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장마가 끝난 주말,
도착역-귀환역을 200키로 정도 띄워 놓고 기차에 자전거를 실었어요
그 사이의 공간을 헤메는게 이번 주말의 목표
아침 안개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네요
기차역이 낀 작은 도시를 벗어납니다
끝 없이 펼쳐진 평야를 지나고
지나고
또 지나면
여름엔 이쪽으로 절대 안와야지 하는 결심이 섭니다
밟고 밟아 산에 도착했는데
경사는 6-7% 정도여도
미끌한 바윗길 위에 진흙과 낙엽이 쌓여있어 올라가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아 짐이 몇키로냐구요? 22kg에요
자전거는요? 철차에요 15kg
겨우 올라와 보니 길이 없어요
로그를 보니 방향은 맞는데 뭔가 한참 잘 못 올라온듯한 기분이 드네요
분명 헷갈려 지나칠만한 갈림길은 없었는데...?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두어번 넘어지며 비탈길 다시 내려와보니
저런 샛길이 있었는데 왼쪽에 저거 '길'으로 인식 가능하신 분 ?
일단 가볼게요 (겉옷부터 벗고)
통행이 언제부터 끊겼던 길인지
풀과 낙엽이 액슬보다 높게 자라 있어요
내려서 걷는데도 다리가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양말 바지위로 올리기 필수
ㅋㅋㅋㅋㅋ이게 뭐야
이제 뒤돌아가기 힘들어진 지점까지 왔더니
거목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어요
사람이 어떻게 해볼 무게가 아니네요
겨우 들어온 길 돌아갈까 한참 고민하다
가방 다 탈거하고 나무 위로 자전거부터 들어올렸어요
넘어와 다시 패킹하고 전진해보지만 첩첩산중
왼쪽은 절벽, 전방과 우측은 빽빽한 잡목림이라
우선 밥부터 먹고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역 앞에서 폐기 할인으로 산 샐러드가 큰일 하네요
식사 후 절벽 쪽으로 내려가 봤는데
여긴 일부러 막은건가 싶을 정도로
아까보다 더 심하게 나무들이 쓰러져있어요
이젠.....후진뿐이야........
고생은 빨리감기 해서
두시간 전에 왔던 장소에 돌아왔습니다
넓어진 그림자가 시간의 경과를 유추할 수 있게 하네요
시간은 오후, 해는 내 오른쪽
일단 북향은 맞아요
방향은 맞지만 프랑스의 대지가 얼마나 비옥한지는
한시간을 벌판 라이딩 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본 적 없지만 왠지 그리운 빵집앞에서
잠시 쉬다 다시 안장에 올라봅니다
또 산이야.....
짐 무게는요? 22키.....
고생은 재미없으니 빨리감기 하시죠
오르고 올라 도착한 언덕위 작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꿈 같은 풍경
마 이게 불란서다
기차역도 없는 작은 마을의 성이 이정도네요
너무 커서 도시 어느 방향에서도 성이 보이는데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지만 해가 지는 관계로
야영지 찾기 미션이 급선무입니다
프랑스 꿀팁
성 근처에는 사냥터 숲이 있다
고기 지글지글
꺄멍베르
숲속의 해는 일찍 저물어요
(더불어 오늘로 서머타임 끝인데 이제 오후 4시 반이면 어둑어둑)
다음날 아침
자전거를 살펴보니 어제의 오프로드로 꼴이 말이 아니에요
머드가드 스테이는 박살나고 후방 짐받이도 내려앉아 정비가 시급한 상황
앞 뒤 가방의 위치를 바꾸고
브룩스 짐걸이를 믿어보기로 합니다
가방 위치만 바꾸면 끝이 아니라
무게 배분과 체결을 모두 다시 손봐야 해서
생각보다 시간을 훨씬 많이 소비했어요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떠날 수 있었습니다
낙엽 밟는 맛
도착한 다음 도시는
1차대전 휴전 조약, 2차대전 굴욕 조약이 맺어진 꽁피에뉴라는 곳이에요
예쁜 도시이고
잔다르크가 생포된 탑 (저기)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지만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해 다음 야영지를 물색해야 하기에
아쉽게 이별합니다
휴전 협정 전차가 다니던 선로에는
이제 화물열차가 굴러가고
전쟁 기념관은 들릴 시간이 없어
철도 위에서 한장
해가 거의 지평선에 다다랐을 무렵에야
좋은 장소를 찾았어요
피자부터 프라이팬에 올리고
패러글라이딩을 구경하고 있으면
치즈가 대충 녹아 배 고플때 먹으면 맛있습니다
2차는 소세지
유화같던 하늘을 바라보다가
노을이 질때 쯤 하여 텐트로 일찍 들어갔어요
어째 아침에 깨자마자 다시 자러 들어가는 느낌이지만
바쁜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 시골같아요
오늘의 조식은 올리브와 레몬에 절인 고등어 요리에요
익힘의 정도가 없었습니다
조식 테이블 뷰가 괜찮죠
한국 종주길 처럼 프랑스에도 테마 자전거길이 많은데
지금 제가 오른 길은 파리와 런던(유로터널 까지겠죠?) 을 이어주는 길인가봐요
또 왜 멈춰섰냐면
어제 짐을 재배분하며 급하게 싼 스트랩이 터졌기 때문
이런 고무 스트랩이 쓰기에는 편해도
강한 체결에는 역시 캔버스끈만한게 없어보여요
이런 판타지 마을을 지나 향하는 곳은
이번 여행 마지막 꿀잼 컨텐츠
300m 골목 오르기
어케 올라갔노
코너를 돌아도 돌아도 보이는 경사에 어이가 없어 찍은 사진
(끌바 안했습니다 인간승리)
저렇게 높은 곳 까지 도대체 뭘 보러 갔냐면
던전 (문 닫음)
11~12세기에 지어졌던 던전의 폐허인데
근처에 계시던 할머니꼐 여쭤보니
벽면이 계속 무너지고 있어 아주 최근에 봉쇄를 했다고 하네요....
봉쇄된 던전 폐허라니 너무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끼 낀 던전 후방 석벽을 보며 마음을 달래봅니다
피자빵이 저를 달래줍니다
마을 구석구석 던전의 흔적
클레릭 조우 이벤트 (는 없었습니다)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길이 참 예뻐서
올라온 보람은 있었어요
당연히 지면은 Pavé라 다운힐시 풀브레이킹 필수
던전 방문으로 빼놓았던 시간이 비어
기차역에 일찍 도착해 여행 복기하며 사진 정리 중인데
이제 유동닉은 사진 등록 자체가 안되네요?
임시 고닉으로 다시 써보고 안되면 그냥 집에 가야겠습니다
질문 : 레버 여기가 깔끔하게 부러졌는데
저 위치라면 그냥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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