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5세대 12~13나노) D램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는 4세대(1a·14나노)와 5세대 사이의 D램을 우회개발하는 쪽으로 초격차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첨단 미세공정을 이어갈 수 있는 개발 프로세스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걸음부터' 개발 보폭 줄인다
1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차세대 D램인 1b 개발 차질로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는 현재 양산 중인 1a와 1b D램 사이에 'abs' D램이란 개념을 만들고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한계를 확인한 삼성전자가 기존 1나노 단위에서 소수점 단위로 개발간격을 세분화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기술개발의 보폭이 한걸음(1나노)이었다면 앞으로는 반걸음으로 좁혀 걷겠다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개발자는 "abs는 이전 반도체부품(DS) 부문장 시절 때부터 진행된 개발 프로젝트"라면서 "삼성전자 DS부문은 3~4세대에 걸친 반도체 개발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이번에 1b는 그중 하나의 과제가 중간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기존과 전혀 다른 설계로 1b 개발을 전면 재검토할지, 1c(11~12나노급)로 직행할지 등 복수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abs 개발 전담팀(TF)에 힘을 실을 것 같다"면서 "다만 앞으로 1b, 1c 개발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양산 가능성이 높은 쪽이 선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까지 미세공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30년간 지속되던 D램 업계의 개발공식은 2010년대 20나노급 D램에 들어서면서 '나노의 벽' 앞에 무너졌다. 2009년에 40나노급, 2010년에 30나노급, 2011년에 20나노급에 진입하는 등 1년마다 10나노씩 미세공정을 앞당겨왔지만 20나노대에 접어들면서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급기야 10나노급인 최근에는 10나노 후반은 1x(1세대), 2세대와 3세대는 각각 1y, 1z로 불렀고 10나노 중초반대인 4세대부터는 1a, 1b(5세대), 1c(6세대)로 부르는 등 더욱 세분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1나노를 줄이는 데도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0.1나노 격차가 거대한 메모리업체들의 경쟁력을 가르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는 개발전략 세워야"
개발자들은 복수 세대를 동시에 개발하는 무리한 전략이 이번 1b 개발 중간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발 프로세스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완전한 연구→설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일정 밀어내기가 개발 초기부터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준양산화, 3세대에 걸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조직은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다. 반도체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한 연구원은 "개발방향이 정해지면 납기같이 개발목표 시점이 정해진다"면서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도 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실정이어서 연구원 1명당 5개 개발과제까지도 동시에 맡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또 "복수 세대 동시개발 전략은 20나노급 이상일 때는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10나노급은 미세공정 난이도가 차원이 달라 이전과 같은 개발환경에서는 성립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무리한 첨단공정 설계와 개발기간 단축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나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첨단인 4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 수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올 초 경영진단에 착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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