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면서 버켓 리스트가 몇 가지 있는데
예를 들면 최근 돌아가신 Armand 할아버지에게 람빅 따르는 법을 배운다던가,
미국 현지의 스컬핀을 마셔본다던가
정말 멋진 맥주 행사를 가본다던가... 이런게 있음.
여튼 마지막의 그 '멋진 맥주 행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조장인 Side Project 양조장에서 2년마다 하는
'Side Project Invitational' 이라는 행사로 목표하고 있었는데
3월쯤에 오너한테 궁금한게 있어서 메일을 주고 받다가 혹여나 싶어서 올 해도 행사 하냐고 물어보니 4월에 한다고 해서
허겁지겁 티켓을 끊어 미국으로 출발함.
Side Project Invitational은 아래 적힌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오크 에이징 맥주 전문 페스티벌' 임.
오직 오크 나무통을 건든 맥주만이 행사에서 따라질 수 있는데
전 라인업이 오크 에이징되는 Side Project 양조장의 특성을 생각하면
적절한 컨셉질이 아닌가 싶음.
다른 행사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일반 맥주 행사는 한 양조장이 여러가지 맥주를 들고 오는데
여기는 한 양조장이 한 가지 맥주만 들고 옴.
그 이유는 사프가 이전에 행사 나갈 때 주최측에서는 맥주를 여러개 들고오라는데
본인은 1년에 10만리터쯤 만드는 양조장이라 들고갈 것도 없어서 막 겨우 짜내서 준비하고
이런게 되게 싫었어서, 그냥 너네 젤 자신있는거 하나만 들고와! 하고 직접 행사를 주최하기로 햇다고 함.
12시에 시작이라 10시쯤 도착했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없었음.
저번에 갔던 Anniversary 행사는 3시간 전에 가도 앞에 200명쯤 잇엇는데..
하긴 애니버서리 행사 같은건 미리 들어가서 자리 잡는게 중요하고
이런 행사는 그냥 들어가면 다 똑같으니 그런가 넉넉하게 가도 되겠드라.
들어가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코리와 선물로 주는 행사용 전용잔,
그리고 행사용 전용잔에 담긴 맥주는 내 버켓 리스트에 들어가있었던 맥주인 O.W.K.
평이 천개가 넘어가는데 평균 4.94점이라는 개또라이 같은 점수를 자랑하는데
그것보다는 그냥 병을 나무 케이스에 넣어주는게 멋져서 마시고 싶었던 맥주였음.
시작부터 15도짜리로 뜨끈하게 데우고 시작하니 좋네요 좋아...
가서도 한국인을 만나가지고 서로 막 마실거 이거 이거! 줄 서서 들고오세요!! 이랫는데
막상 인기가 가장 많은 Pips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줄이 없었어서
그냥 편하게 마실 수 있었음.
첫 번째 맥주로는 구스 아일랜드의 Bourbon County Brand Stout - Rare (2015)를 마셨는데
요즘 맥주에 비하면 바디가 많이 아쉽기는 했는데, 향은 역대급이었음.
무슨 견과류 고소한 땅콩내가 지리게 나더라.
근데 같이 가신 분들은 맛이 좀 못 받춰준다고 아쉬워 하던
끌끌,,, 이게 근본이거늘,,,,,
이후 무호흡 맥주 마시기 연타
마신 것들 리뷰 써보자면, 좋았던건 볼드체.
3 Floyds Cocomungo : 스리 플로이즈답게? 요즘 기준으론 적절한 단맛과 강하지 않은 부재료의 밸런스가 좋았음.
3 Sons Three^3 : 머.. 스리선즈 스러웠다... 맥주보다는 오너 Corey씨 직접보는게 더 신기했음.
Anchorage Blessed : 딱 과하지 않은 선에서 가장 단 맥주였음. 같이 간 분이 Top 3로 뽑음.
Casey Supreme Clientele : 쥬시함이 빵빵터지는 케이시식 와일드.
Firestone Walker Dreamwood : 패피 배럴 에이지드 파라볼라. 시팔 말이 필요하냐고 ㅋㅋ 지렸고 다른 맥주에는 없는 클래식한 비터감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음.
Forager Kent the Otter : 술 취해서 그런지 지나가고 있으면 양놈들이 막 뜬금없이 넌 머가 젤 조앗음?? 이러면서 물어보던데, 되물어보면 수많은 맥덕들이 이걸 최고로 뽑더라. 마리스 오터만 쓴 발리와인인데 기이하게 어둡고 초콜렛 향이 엄청 강하게 났음. 다만 너무 달아도 너무 달더라.
Holy Mountain Hand of Glory : 역시 홀마구나. 탄탄한 맛에 적절한 단맛과 풍부한 배럴 풍미까지, 레볼루션이 살짝 올드한? 발리와인의 정석이라면 얘는 요즘식 발리와인의 정석이라는 느낌이었음.
Moksa Midnight Abundance : 제일 놀란것 중 하나. 되게 달고 패스츄리할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밸런스라는 것을 이해하는 친구들이었음.
Monkish Txxth : 헨리씨는 사랑하지만, 이파만 만들어주세요...
Phase Three Blend 2022 : 줄 존나 길던 것 중 하나. 궁금해서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았음, BBT랑 비슷한 방향성이랄까. 좋았다.
Private Press Electric Road : 재키 오 브루어 아니랄까봐, 클래식하면서도 과감하게 배럴 쓰는게 훌륭했음.
Schramm's Gin BA Black Agnes : 진 배럴이 요즘 진짜 사기인듯. 지루한 미드의 단맛에 한 층 더해주는게 아주 훌륭했다.
The Veil Banana Vanilla Almond Apple Brandy Circle of Wolves : 미국놈들 입맛은 알다가도 모르겠음. 많이 달지 않은건 좋았는데 부재료 발현은 좀 오묘하더라.
줄 가장 길던 맥주 2위, Pips의 Barrel Aged Heart & Sole.
그냥 꿀물 주제에 줄이 30분치를 서있던데
이유는 시발 정신 나간 점수 때문(심지어 이건 원주).
나중에 줄이 좀 줄어들길래 호다닥 뛰어가서 마심.
달달하더라 그냥....
근데 맥주 마시다가 내가 고프로로 머 찍고 있는거 보더니 웬 양조장 관계자 아재가
야야야야 얘 누군지 앎? 너 블로그 하면(미국 애들은 유튜브를 별로 안 하는지 유튜브라 생각을 못함) 꼭 찍으셈 ㅋㅋㅋㅋ 이러면서 소개해주더라고
핍스 오너였음.
재미있는 얘기 나눴다.
마시다가 갑자기 줄이 우루루 생기길래
'이거 줄 머임?' 물어보니
'D12'
옆에서 듣고 있던 아재들 헐레벌떡 줄 서러 런 ㅋㅋ
메이플 버번 배럴 + 코코넛 + 메이플 시럽 + 시나몬이라는
사프 치고는? 상당히 패스츄리-한 조합의 임스다보니 평이 아주 좋고
그래서 줄이 무슨 안까지 스더라.
다행히 일찍 들어서 빨리 섰는데도 30분 넘게 기다림.
맥주 맛은 아주 좋았다.
바글바글바글바글
사진 몇 개 첨부하자면
헨리씨
브래드씨
중간에 푸어받은 M.J.K.
기존 아나바시스 같은건 너무 임스스럽지 않나? 했는데
얘는 제대로 발리와인스러워서 아주 좋았음.
간만에 이렇게 탁 트인데서 바글바글 행사하는게 너무 좋았고
또 놀란거는 한국이 아무래도 좀 일본 중국 사이에 낀 나라다보니 여태 여행가면 대부분 잘 모른다~ 라는 느낌이엇는데
요즘 좀 조아지는건지 운이 좋앗던건지,
그냥 맥주 마시다가 어디서 왔냐 하면 한국이요~ 하니까
갑자기 어디서 들은 한국어 총출동 하면서 막 말거는게 개웃김.
어디 브루어는 여친이 한국인이라 한국 갔다가 한국어 배웠는데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미친거 같다고 너무 좋다고 하고
(It's made to be learned!!! 이러면서)
어디 브루어는 내가 '한 잔 주세요' 하자마자 그 영어 악센트 듣고 한국인인거 알고는
'한국에서 오셧어요?' 이러길래 내가 놀라니까 (한)국악 전공이래.
여튼 맛있게 마시고 4시에 끝나서 아쉽다보니 페레니얼에 2차하러 감.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행사장에서 본 Moksa 양조장 관계자들이 있길래
어찌저찌 합석함.
제일 좌측이 Phil Wymore라고 페레니얼 오너인데
반 한국인이더라고.
아무래도 사프를 좋아하면 페레니얼을 좋아하지 않을수가 업는데
진짜 궁금한거 존나 물어보고 호들갑 개떰.
이 날 배운 영단어 : Geek out.
씹덕질 하면서 호들갑 개 떠는 나에게 불려진 단어...
다행히 사람이 좋아서 다 받아주더라.
BA 섬프 만들려고 커피 사놧다는데
향 ㅗㅜㅑ...
특별한거 보여주겠다더니
아직 출시도 안한 TWCP 마망.
마망 이름은 왜 테엥 마망인가요? 도 물어봤는데
프랑스어로 마망이 어머니라는 뜻이라서
모든 맥주의 어머니 같은 맥주다보니(페레니얼 임스들의 원주를 배럴 에이징 한 것) 그런 이름을 붙였대.
당연히 시팔 존나 맛있음 ㅋㅋ
여튼 먹고 나서 배고파져서 양놈...이라 하기에는 동양인이 태반이었지만
여튼 다같이 세인트 루이스 피자 먹으러 가고
목사에서 보자~~ 하고 헤어짐.
맥주 자체도 맥주였지만
그 보다 내가 너무 존경하고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분들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초인싸 목사 관계자씨(이름이 '누'였음. 사람 이름이 어떻게 누)덕에
진짜 특별한 경험들 많이 한듯.
여튼 맥주 행사 가보셈
재미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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