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먹으면 글도 사진도 귀찮을테니 일단 글부터 써두자

원래 계획은 yr windy를 통해 확인한 호재를 노을공원에서 찍는 것이었다

적절한 높은 구름과 적절히 좋은 공기는 오늘의 사진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주었다

일단 동네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출발했다

어쩌다 보니 약간 우회한 끝에, 노을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재를 약속하는 것들은 정말 많지만 호재를 만들어주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농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고, 지는 해의 모양은 뭔가 애매했다

그보다 더 끔찍했던 건, 노을공원에서 어딘가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은 전부 무성한 나무로 가려져 있었다

나무와 나 중 누가 더 있어야 하는 존재인지는 판단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럴거면 전망대인 척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점에서 얼음컵에 펩시제로를 먹으며 생각했다

마냥 화내는 건 그렇게 생산적이지 않다, 일단 짜증은 냈으니 이후는 데미지 컨트롤의 영역인데

이렇게 된 거 여기서 끝을 볼 것인지, 아직 일몰이 한시간정도 남았으니 다른 견적을 볼지의 결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 결정은 바로 내려가서 습지쪽으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계단이 전망이 더 좋더라

생태공원을 헤매다 보니 발견한 건 가양대교 북단의 엘리베이터였다 허겁지겁 올라가 일몰을 아쉬운대로 찍었지만

불탈듯 말듯한 구름은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이렇게 된 거 퇴갤하면서 밥이나 먹자 하고 귀가 준비를 했다, 고소공포증이 도져서 가양대교를 건널 자신은 없었고

북단으로 쭉 올라가서 아무튼 생성된 버스를 타고 귀가할 계획을 세웠다

근데 쭉이... 좀 많이 길었다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 시내 비슷한 곳으로 도착했고

찾아보니 근처에서 마포구청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길래 마포구청역에서 6호선 타고 귀가하면 되겠지 싶어 그렇게 했는데

왜인지 버스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갔고 기사아저씨가 '종점인데요' 라고 하길래 지도를 켜 보니 어딘가의 차고지였다

어떡하지 하고 지도를 찍어보니 뭔가 귀가길도 호감이 안 가고 버스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멍때리다 일단 사진을 좀 찍었다

그러다 배고파서 걍 택시불러서 집와서 밥먹었다

의도치 않게 간 곳이 의도한 곳보다 더 많았지만, 어디를 가든 찍을 것은 있어 썩 나쁘진 않았다

지나고 보니 내가 바라지 않던 랜덤출사를 진행한 기분이다

한줄요약: 집 > 커피 > 헤매기1 > 노을공원 > 손절후 가양대교 > 헤매기2 > 버스에게납치당함 > 헤매기3 > 택시불러서귀가

이제 사진봐라

흑백 낼름거리면 진짜 별로였단거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