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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택배 이천 터미널, 알바 하루 뛰고 집와서 씻고 바로 작성하는 글입니당!)
몇 일 전 트위치를 보다 애니메이션 티어 매기기? 라는 컨텐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가
의외로 상위티어에 '86'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애니를 보게 되어서 정주행을 시작했었다.
근데 이게이게,,, 스피어헤또 부대의 '고결함'을 접하고나니 나는 정말 전율을 금치 못했다ㅜㅜㅜㅜ
그러면서 갑자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고, 이것을 낭비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의욕에 불타올라 로젠택배 야간 알바를 지원하게 되는데,,,,
지금 사정이 있어 길게 알바를 못해 단기 알바들을 찾아보던 중 일급 177,000원짜리 고액알바가 눈에 들어와서, 고민 없이 바로 지원하게 되었다.
"와타시 턱걸이 20개 정도는 쉬지 않고 할 수 있기에 최소 1인분의 체력은 될꺼다" 라고 판단한 것이다.
거기다가 몇 년 전이지만 '구' 단위 물류센터에서도 한 2개월 정도 일 한 경험이 있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호기롭게 5일 지원을 하고 17시30분 사가정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였다.
이천 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인원체크, 근로계약서 작성, 간단한 설명을 듣고(특히 퇴근시 타고온 버스 위치를 몇번이고 강조하셨다. 아마 처음 온 사람들이 버스를 못 찾아 퇴근시간이 지연되는건 정말 피하고 싶으셨나보다.) 1시간 10분여 뒤 근무지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고 안쪽 2층 검은 천막이 쳐진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해서, 그곳에 5분 정도 앉아 있으니 내 또래로 보이는 누가(필자는 20대) "처음 오셨어요? 저랑 하차 갑시다" 해서 앞쪽 20 몇 번 레일로 갔다.
가보니 사람 10명 정도가 모여있고, 통솔자로 보이는 분이 명단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이름이랑 나이, 군필유무, 업체명(알바를 구한 인력업체, 사전에 이야기 해줄겄이다) 등 간단한 조사를 했다.
그러더니 노가다 해봤어요? 끝까지 할 자신 있어요? 아마 힘들텐데,,, 라고 이야기 하시더니 B레일로 가라고 했다.
가보니 키크시고 건장한 큰형님 한 분, 키는 나보다 조금 큰 데 덩치가 나의 2.5배는 되어보시는 형님 이렇게 두 명이 계셨다. "여기 배치받았어요? 처음이죠? 일 간단히 설명해 드릴꼐요." 하시더니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시고 조금 뒤 19시 10분에 일을 시작하였다.
뒤늦게 중국인? 같은 사람이 우리조로 합류해서(나중에 알고보니 베트남분이셨다.) 총 4명이서 한 레일을 맡아 일을 했다.
1명은 뒤쪽 레일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곳에서 들어오는 택배들 지역코드에 맞게 분류, 2명은 하차, 1명은 정리를 담당했다.
형님 2분이서 5트럭 마다 분류랑 하차를 교대하셨고, 나람 베트남분(체격은 나람 비슷하셨다. 근데 일은 나보다 잘하심ㅜㅜ)이랑 정리와 하차를 2대마다 교대하였다.
시간은 전반 점심시간 후반 이렇게 있었는데, 우리팀은 전반 15트럭? 13트럭?(워낙 정신없이 해서 정확한 숫자가 기억이 안 난다...) 후반 5트럭을 했다.
초반에는 어느정도 할만했다. 근데 24시(근로시간 5시간)를 다다를 갈 무렵 신기하게도 팔이 아니라 악력(쥐는 힘)이 점점 사라리고 손목 힘줄 부근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02시 그러니까 2시간 남은 시점이였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부터는 머리를 굴려서 내 다리를 지랫대 삼아 올리고(덕분에 무릎이랑 종강이는 지금 멍투성이다) 레일을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붙어달라 하고 01시 쯤에는 거의 던지듯이 택배물건들을 내리기 시작했다.(고멘 택배 주인분들ㅜㅜ)
하지만 그와중에도 같이 하차하는 형님 두 분은 지치지도 않으시는지 묵묵하게 처음과 같은 속도로 하차를 하셨다. 당연히도 내가 느려졌기에 그분들은 나보더 1.5배는 더 많이 내릴 수 밖에 없었고 정말 미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
거기다가 형님들이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점심시간 전까지 남은 2시간을 베트남분한테 후반 나머지 2트럭을 맡기셨다...(진짜 너무너무 미안했다능ㅜㅜㅜ 같은 교대조인데, 나보다 2대를 더 친셈,,,) 이때의 나는 1기 초반 아무것도 못하고 무능력하게 듣고만 있는 핸들러원의 심정과 마찬가지였다,,,,
그와중에 간식 먹으라며 사비로 사온 빵과 주스를 주신 형님, 속도가 느려져도 끝끝내 한소리도 절대 안 하신 형님들을 보고 나는 스피어헤또 부대가 여기 있구나를 느꼈다...
그렇게 02시 15분 점심시간이 되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도시락 나눠 주는데 가서 밥을 받아와서(메뉴는 흰쌀밥, 제육, 미역줄기볶음, 무말랭이, 김치였다.) 내가 일하던 B레일쪽에서 순식간에 다 마셨다.
그와중에 한 형님은 체중감량 해야한다고 맥반석 2개만 드시던데, 그렇게 드시고 어떻게 일 할 수 있나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02시 50분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시작하면서 큰형님이 나보고 딱 2대만 치면 된다길래,,, 알겠습니다. 라고 답변하면서도 또 한 번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다른 누군가는 3대를 쳐야한다는 소리였으니까,,,
후반에는 나랑 교대하는 사람이 베트남분에서 다른 한국인분으로 바뀌었었다.
그래도 좀 쉬고 밥까지 먹어서 그런지 1대는 나름 평탄하게 쳤다. 근데 2대째 들어가니까 또다시 손목과 악력이 문제되더니, 도저히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었다. 그런데 큰형님께서는 옮기려는 나를 말리더니 또 혼자서 트럭에 있는 쌀과 밀가루룰 포대를 책임지신다고 묵묵히 올리기 시작하셨다.
옆에서 비교적 가벼운 화물들만 옮기던 나는 다시 한 번 더 죄송해지면서 '내가 능력이 안 되면 누군가 피해를 보고 더 힘들어 지는구나'를 정말 절실하게 느꼈다.
이때 쯔음 나는 오늘만 하고 내일은 안 나오는게 맞겠구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5대 치고 아직 남은 다른 레일들 마무리 도와주고 05시 15분, 10시간에 달하는 노동의 끝이 왔다.
같이 일한 분들께 "열심히 일하러 왔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폐만 끼치고 가게 되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죄의 말을 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뒤 퇴근버스쪽으로 갔다. (그와중에 "뭘 본인 할꺼 다했는데 죄송해요." 라면서 묵직한 한마디를 해주신 형님분,,,)
지친 몸을 버스 의자에 가누며, 집으로 오면서, '현시대의 스피어헤또는 이렇게 고된 현장 최전선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노동자분들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무리했다.
+그와중에 신기했던점) 필자는 얼마전에 코로나 걸리고 격리 끝난지 2주가 넘었었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잔기침과 숨을 깊게 쉬고 숨이 가파지면 오른쪽 가슴에 쿡쿡 쑤시는 통증이 생겼었는데, 상하차 일을 하니까 그 증상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또 집에와서 코를 풀었는데 콧물이 검정색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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