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경주 노곡리 등지에서 개발리고 고립무원이 된 경주성.
당시 경주성에는 다른 여러 주둔지들과 마찬가지로 대략 1,000 ~ 1,500 정도의 일본군이 진을 치고 있었음.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경상좌도 병마절도사 박진이 휘하 장수들을 모조리 이끌고 출진한 무려 1만의 조선군.
초기 용인 전투에서 대패하고 와해된 수만의 삼도 조선군이 당시 각지에서 재결집하던 시기였기에 일본군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주력군 규모의 대군이 눈앞에 뙇하고 등장한 것.
완전히 망해버린 상황 속에 경주성 주둔군의 선택지는 둘 밖에 없었음. 이 병력규모차로 가만히 앉아있다간 대군에 포위 당해 말라죽는 길뿐.
1. 성을 버리고 튄다. - 빤쓰런이 답이다. 그러나 경주성을 버리게 되면 상주는 조선군의 물결 속에 홀로 남겨지게 됨. 상주가 어디냐? 바로 부산서부터 경상도를 거쳐 경기도, 강원도로 전방 주력 부대들에게 물자를 운송할 최중요 보급거점이었음. 이대로 경주를 포기하고 상주가 넘어간다? 이미 한반도 최북단까지 쭉쭉 나아간 전방부대들에는 아비규환이 기다릴 것이 분명했음.
2. 목숨을 걸고 과감히 나아가 적을 격퇴한다. - 2,000따리도 안되는 병력으로 1만을? 미쳤니?
여기서 일본군은 2번 요격전을 선택함.
그도 그럴 것이 일본군은 임란 초기의 전훈을 통해 알고 있었거든.
조선군은 싸움을 개못한다는걸.
당시 일본군은 공공연하게 조선군을 양떼에 비유할 정도로 얘네들이 전투경험이고 조직력이고 개뿔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 그렇기에 일단 죽을 각오로 들이쳐 충격을 가해 무너뜨리면 구원군이 돌파해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
그리고 조선군이 모르는 사실도 하나 있었음. 언양 방면에서 급히 출발해 경주성으로 접근하고 있었던 또다른 일본군 구원부대가 있었다는 거. 대략 500 규모의 원군과 성내의 1,500 병력.
일본군은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는 쪽에 판돈을 걸었음.
그렇게 벌어진 1차전에서 조선군은 개털림.
이번에도 무다무다무다를 외치며 정면 꼴박한 조선군을 사이에 두고 미리 성 밖으로 나와있던 수비군과 지원군이 조선군을 양면 쌈싸먹었음.
조선군은 이 전투로 대략 600명 가량의 사상자를 내고 산산히 흩어졌음.
하... 느그 진짜 싸움 개못하잖아. 병력 많다고 깔짝대면 괘씸하그든요?
그렇게 좋게 끝났으면 좋았겠는데...
이번 양떼들은 뭔가 달랐음.
엉망진창으로 털려서 다 흩어지고 고작 3천따리 정도 남은 조선군은 원래라면 그대로 패주하는 게 맞았음. 느그 개못하니까.
근데 이색기들이 뭘 잘못 처먹었는지 경주성이 내다보이는 동네 앞산으로 쪼르르 튀더니 거기에 자리를 잡아버림.
뭐 매복 이런 거도 아니고 뚝딱뚝딱 대놓고 진지를 만들더니 군기까지 휘날리며 경주성을 겁박하기 시작. 거기에 어디서 자꾸 솟아나는지 사방에서 조선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음. 곧 조선군의 규모는 다시 꾸역꾸역 불어나 1만 규모로 돌아가버림.
그때부터 일본군에게는 지옥이 시작됨.
장장 한 달여에 걸쳐 조선군은 경주성 일대 주변 곳곳을 차단한 채 수시로 병력을 교대해가며 경주성을 포위공격하기 시작했음.
꼴박대장 권응수는 갑자기 벌쳐가 빙의했는지 기병들을 끌고 내려와 성벽 바로 아래까지 치고 들어왔다 불화살 날리고 빠지는 와리가리 전술을 펼치지 않나, 주변 일대가 다 틀어막혀 외부의 원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조선군은 꼴박이 아니라 아주 조직적으로 병력 교대해가며 성내 수비군을 지독하게 괴롭혔음.
그동안 박진의 본진에서는 몬가... 몬가 일어나고 있었음.
바로 '박의장'이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몬가를 만들고 있었던 것.
박진은 견고한 경주성의 방어를 돌파할 신병기를 주문했는데. 그 주문을 받은 박의장이 밑에 애들 굴려서 끝내 완성한 것이 무엇이냐?
바로 이장손이 고안한 시밤쾅 비격진천뢰.
밤낮으로 계속되는 포위공격에 이제 진짜 포격까지 곁들어지는 대환장 나이스샷이 펼쳐졌음.
결국 경주성 주둔 일본군은 초장에 그렇게 화끈한 대승을 거두었음에도 성 안에서 한 달 내내 주구장창 얻어 처맞기만 하다 성을 버리고 빤쓰런 쳤음.
이 경주성 함락의 피날레를 기점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군은 상주성마저 포기하게 되고, 이로써 큐슈 - 부산으로 이어지는 일본군의 주보급선이 경상북도에서 뚝 끊기게 됨.
그렇게 한양을 기점으로 한반도 북단을 밀어붙이던 일본군 주력부대들은 지옥으로...
일본군 느네 전쟁 개못하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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