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수많은 기압 찬 선배님들 계시지만서도… 해병 상근병은 누가 언급 했던가? 해병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독자로서 해병 유니버스에 이런 틈새 캐릭터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끄적여본다. 훗날 해병 만화 한 컷에 엑스트라라도 한 컷 기대해본다…
기열 찐빠라고들 하지만, 사실 진정한 기열은 해병대 상근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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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상근병 통지서를 받았을 땐 구라 안 까고 대학 붙었을 때보다 더 신났음. ㄹㅇ 마당에서 통지서 들고 날뛰었다.
나는 군입대를 동창들보다 늦게 했는데, 휴가나올 때마다 애들이 아주 벼르는 눈치였음. 너도 한 번 이 꼴을 당해봐야지 알텐데… 하는. 그러다가 단톡방에 내가 상근 됐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애들 표정이… 안 봐도 아주 아쉬워서 죽상이더라. 역으로 나는 꼬수워서 더 깝쳐댔다.
아직도 상근병으로 불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방위병이라고도 불렸고 워낙 꼴불견에 꿀발러라 멸칭이 많았다고 하더라. 똥방위라거나… 지금 상근병 (상시근로역?)으로 이름 바뀐 이유가, 울 부대 간부피셜로는 방위병 출신들 중에 국회의원도 나오고 그러다보니 자기가 나온 모군에 불명예스러운 걸 좀 털어 낼려고 이름도 바꾸고 그랬다고 하더라.
상근병에 대해 잘 모르는 미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내무반 생활 안 하고 집에서 부대까지 통근하는 사병임. 전역하면 똑같이 현역으로 쳐주고 월급도 같음. 근데 개좋은건 08:30분 출근에 18:30분 퇴근하는 공무원 생활이란거. 주말 쉬고 공휴일 쉼. (공휴일은 부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다. 해안 경계, 야간 근무병은 공휴일 없이 격일로 출근하니까.)
고로 *훈련소 생활 몇 주더라? 7주? 여튼 그것만 버티면 집에 간다 익어.
*해병대에서 훈련소라고 하면 바로 땅개냐고 욕 박히더라. 해병부심 중 특이, 육군스러운걸 경멸함. 엄연히 ‘훈단’ , ‘훈련단’이란 명칭이 있어서 그렇게 써줘야함.
상근병도 찾아보면 별에 별 케이스가 있겠지만, 대체로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는 놈팽이들을 상근병으로 징집시키는 것 같음. 글쎄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은 상근병하면 보통 에비군 동대 배치가 자연스러운데, 이쪽 생리는 잘 모르겠다. 나는 깡촌에 살아서 집 근처가 전방임. 따지고 보면 이거임. ‘늬들한테 모포 침낭 아깝다. 너네들은 집도 가까우니 잠은 집에가서 자고 나와서는 과업만 하라.’ 뭐 나야 땡큐지.
약간 걸리는게 있었다면, 내가 사는 곳이 하필 해병대가 관할하는 지역이어서 훈련을 포항 해병대 훈련단으로 가야한다는거. 그리고 엄연히 빨간 명찰 단 해병대로 군생활을 해야한다는 거다. 여기서 좀 기묘한 갭이 발생하는데, 해병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모병제임. 근데 상근병은 징집임. 물론 이것도 치사하게 따지고 보면 징집은 아니지. 어디까지나 선택 할 수 있는 거니까.
상근병 통지서 와도 걷어 차고, 나 다음에 다시 입영 신청 넣어서 몇 개월 더 기다렸다가 현역으로 갈래 => 충분히 가능. 그러니까 상근병도 어떻게 보면 선택을 한거라고 생각이 된다. 어쨌든 나는 해병대 상근? 가짜 해병? 오히려 좋아! 하고 팔자에도 없는 ‘해병대 상근병’이 됐다.
훈단에 가면, 그래도 상근병은 행정상 ‘징집된’ 다시 말해, ‘억지로 끌려온’ 처지라 정예 해병과는 좀 약자 우대를 해줄 것 같지? 어떤 면에선 그렇고 어떤 면에선 그렇지도 않다. 일단 훈련 다 참여해야 됨. 뭐 이건 당연한 것처럼 들리는데, 막상 해병대 특유의 훈련을 받을 생각하면 내가 이걸 시발 왜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안 들수가 없음. 아이비에스였나? 한 겨울에 보트들고 물에 빠지는 그런거.
물론 아프다고 뺑끼쳐서 힘든 훈련 재끼고 대충 7주간 어영부영 버텨서 자대 배치 받고 집에 가는 아재들도 많지. 근데 뺑끼는 정예 해병도 가능한 부분이라, 상근병이라고 훈단에서 특혜가 도드라지게 있다고 보긴 힘듦.
근데 웃긴건 있다. 뭔가 애가 훈련에 열심히 하려고 함. 예를 들어 유격가서 밧줄 매달려서 기어 다니고 이런거 하려고 하는데 뭔가 애가 상태가 안 좋아 뵘. 그도 그럴것이 상근병은 해병대처럼 체력 테스트를 하고 들어온게 아니라 비실이들 많거든. 그럼 교관이 조용히 외친다. “너 상근이야!?” 그럼 상황 정리됨.
훈단 내 훈병들 사이에서의 차별 대우? 별로 없다. 완전 개찐빠 고문관 성격만 아니면 그냥 정에 해병 마냥 묻어서 잘 적응한다. 심지어 훈단에서 처세술 좋아서 인기 많고 마치 찐 해병인것 마냥 해병뽕 잔뜩 취해서 해병놀이 하다가 자대 배치할 때 “사실 난 이제 집에가… 지금까진 해병 캠프였어…”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함.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을 수 있는게, 항간에는 상근병이 어디 불편하거나 문제 있는 애들이 가는 걸로 돼있던데… 글쎄 내가 알기론 그렇지 않음. 울 동네에서도 상근병 간 아재들 보면 다 멀쩡함. 못해도 2-3급. 근데 이건 좀 의아스러운게, 가정 형편을 좀 보지 않나 싶음. 은근히 한부모 가정이라거나,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사는 애들이 많이 보였음.
만약 이 추정이 사실이라면 국방부에 뭔가 좀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게, 상근병의 가장 큰 특장점은 주말에 논다는거. 다른 말로 하면? 주말 알바 쌉가능이라 익어. 형편 어렵고 주소지 근처에 군부대가 있다? 당신은 미래의 상근병.
군대 가기 전에는 이 상근병의 생태계를 잘 몰랐음. 동네에 가끔 돌아다니는 아재들 중에 군복 입고 버스타고 댕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아재들이 다 해병대 상근병이었더라. 군인 되니까 길거리 나가면 군인만 눈에 띈다는 얘기가 ㄹㅇ임. 그땐 몰랐다. 동네에 군바리가 이렇게 많은줄.
상근병들 기강 관리도 현역 간부들의 고심거리처럼 보였음. 얘네가 퇴근해서 술처먹고 말썽 부리고, 경찰서 가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주말에는 번개 통신이란 존나 소용없는 짓을 한다. 주말에 군부대 일반 전화 회선으로 걸어서 “필승 통신보안 이병 김개똥 집에 있습니다.” 뭐 이딴식으로 신고를 하는 거임. 물론 야부리 돌려서 놀러 가는거 어렵지 않음.
이게 위수 지역인가? 뭐 그런게 있음. 상근병이 퇴근 후 자유의 몸이라도 군에 종속된 노예기 때문에 관할 지역을 벗어나면 안 됨. 걸리면 영창가거나 그러겠지? 근데 실제로 점프 (위수지역 이탈하는 걸 점프라고 하더만) 했다가 영창 갔다는 놈팽이는 본 적이 없다.
자, 그럼 늬들이 젤로 궁금할 건 상근병은 뭐하느냐, 즉 보직이겠지? 이건 부대 바이 부대. 해안 경계병으로 뽀초스러 댕기는 애들도 있고, 행정병 되서 엑셀 두드리는 아재도 있고. 나는 예비군 관리대 소속에 행정병으로 배치 됨. 상근병들이 공통적으로 경계하는 보직이 현역들이랑 부대끼는 데. 예비군 관리대 들어가면 예비군 동대/면대 이런 곳으로 빠질 수 있고, 흔히 알려진 ‘면대 상근병’, ‘동대 상근병’들은 현역들이랑 마주칠 일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매 대부분 이 자리를 선망한다.
훈단에선 뭐 어차피 몇 주 후에 빠이빠이 할 거라 그렇게 깊은 관계가 안 생기잖음? 근데 확실히 자대 배치 받으면 상근병 대 현역병 갈등이 있다. 이게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진거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꽤나 사나웠던 모양. 그도 그럴것이 무작위 징집이라 얘는 해병이 되면 안 될 애가 상근병의 혜택에 꼬드겨져서 빨간 명찰 달고 있는 건데… 면접 보고 들어온 정예 해병 입장에선 존나 웃긴 상황이겠지. 맹수들의 소굴에 사슴이 뛰어든 느낌이랄까?
그래서 자대 배치를 받으면 상근병이라도 어느 부대에 어느 보직으로 받느냐가 관건임. 소위 전투부대라고 불리는 현역병이랑 부대끼는 곳으로 떨어지면 좀 고달프게 되니까. 예비군 관리대에서도 물론 현역병이랑 생활하는 상근이들이 있음. 근데 보통 이런 전투부대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후방 부대는 상근병들을 막 괴롭히거나 갈등 생기고 하지 않는 것 같음. 부대 생활이 워낙 편하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다같이 좋게 가자, 이런 느낌?
반응 보고 2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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