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알바가 끝난 뒤 고된 몸을 이끌고 버스에 들어설때쯤 동기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이르모야 우리 과 대면식하는데 너도 올 수 있어?"
나는 너무 피곤했기에 차마 간다는 말은 하지 못했지만 계속되는 독촉에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
가는 동안 버스안에서 과 동기 단톡방을 보면서 이 친구들에게 내가 잊혀지지 않고 쓸모있는 존재였구나하는 생각에 일하던 그 어느때보다 힘이 났다.
집에 도착한뒤 허겁지겁 씻고 그 동안 묵혀두었던 멋드러진 셔츠와 롱패딩을 입고 술집으로 향했다.
물론 엄마에게 당당하게 나 친구들이랑 대면식하러 간다고 출사표를 올린건 덤이다.
그랬더니 기뻐하시면서 내게 군자금까지 주셨다.
술집에 다다르자마자 내게 보인건 이미 텅 비어버린 술잔들과 밖의 날씨만큼이나 차가워진 음식들...
사랑하는 나의 동기들은 이미 다른 과와 친해진듯 보였고 내가 보이자마자 구석에 대충 앉혀두었다.
많이 마셨음에도 지치지 않는지 술게임을 하는데 계속 내 차례에서 멈추었다.
당연하지.
난 술게임을 잘 모르니까.
개찐따니까.
그럴때마다 차갑게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나를 향한 시선들도 차가워지는게 느껴졌다.
당황한 나는 술이 들어가면 친해지겠지 하면서 연거푸 술을 들이켰고 결국 필름이 끊긴채로 길거리를 헤메였다.
정신이 들었을때쯤 나는 경찰서에 있었는데 새벽 2시까지 연락이 없자 엄마가 전화해서 실종신고를 한것이다.
술에 취한 나는 버려졌고 토사물이 묻은 패딩을 입은채로 길바닥에 누워있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단톡방에는 N빵 관련 카톡이 올라왔었다.
그렇게 내가 뼈빠지게 쿠팡에서 번돈 3분의 1이 날라가버렸다.
그 뒤로 나는 누구와 술을 마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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