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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복지국가는 노동자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1.17 1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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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389246_SPyJWwrP_4441.png1969년에 파업하는 스웨덴 광부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스웨덴은 서방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 그리고 서유럽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나라였다. 그런데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산업화된 사업장에서의 위험성 때문에 영어 문화권, 스칸디나비아 반도, 기독교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술 절제운동 덕분에 형성된 강력한 조직화 문화가 자유로운 교회와 결합돼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민주의자들이 양성됐고 이들이 조직화하면서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반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그 이후 스웨덴 복지국가를 발달시킨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스웨덴의 사회학자 발테르 코르피의 19983년 명저 ‘민주적 계급투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자코뱅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Class Struggle Built the Swedish Welfare State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민주의 국가로 스웨덴을 자주 꼽는다. 전성기 당시의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사회로 모든 시민에게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신하는 관대한 복지국가였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사민주의 운동과 복지국가를 발전시킨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스웨덴의 성과는 눈에 띄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소득 불평등과 놀라울 정도의 실업률,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분배 정책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놀라운 복지국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그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스웨덴 복지국가의 탄생은 수십 년 동안 이뤄진 계급투쟁과 조직화 덕분이었다.

스웨덴의 사민주의를 연구한 1983년 고전 ‘민주적 계급투쟁’에서 사회학자 발테르 코르피는 선진국일수록 경제적 재분배를 위한 갈등에서 계급은 점점 중요해지지 않는다는 기존 이론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코르피의 논지를 소개한다.

산업 선진국에서 계급갈등은 예전과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 여전히 핵심적이다. 그리고 노조를 조직하고 사회주의자들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사회 권력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자본가 계급으로부터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만 봐도 그렇다. 스웨덴의 계급투쟁은 사업장에서의 투쟁에서 시작해 선거 정치 참여와 정책 대결로 확대됐다. 덕분에 스웨덴은 놀라울 정도로 평등한 복지사회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는 그 이상의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권력 자원’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장악하고 있어 가진 것은 노동력뿐이고 국가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능력이 거의 없는 노동자 계급에 대해 과도한 권력을 쥐고 있다. 자본자가 ‘권력 자원’을 활용해 노동자를 지배하고 자기 이익에 맞게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조직을 만들어 노조와 정당을 통해 집단행동을 하면 이에 맞설 수 있다. 그리고 그 조직들이 충분히 강력해지면 자본주의의 권력구조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스웨덴 노동자들이 바로 그렇게 했다. 산업별로 강력하고 잘 짜여지고 중앙연맹(LO, 스웨덴 노총)으로 단합된 노조운동을 일으켜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사민당)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스웨덴에서는 20세기 초에 현장투쟁이 격렬했다. 노동자의 총파업도, 자본가의 산업 전체 직장폐쇄도 빈번했다. 1인당 노동일수로 봤을 때 1900년부터 1930년 사이에 서방국가 중에서 파업과 직장 폐쇄가 가장 많았던 나라가 스웨덴이었다. 노동자 1000명 당 노동손실일수가 1900~1913년에는 1,286일, 1919~1938년에는 14,48일에 이르렀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3.7일이었다).
1642391080_85ECdULK_8635.jpg1890년 스웨덴의 노동절 시위 ⓒ사진=뉴시스
1930년대에는 사민주의자와 공산주의자를 아우르는 사회주의파가 총선에서 처음으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고 사민당의 정권 장악력이 점점 커졌다. 이에 따라 노동자도, 그리고 자본가도 전략을 바꿨다. 계급투쟁이 ‘뜨거운 전쟁’에서 ‘냉전’으로 전환됐다.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덜 파괴적인 형태의 대결이 많아진 것이다.

노동운동은 파업 대신 정부 정책에 눈을 돌렸다. 사민주의 지도자들이 자본과의 전략적으로 타협하면 국가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자본도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으로 노동과 맞서기 보다는 타협을 택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자본 주류가 사민당의 집권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차라리 좌파와의 타협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44년 동안 거의 끊이지 않았던 사민당의 통치가 시작됐고 스웨덴은 불평등을 대폭 축소하고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건설했다. 사민주의 정권은 완전고용 유지를 목표로 관대한 국민연금 및 의료 시스템을 구축했고 누진세를 통해 야심찬 사회주택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웨덴의 복지국가는 대체로 강력한 노조운동과 거의 반세기 동안 이어진 사민주의 집권의 힘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현장투쟁에서 정책 싸움으로 옮아갔다고 해서 계급투쟁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속에서 계급투쟁이 전략적으로 재조정된 것뿐이다. 또, 사민주의 정권의 정책이 전략적으로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고 해서 노조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사민주의 정권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노조와 노총이었다. 우선, 스웨덴 정권이 1950년대에 동일업종 노동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연대 임금제’와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하게 된 것은 노총 덕이었다. 노총의 주도로 중앙화된 단체교섭으로 연대 임금제가 가능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의 최고 소득과 최소 소득의 차이가 커지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1642391468_HUDYr2Cd_3921.jpg스웨덴의 살쮀바덴 협약 ⓒ사진=노동자연대
정부가 노동자 재배치 및 재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실직자와 고용자를 이어주고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못 찾는 사람들을 공공부문에서 고용하는 등 노동시장에 개입한 것은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는데, 이것도 LO의 주도로 연대 임금제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연대 임금제로 수익률이 낮은 기업의 부도가 가속화되고 수익률이 높은 기업의 인재 모집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을 통해 스웨덴 좌파 여러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었다. 첫째, 기업 생산성이 올라 빠른 경제발전이 가능했고 좌파 지도자들이 사회주의의 필요조건이라고 믿었던 자본의 집중에 도움이 됐다. 둘째, 부와 소득의 격차가 줄었다. 셋째, 취업기회와 임금이 균등화돼 노동운동내의 연대의식이 커졌고, 이는 재분배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됐다.

사민당은 집권 기간 동안 노동운동의 성장과 급진화를 촉진했다. 스웨덴의 노조조직률은 점점 높아져 2차 대전 종전부터 1976년까지 농업부문을 제외한 노조조직률이 30%에서 76%까지 올라 선진국 중 최고가 됐다.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지속되는 자본의 독재에 점점 불만이 커지던 노동계의 압박으로 1970년대에는 혁명적인 ‘임노동자 기금안(마이드너 플랜)’이 추진되기 시작한다. 이는 노조가 운영하는 임노동자 기금을 만들어 매년 기업 이윤의 20%를 투입해 이것으로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노동자 대표들을 기업 경영에 참여시키고, 이 기금이 모든 주요 기업 주식의 과반을 차지할 때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자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의도로 시작된 임노동자기금은 자본가와 보수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스웨덴 노동과 사민당의 갈등을 격화시켰고 사민당 내부마저 분열시켰다. 결국 우파가 여론전에서 승리했고, (선거에서 불리할 것 같아) 처음부터 열성적이지 않던 사민당 지도부는 부의 재분배와 노동자 세력의 강화 대신 투자 증대 효과를 강조하며 크게 수정된 내용으로 1984년 마이드너 플랜을 도입했다.

그 결과 7년 동안 5개의 작은 기금이 만들어져 주로 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하지만 7년이 지난 1991년에 이 기금들의 자산 가치는 스웨덴 주식 시장 가치의 5%도 되지 않았다.

가지 않은 길

(코르피가 ‘민주적 계급투쟁’을 쓴 1983년이면 사민당의 정국 장악력이 이미 떨어지고 노동과 자본의 ‘역사적 타협’이 와해되기 시작했을 때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이런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스웨덴 사민주의의 쇠퇴를 사민당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 기간 동안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 때문에 크게 제한됐고, 전 유럽과 전 세계에서 이들 정당이 약화됐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사민당을 등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그 전이었다. 1970년대에 이미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져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완전고용과 안정적인 물가를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운 경제 위기가 닥쳤다. 이때 사민당 정권은 세계 여러 정부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물가를 선택해 완전 고용을 포기하고 복지를 줄여 노동자의 삶의 질을 낮췄다. 이는 노동자의 단체협상력과 리스크가 큰 단체행동에 나서려는 의지를 약화시켰다.

이때 사민당 정권이 마이드너 플랜만 제대로 도입했어도 경제적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노동자는 임금인상을 조금 양보하는 대신 기업에 대한 집합적 소유권을 확대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은 투자를 늘릴 수 있었다.
1642392032_sW401pZ4_6623.jpeg렌-마이드너 모델 ⓒ표=정태인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민당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마이드너 플랜을 위해 힘을 다해 싸우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정치적 헤게모니를 잃고 이후 재집권할 때도 스웨덴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신자유주의적 해결책드을 선택했다. 사민당이 약화된 것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 아니라 사민당 정책의 내용과 결과 때문이었다.

오늘날 미국 좌파들이 새겨야 할 교훈

진보파와 사회주의자들이 스웨덴이나 유럽의 다른 사민주의 사회에서 영감을 얻으려 할 때가 많다. 그럴만 하다. 스웨덴의 사민주의가 이룬 성과는 여러 선진국이 오늘날 본받을만한 모델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스웨덴 사민주의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달성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코르피의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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