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50대 여성이 '사인 불명'으로 숨진 가운데 보험금 수령자로 등록된 중학교 동창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패소 판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서 민속 주점을 운영하던 김모(사망 당시 54세·여성)씨는 2017년 9월 13일 주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김씨의 목에는 쑥떡이 걸려 있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떡이 사망 원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사인 불명'으로 판정됐다.

사망 전 김씨는 보험금 합계 59억원에 달하는 사망보험만 20건이나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매달 보험료만 142만원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보험금 수익자는 김씨의 중학교 동창이자 법적 자매지간인 A씨로 돼있었다.

김씨는 53세이던 지난 2016년 A씨의 어머니에게 입양돼 A씨와 법적 자매지간이 됐고, 이를 전후해 보험금 수령자도 김씨의 자녀에서 A씨로 바뀐 것이다.

A씨는 "망인이 떡을 먹다가 질식해 사망했으므로 재해 사망에 해당한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16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상대 보험금 청구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사건에 수상한 정황이 여럿 있다며 보험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고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망 이외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법정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대출금까지 써가며 김씨의 보험료를 매달 126만원씩 대신 납부했는데, 재판부는 "망인의 조기 사망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했다.

이밖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김씨의 모친에게 입양 동의를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고 김씨에게 특별한 질병이 없었던 점, A씨가 보험설계사 근무 경력이 있는 점 등을 '수상한 보험 계약'의 판단 근거로 삼았다.

경찰은 A씨가 김씨 사망 전 '독이 든 음식'을 인터넷에서 알아보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여 보험 사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4년 가까이 수사를 벌였지만 지난해 1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형사 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번 사건 결론을 기다리며 계류 중이었던 나머지 15개 보험사 상대 소송은 1년 만인 오는 5월 10일 변론이 다시 열린다.

이 사건은 유명 TV 프로그램에 보험금을 노린 타살 의심 사고로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