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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 한국 온 이유 ..jpg

3d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5 10:45:01
조회 20637 추천 100 댓글 153










타란티노:

재밌는게 아까 니가 말한 내 비디오 가게 시절 있잖아?

사실 지난 세월동안 정말 오래 생각 해봤는데

당시에도 언젠가 내 영화를 만들겠다고

마음이야 항상 지니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사실 반쯤 죽어 있던거였어

그 가게에 발목이 잡혀 있던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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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같은 경우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서

이런 저런 클럽 다니면서 면접도 보고

20대를 경력을 쌓기 위해 보냈을거 아니야?

근데 나는 뭐랄까 

그러니까 이런거임

이 비디오집에서 몇년이나 일하는게

내 꿈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니지만

비록 영화 찍는건 아니여도

적어도 내 꿈을 좇는 일이고

하루 씨발 종일 영화 보고

온종일 영화 이야기 할 수 있잖아?

이만하면 내 꿈이랑 가까운거 아니야?

뭐 내가 어디 피자 배달 하는것도 아니고 

술집에서 서빙 하는 그런 잡일꾼도 아니잖아? (menial job)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몇년을 일했지만

사실은 바로 그게 날 아무것도 못 하게 했던거야

내 열정을 식게 만든거지

"이만하면 됐다" (happy enough) 하게 만들어 버린거임

내 속에 있던 불꽃을 그 몇년간 잃어버렸어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경험을 하게 됐는데

당시에 어울리던 지인들 중에 스티보 라는 양반이 있었어

우리 보다 5살쯤 많았는데 겉보기나 사고 방식은

전혀 그렇게 연상으로 보이지 않는 친구 사이 였거든

근데 딱 30살이 되더니 갑자기 뭔가 확 변하는거야

태도 라든가 그런게 엄청나게 변했어

원래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재밌고 웃기고 쿨하고 짱짱맨 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점점 화가 많아 지드만

이런저런것들에 불만이 많아 지고

더이상 예전처럼 웃긴 사람이 아니게 된거임

가게 뒤에서 같이 지내던 룸메이트 였는데

어느 날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거든?

근데 갑자기 빡쳐서는 엄청나게 쏟아 내드라

학위나 기술 하나 없이 자란 애들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거였지

멀쩡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말이야

"니가 어디 리코리쉬 피자 같은데서 일한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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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사고 안 치면 몇년쯤 거기서 일하겠지?

어쩌면 부점장 이나 점장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지역 체인점에 보낼수도 있을거야

헌데 본사에서 뭐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만족을 못 했는지 니를 그냥 짤라버리면

하루 사이에 니는 길바닥에 나앉는거잖아?

그래도 3년쯤 레코드 집에서 일 했으니

어쩌면 타워 레코드에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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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는건데 이건 사실 들어가기 어렵잖아?


그러니까 아차하면 길바닥에서


노점상 카세트나 팔게 될 수가 있다고 뭔 말인지 알아?


이건 어디에서 일하든지 마찬가지야


저 옷가게 이 슈퍼마켓 어디든 말이지


그렇게 살다가 눈 깜빡 하면 


어느새 니 나이는 28살이 되있고


니 평생동안 직업 이랍시고 가져본건


원래는 어린애들이 자동차 기름값이나 벌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에서 최저 임금 받으면서


카운터에 서 있던 경험 뿐인거야


그 지랄로 20대를 다 보내는거라고"




조 로건:


현실의 쓴 맛을 보는거구만




타:


쓴 맛만 있는게 아니야 난 그때 그 소리 들으면서


이 사람이 뭔가 삶의 진리를 말해주는거구나 싶었음


"티노야 니랑 나랑 정말 좋은 친구 인거는 맞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20살때 저쪽 영화관에서 알바 하면서


딱 니 같은 애들 하고 어울렸다?


그러다 거기 관두고 옷집에서 일 했는데


거기서도 따악 니 같은 애들 잔뜩 있었고


걔들 하고도 니랑 놀듯이 온갖거 다하면서 지냈다?


그 다음 피자집에서 5년을 뛰었는데


거기에도 따아악 니랑 똑같은 애들이 있었고


걔네들 이랑 니 처럼 지냈거든?


내 인생을 니 같은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다 날렸다고!


게다가 어느 순간 다 내 곁에서 사라져버리드만"


그 분명히 마음 속 어딘가에서 우러나왔을


진실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확 깨달은거야


당시에 내가 갓 25살 될때쯤 이였는데


안 그래도 이 나이 먹도록 뭘했나 이러고 있던 마당에


5년 뒤 내 모습을 그 형 한테서 본거임 ㅋㅋㅋ


내가 30살 찍으면 저 상황 되겠구나!


그래서 날을 잡고 '타란이 되돌아보기' 시간을 가졌어


밤새도록 지난 25년간


내가 망친 일들 놓친 일들 안 했던 일들을


그 어떤 좆같은 사소한 핑계 조차도 대지 않고


전부 싹 적었어 밤 늦도록 후회 되는 일들을


빠짐없이 적은 다음에 남은 시간 동안은


앞으로 이걸 어떻게 바꿀것인가 그 방법을 고민 했지


평생 살아왔던 방식의 정반대로 한거야


그냥 자빠져 자고 일어나서 똑같은 하루를 시작 하는게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꿔야 겠다고 그 날 마음을 먹은거임


당장 LA로 갈 계획 부터 세웠어


일단 거길 가야 그쪽 업계 사람들이랑도


스치고 어떻게 인연도 만들고 뭐라도 될 거 아니야?


비디오 가게 일 따위는 이제 전혀 고민 하지 않았고


내가 찐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 벌기 전까지는 아예 돈도 벌지 말아야겠다 다짐 했음


물론 병신 같은 생각 이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내가 평생 살았던 동네를 벗어나서


LA로 갔는데 당연히 당장 할리우드로


이사 할 수는 없었제 그 정도 돈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한국인들 사는 곳으로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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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타운 정도면 그래도


그나마 할리우드랑 가까운 곳이잖음


그렇게 옮기고 나니까 뭐


저예산 호러 영화 찍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통해서 저예산 호러 각본 쓰는 사람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통해서는 또 저예산 영화 몇편 감독한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을 통해서 영화 몇편 제작한 프로듀서 보게 되고


그러니까 어느 순간 나도 나름 업계인들을 알게 된거지


웃긴게 막상 임마들 만나게 되니까 드는 생각이


이런 애들도 영화판에 있다고? 그럼 나도 되겠는데?


그렇게 일을 시작 했더니 막 당장 내 삶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이런건 아니지만


할리우드 근처로 온지 1년 반 정도 지나니까


그래도 작가로 먹고 살만해 지드라고


천만원 받고 대본 고쳐주거나


500만원 받고 각본 수정 해주거나


1500만원 받고 새로 써주거나 이런식으로 ㅇㅇ


내가 씹거 그전까지는 1년에 1500만원


벌면 많이 벌던 비디오 가게 알바 였는데


지금은 글 쓰는걸로 2천만원씩 벌어?


좆되는거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타란티노:


요즘 다들 "요새는 TV 드라마 수준도 높아~" 이러는데


나도 꽤 괜찮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한테는 여전히 그냥 딱 드라마는 드라마정도야


영화를 따라 올 수는 없


요즘 드라마들 그러니까 그나마 보고 싶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잘 만든 작품들은


영화의 모양새를 얼추 취하고 있어


영화판에서 쓰는 방법들로 찍고 있지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보면


엘로우스톤 같은거 


1시즌 보면서 와 개좆된다 감탄을 했다고


이거 꼭 영화 같네 이러면서


3시즌 까지 보고 외전 1883 까지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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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희한한게 보는 동안은 꽤나


푹 빠져서 봤지만 딱 끝나고 나니까


역시 그냥 드라마 일 뿐이였어


매력적이지만 그저 드라마 인거임




조 로건:


그거랑 영화의 차이는?




타:


한 5년쯤 뒤에는 그 드라마에 대한걸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거지


그저 보고 있는 그 순간에만 잠시 혹 하는거야


아주 훌륭한 영화를 봤다?


죽을때 까지 기억에 남아


특정 장면 특정 인물 특정 이야기


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적 빌드업과


절정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는데


드라마는 그런게 없어


물론 보는 동안에야 순간적인 재미로는 충분 하지


근데 끝나고 나면 예 들어 그 드라마의


악역의 서사나 감정선 같은건 전혀 머리에 안 남는다고


그냥 시청 즉시 사라지고 끝난다는거야




조:


형식의 차이 떄문 아닐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번 앉으면


거기서 몇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끝내야 하니까




타:


홈랜드 시즌 1 같은거 봐봐


홈랜드 시즌1은 진짜로 영화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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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의 마지막 회차를 보자고


폭탄 조끼를 입고 방에 들어와있어


시즌 내내 죽일려고 했었던 사람을


끝낼 수 있는 순간이야


이걸 보는 우리들은


저 주인공이 죽지 않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터뜨렸으면 좋겠다 싶지


그런데 주인공 딸래미가 전화가 오네?


딸은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이상하단걸 직감으로 느껴


"아빠 집에 꼭 들어 올거죠?


지금 당장 말해 줘요! 오늘 밤 아빠 볼 수 있죠?"


시즌1 전체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빌드업 해온건데


내가 본 모든 영화 모든 드라마 다 통틀어서


이 장면 처럼 폭발성이 있는건 본 적이 없어


이건 진짜 찐으로 영화 인거야


드라마 같은게 아니라!


폭탄 조끼 입고 방에 처박힌 그 좆같은 상황 까지


오게 된 그 빌드업이 바로 영화 라고!


거기에 복잡성 까지 들어있잖아


시청자들은 알지만 인물들은 모르는


서로의 속사정으로 인한 상황 까지!


보는 우리는 아는데


주인공들은 몰라서 파국으로 가는


그 씨발 그게 바로 영화 라니까!




조:


뭔 말 인지는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매주 하농?




타:


아니 매번 하라는게 아니고


최소한 시즌 마무리 만큼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를 원한다 말임


매주 그런거 뽑아내는걸 기대 하는게 아니야


시즌의 마지막 그러니까 해당 이야기의


종착지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보고 싶게 만들거면


존나 큰거 한방은 떨어뜨려줘야지


딱 마이크 드랍! 하면서 끝내야 한다고


내가 보고 싶은건 '...' 같은 


투 비 컨티뉴가 아니라 이야기란 말이야..



출처: 할리우드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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