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박씨의 물리학에 대한 남다른 집념이 이번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는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에 가깝다”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연구를 하지 말라고 주변에서 뜯어말려도 본인이 심취해 욕심을 낼 정도의 정신력이 동반돼야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씨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제일 먼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정이 다 돼서야 마지막으로 귀가하는 학생”이라며 “이 정도로 과학 연구에 빠진 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씨가 관측한 전자결정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출신 과학자 유진 위그너가 1930년대에 최초로 제안한 개념이다. 고체 물질 안에서 전자가 규칙적인 배열을 이뤄 고정된 상태를 이루는 현상을 일컫는다. 100여년간 미국 일본 영국 등 내로라하는 과학 강국에서 전자결정을 관측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과학계의 오랜 난제로 남아 있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박씨는 이번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지루한 실험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 알칼리 금속 표면을 특정 농도로 도핑한 다음 방사광가속기 등을 이용해 정밀측정하고,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으면 이 작업을 농도만 바꿔서 다시 진행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 실험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닌데, 이런 어려운 과정을 도와준 게 우리 연구팀 학생들”이라며 “학생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전자결정이 고온초전도체 원리를 규명하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온초전도체 원리를 풀어내면 전력 손실 없는 에너지 전달과 운송수단 효율 극대화가 가능해지는 ‘에너지 혁명’이 찾아올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아직 아쉬운 과학교육… 일자리 확보도 시급”
김 교수는 이런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초과학 기피 현상이 시스템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등학생 장래 희망에서 과학자가 유튜버에게 밀리는 일은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 아니다”며 “미국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선호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도 과학을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이 과학자를 선망하는 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연구 인프라 확충과 금전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민간 투자 차원에서 인재들의 일자리 확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기초과학은 5년, 10년 뒤가 아니라 50년, 100년 뒤의 변화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초·중·고교에서 이뤄지는 과학 교육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특정 프로젝트에 1~2년씩 시간을 쏟아붓기는 어려우니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과학자 육성을 위해서는 억지 문제풀이보다는 연구자로서의 마인드를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과정을 보면 영재고나 과학고조차 연구에 필요한 능력보다 단순히 고등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20세에 배워야 할 지식을 17세에 가르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 한계가 물론 있겠지만 창의성 넘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다각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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