빔. 사케쪽은 인원도 많고 자율이라 회전율이 빨라서 그나마 다행. 안동소주 부스는 줄 2번 꺾어서 서있더라. 수입사에서 여러가지 다 들고 오셔서 카라쿠치부터 아마쿠치까지 종류별로 7가지 정도 마셔볼 수 있었는데 내 혓바닥이 개씹애국자라는걸 깨닫고 말았음.
내가 끌고온 애들은 깔끔하고 맛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느끼기엔 카라쿠치들은 물탄 솔의눈, 알로에음료수 밖에 안 되는거 같고, 그나마 아마쿠치중에 え미시키몬순긴후부키죠슈가 묽은 조청같이 달달해서 괜찮았는데 가격 보고 그돈씨.
옆 부스 과일사케 종류도 많고 맛있긴했는데 호로요이같은거임. 비슷한 음료수 마시면 되지 왜 술로 이걸 마셔야되나 라는 느낌. 그리고 오늘 드디어 이모쇼츄, 무기쇼츄 마셔보나?했는데 아니 일본놈들 증류주는 40도 넘게가 국제룰인거 모르냐고... 젠장 또 20도야! 20도치곤 마실만한데 그게 더 킹받는거임. 40도면 얼마나 맛있겠냐고. 근데 20도따리 가격보니까 40도 되면 엄두도 안 날 거 같음. 그냥 간으로는 애국해야겠다.
3. 300% 소신발언하기 about 막걸리 향료, 색소
블라인드 흑백막걸리는 컨디션 난조로 아쉽지만 패스
대신 찐막토크쇼 참관했음. 쓰다보니까 내용이 좀 길다. 여긴 읽을 사람만 읽어주셈.
앉아있으면 서버분들이 마시면서 보라고 막걸리 종류별로 가져다주사고, 혹시 원하는 막걸리 있냐고도 물어보시고 어디서 꺼내오시던데 제법 가격대 있는 것들도 있어서 좀 놀랐음. 알콜로 기억 증발될까봐 적어가면서 들은 내용은 이럼.
토픽은 막걸리 향료, 색소 첨가 관련 세법으로, 막걸리 양조장 대표분들과 전통주 큐레이터, 농산물진흥관련 연구자 분, 그리고 크래프트맥주 양조장 대표분이 돌아가며 각자 의견을 얘기하심.
-기타주류는 절대로 그 술들을 깔보는게 아니다. 주류의 다양성을 지향, 기존 주류의 원형 보존 양측 모두를 위한 것. 기타주류로 분류된 술들중에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술이 당장 생각나는게 12개는 된다. 저어기 부스에 계신 민주도가의 추앙도 기타주류인데 그렇다고 누가 그걸 깔보겠는가. 그런데 대충 얼렁뚱땅 맹물에 향료 두 방울 넣어놓고 만든걸 막걸리로 해준다는건 말이 안 된다. 심지어 그런 술을 만들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그걸 막걸리로 분류해가면서까지 세금 좀 적게 내볼려는 대기업의 속셈이 보여서 그렇다.
-싸게싸게 많이 찍어내봤자 돈도 얼마 못 번다. 농산물의 부가가 치를 높이기에 가장 좋은건 어느 나라에서든간에 주류인데 특히 스코틀랜드의 명품화된 위스키들이 좋은 사례다. 위스키 증류소 투어처럼 전통주 양조장 투어같은 관광상품으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값진 문화 자산이다.
-10년전 크래프트맥주에서 배운 것이 없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를 포함한 모두가 함께 덕질할만한 거리를 만들어가고 싶다. 맛있는 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좋은 쌀을 고르고 또 고르고, 들어가는 생과일도 직접 재배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해서 만들던걸 폐기하기도 하는 등, 우리가 그저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걸 알아줘라.
"편의점에 걸린 대기업이 유행따라 대충 싸놓은 하나의 맛없는 자칭크맥이 크맥 전체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이거 완전 꿀꽈배기 막걸리 아니냐고
마지막으로 최대한 밝게 진행해보려고 했는데 주제도 그렇고 업계 당사자들이시다보니까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고 말씀하심. 난 오히려 덕분에 진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던거 같음.
워낙 눈에 띄게 생겨서 그런지 몰라도 깜짝문제 때 손 들었더니 맨 뒤에 계신 가죽자켓분 하고 바로 뽑힘. 나루는 같은 테이블 앉으신 아저씨가 자기 나루 엄청 좋아한다고 부럽다고 하시길래 안주 소세지도 얻어먹을 겸 드렸고, 고두리는 손 들었는데 안 뽑혀서 되게 아쉬워 하시는 커플 있길래 드렸더니 되게 좋아하심. 심학산도 걍 따라온 친구놈 줘버렸음. 왜 이렇게 씀씀이가 좋냐면 첫째론 양손에 이미 버거울 정도로 술을 많이 들고 있었고, 둘째론
이거 받음. 질문 받길래 손 들었다가 또 맨 뒤에 가죽자켓 입으신 분 하고 또 바로 뽑힘ㅋㅋ 질문한 사람은 끝나고 전시된 고-급중에서 하나 골라서 가져가는건가봄. 앞에 나와서 전시된거중에 하나 가져가라 그러시는데 아 무조건 이거지. 5마넌 막걸리 대 몽 제
"오늘 주제였던 막걸리도 그렇고 약주도 그렇고 전통주 시장의 큰 지분이 생주인게 세계화에 있어 난관이 될 것 같다. 술을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한테 막걸리를 추천해준 적이 있는데 이걸 직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국까지 와서 사가기에도 어려워 그냥 여행와서 한 번 마셔만 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몇 개월이 지나 폐기되는 술들이 많은걸로 알고 있다. 근데 그걸 미국같은데에 수출해서 판다고 하면, 그건 전통주를 세계에 알 리기보다도 이전에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 할 것 같다. 멸균 탁주와 약주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적고 우리의 술을 대변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양조장분들은 방안이 있나?" 라고 질문하고
양조장분께 "막걸리라는 문화를 잘 가꾸고 보존하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기술적인 해결책을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는 답변을 받음.
다른분이 만약 법이 시행되면 양조장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건지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아마 본인들이 스스로 인증라벨을 부착하고 그걸 대중들에게 알 리기 위한 캠페인을 할 거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미 널린 깔린 인식을 새로 바꾸기에는 버거워서 그렇게 되지 않는게 베스트라고 하심.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참에 정말 전통주들끼리의 인증라벨같은걸 만들어서 지평, 장수같은 아스파탐유사막걸리들까지 걸러버리고 막걸리 평균을 확 올려버리는 것도 어쩌면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걸 사람들이 얼마나 알아줄지는 모르지만.
결산!
단상지교, 대관람차, 사랑범벅, 제3과하주, 제3탁주, 콘체르토no.1, 대몽제 + 삭소주 미니어쳐까지 완전 알차다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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