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대자연을 눈 앞에 두고 그 웅장한 스케일에 감동해, 그 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이 산이 이렇게 작았나?"
왠지 실망.
거대한 산으로 보였을텐데 사진은 왠지 작아보인다.
왜 사진으로 보니 스케일이 작아진 느낌이 든것인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보는데, 사실 그건 뇌 속에서 만들어진 경치입니다.
그걸 지각상이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우선 눈의 망막이란 부분에 광경이 비치게 된다.
그 정보가 뇌에 전달됨으로서 다양한 것들을 자각한다.
이 뇌에서 지각된 상을 지각상이라 부르며, 망막에 비친 상을 망막상이라 부른다.
사카타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망막에 비친 상을 그대로 인식하는게 아닌, 실은 뇌 속에서 다양한 처리가 이뤄진걸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얼굴 앞에 손을 앞뒤로 움직여보자
멀리 있어도, 코앞에 있어도 손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것 처럼 느껴질 것이다.
망막 상에는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났을텐데, 이건 뇌에서 그 거리를 계산해 항상 일정한 크기로 보일 수 있도록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크기 항상성이라 부른다.
그러면 뇌는 왜 이런 처리를 하는것일까?
크기 향상성은 앞에 있는 사물을 볼때 크게 작용한다.
컵을 드는 동작을 할때 같은 컵이라도 거리에 따라 크기가 달라보이면... 손가락을 구부리는 지시에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미스가 일어나지 않도록 멀리 있는 것이라도 지각상에는 크게 보이도록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멀리서 사람이 다가올때도, 그 사람의 신장이 크게 변했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망막에 비친 광경 그대로를 자각하고 있는게 아니다.
실제로 본 풍경의 인상과 사진으로 본 인상의 차이도
이런 망막상과 지각상의 차이로 인해 일어난것이다.
실제 풍경을 봤을때도 크기 항상성 처리가 이뤄져 있어, 머릿속에서는 웅장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에 찍힌건 단순히 눈에 비친 망막상이며
일반적으로 멀리 있는 물체는 상당히 작게 찍혀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웅장한 산맥도 사진에서는 작게 찍혀버려, 내 인상과 달라 실망하는 것이다.
애니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왜 미야자키 작품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미야자키 감독은 지각상의 메커니즘을 직감적으로 이해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화면구성과 배경은 프랑스 화가 세잔의 그림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폴 세잔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 해외에서는 원근법이 전성기였다.
원근법은 대상물이 멀리 있을수록 작아지는 현상을 이용한 수법으로
두개의 레일이 멀어질수록 그 폭이 좁아져보이는 현상이다.
하지만 세잔은 그런 원근법을 거의 무시한 화가로, 그는 멀리 있는 물체를 원근법에 따라 작게 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건 세잔이 그린 생트 빅투와르 산이다. 웅장하고 박력있는 산으로 느껴진다.
사실 이건 원근법으로 보면 옳지 못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르누와르가 같은 장소에서 그린 같은 산이다.
산과 나무가 원근법에 따라 그려져 있으며,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렇게 보일것이다.
사카타 교수에 의하면 세잔은 지각상에 따라 충실히 그림을 그린 화가로
자기가 지각적으로 본 감각과 인상을 그대로 그리려 했다고 한다.
즉 르누와르의 그림은 사진같은 구도로, 망막상에 가깝다.
그에 비해 세잔의 구도는 인간이 본 지각상에 가까운 것이다.
세잔의 그림을 보면, 세잔이 경치를 본 위치에 서서, 실제 산을 보는 듯한 박력을 느끼는 것이다.
사카타 교수에 의하면 미야자키 작품도 같은 지각상으로 그려져 있고, 그 효과가 나왔을거라 한다.
그러면 그 효과를 보자
지금 본건 사실 컴퓨터 그래픽을 쓴 영상이지만, 화면 가운데의 여성과 뒤의 많은 군중들을 주목하자.
컴퓨터 그래픽은 실제 위치관계를 계산하고, 거기에 인물을 배치하기 때문에 원근법에 충실한 영상이 된다.
화면 가운데에 있는 여성과 군중들은 이렇게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 위치에 인물을 그대로 배치하면, CG에서는 거리가 먼 만큼 작아져버린다.
그래서 뒤에 있는 인물 신장을 크게 만들었다고 한다.
알기 쉽게 인형을 써서 설명해보자
이건 원근법에 충실한 화면이다.
뒤에 있는 인형은 앞에 있는 인형과 같은 크기다.
이어서 이쪽.
지각상으로 그리는 미야자키 감독의 화면구성은 이쪽에 가깝다.
사실 뒤에 있는 인형은 이렇게 크다.
두 영상을 비교해보자
지각상을 재현한 화면 쪽이, 자기가 그 자리에서 보고 있는 듯한 박력을 느낄 수 있다.
미야자키 작품에서는 이런 감독의 지각상으로 화면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런 화면은 미야자키 감독이 초기에 다룬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하이디에서 장면설정과 화면구성을 담당해, 화면의 레이아웃을 만들었다.
여러 씬에서 볼 수 있는 알프스는 상당히 강조되어 있으며, 지각상처럼 웅장하게 그려져 있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화면은 센과 치히로에서도 볼 수 있다.
스토리의 무대인 목욕탕 내부를 찍은 영상.
정면의 들보가 크게 휘어져 있지만 좌우 들보는 그렇지 않다.
이것도 원근법으로 보면 왜곡되어 있는 거지만, 우리는 여기에 아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 강조된 높이에 박력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이런 지각상에 의한 화면구성은 어떤 식으로 그려져 있는 것인가?
지브리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 씨와
칼리오스트로의 성, 미래소년 코난 작감을 한 오오츠카 야스오씨에게 물어봤다.
"그(미야자키)의 말버릇인데요. "자료를 보고 그리지마!"라고 (스태프들한테) 말하는거에요.
사진을 보거나 뭘 보고 그리는 사람은 무조건 혼나요."
"사진을 보고 그걸 그대로 그리면요, 의외로 허접해ちゃち보여요
미야자키 상의 경우는 그게 아니라 자기가 보고 감동한걸, 그 풍경을 머리속에서 재구축해서 그리는 작업을 하니까
미야자키 감독의 머리 속에서 조립된 거라 할 수 있어요."
즉 미야자키 감독은 배경과 풍경을 사진처럼 재현하는게 아닌, 인간이 뇌로 인식한 "지각상" 그리려 했고
그걸 스태프들한테도 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각상이 미야자키 작품의 인기 요인이라면, 지각상은 보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 것일까?
"지각상에 따른 화면구성으로 인해
관객은 자기가 그 자리에 있다는 임장감(현장감)이 생깁니다.
이 임장감이란건 작품에 몰입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야자키 감독이 만들어낸 지각상으로 인해
관객은 자신의 뇌로 인식한 듯한 세계를 거기서 느낄 수 있다.
사진을 보는듯한 느낌이 아닌, 실제로 그 곳에 있는 듯한 임장감이 나온다.
그리고 그게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임장감으로 인해 지금 보고 있는게 바로 거기에 있는 듯한 존재감이 생깁니다.
그로 인해 스토리가 현실성을 띠고, 캐릭터가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즉 미야자키 감독이 그리는 지각상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인것이다.
- 미야자키 하야오 다큐 (2) - 미야자키 애니 인기의 비밀
그 외에도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잘 넣어져 있다고 한다.
"운동시차나 옵티컬 플로우라는 현상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자신이 넓은 공간을 움직이고 있다 느끼는 임장감(현장감)을 나타내기 위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운동시차
열차에서 밖의 경치를 보고 있으면
멀리 있는 산은 잘 움직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전봇대는 빠르게 지나간다.
이렇게 자신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사물의 움직임 차이가 운동시차이다.
이건 우리가 깊이를 지각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다.
미야자키 작품에서는 이런 운동시차를 훌륭하게 그린 씬이 몇차례 등장한다.
센과 치히로에서는 전차의 씬
모노노케히메에서는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는 씬
앞의 풀, 중앙에 인물, 그 뒤에 강과 산 등의 배경이 다른 스피드로 움직여 장대한 스케일감이 나왔다.
키키에서는 히로인과 넓게 펼쳐진 배경이 서로 역방향으로 움직여
관객도 같이 하늘을 나는 듯한 멋진 입체감이 연출됐다.
옵티컬 플로우
예를 들어, 우리가 똑바로 나아갈때 보이는 광경은 뇌속에서 이렇게 방사형 흐름으로 인식된다.
이게 옵티컬 플로우다.
이 옵티컬 플로우로 인해 자신의 운동 상태와 그 장소의 깊이 등을 자각할 수 있다.
모노노케 히메 예시 화면
화면 주변에 방사형 선이 그려져 있어, 옵티컬 플로우가 강조되어 있는걸 알 수 있다.
라퓨타에서는 배경이 화면에 가까워질수록 빠르게 움직이는 등, 옵티컬 플로우가 강조되어 있다.
이런 영상표현으로 인해 화면에 깊이감과 입체감이 만들어져 현장감이 생긴다.
사카타 교수에 의하면 이런 영상이 임장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영상으로 인해 다감각 뉴런이 잘 자극되는거라 생각합니다"
다감각 뉴런
우리 뇌속에서는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이런 뉴런은 때에 따라 각자 특정한 자극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에만 반응하는 뉴런과 수박에만 반응하는 뉴런의 존재가 확인되어 있다.
사카타 교수는 원숭이를 의자에 앉혀 회전시키는 실험을 통해 회전운동에만 반응하는 뉴런을 발견했다.
그 뉴런은 어두운 곳, 즉 눈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몸만 회전시켜도 반응하며
반대로 원숭이를 멈춘채로 두고 그 앞에 회전하고 있는 물체를 보여줬는데도 반응했다. 즉 눈의 정보만으로도 반응한것이다.
즉 회전운동에 반응하는 뉴런은
시각 정보와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삼반규관 정보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
자신의 몸이 회전하고 있다는걸 지각한다
그런 두개 이상의 감각 정보에 반응하는걸 다감각 뉴런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다감각 뉴런은 어느 한가지 정보만으로도 반응해버린다.
그래서 영화와 같은 눈의 정보만으로도 마치 평형감각까지 자극 당한 듯한
자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지각이 보는 사람에게 자극된단 것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차하고 있는 열차에 타고 있고, 창문으로 옆 열차가 움직이는걸 봤을때
한순간 자기가 움직인듯한 착각을 당신도 경험했을 것이다.
이것도 다감각 뉴런이 반응해, 시각정보 뿐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버리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작품은 이런 다감각 뉴런이 자극되는 운동시차와 옵티컬 플로우를 잘 사용한 영상이 넣어져 있다.
그래서 관객은 자신도 움직이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더 나아가, 사카타 교수에 의하면 시각에 반응하는 다감각 뉴런은 스피드 변화와 회전운동에 크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회전하는 영상은 관객이 부유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뇌를 자극하는 영상으로 인해, 미야자키 작품에서는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임장감이 생겨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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