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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 이재명이 쓴 자서전앱에서 작성

ㅇㅇ(211.213) 2022.03.09 22:04:56
조회 126 추천 1 댓글 3
														




공장으로 출근하는 길,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부러웠다. 교복 칼라는 아침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났고 아이들의 가방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담겨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잿빛 작업복 차림이었다. 수다를 떨며 활기차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거슬러 공장으로 가는 길은 힘들었다. 가급적 그들과 마주치지 않는 골목길을 찾아다녔다.


하루는 공장에 교복 입고 출퇴근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뭐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알아보니 고등공민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내 안에서 뭔가 ‘반짝’ 빛났다.


“아버지, 저도 야간학교에 들어갈래요.”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말했다. 희망 같은 걸 언뜻 본 듯한 흥분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입만 바라보았다.


“야간학교는 정규학교가 아니어서 3년 다니고 다시 검정고시 봐야 한다.”


아버지는 승낙하지 않았다. 돈벌이로 공장이나 다니게 하려고 공부를 막는다고 나는 단정했다.


아버지와의 길고 깊은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오직 ‘공부하기 위해’ 아버지와 싸워야 했다.


아버지는 중퇴긴 하지만 대구에서 고학으로 대학공부도 했던 사람이었다. 교사나 순경도 했었지만 외아들이라 부모님을 모시려고 고향으로 돌아올 만큼 효자였다. 대신 농사일은 하나도 할 줄 몰랐다.


그러던 아버지가 성남으로 상경한 뒤로는 완전히 바뀌어 수전노가 되어 있었다. 악착같이 일하고 지독하게 모았다. 집에는 돈 버는 사람만 있고 쓰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는 어떤 계기로 그렇게 변했을까? 재영이 형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안동양반 출신이에요. 젊은 시절엔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도리를 다한다는 식의 선공후사 같은 도덕의식이 있었어요.

동네일은 공짜로 다 해주면서 곧이곧대로 살던 사람이었죠. 자기가 가진 지식과 돈, 시간을 다 남을 위해 썼던 거예요.


그런데 그 결과가 뭐였냐? 성남에 와서 아버지는 체면과 명분, 공부, 이딴 거 아무 소용없다, 거지를 면하려면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것 같아요.”


아버지에게도 아버지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맘 같지 않은 세상에 상처받은 후로, 원래의 자신을 부정하며 살았는지도... 어쩌면 아버지는 평생 화가 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네 살 아들이 공장에 다니며 야간학교에 가겠다는 걸 막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권위적인 아버지를 둔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그렇듯 내게도 아버지는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야간학교에 가지 말라는 말을 들은 날,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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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을 피해 보자고 용접에 눈독을 들였다. 열심히 용접공을 쫓아다니며 조수를 했지만 기술을 배울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아주냉동이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곧장 다른 공장을 구해왔다. 나는 또 다른 공장으로 떠밀려갔다. 스키장갑과 야구글러브를 만드는 대양실업이었다.


그곳에서 ‘시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프레스기를 익혔다. 샤링기 유경험자, 매서운 눈썰미와 일머리 덕분에 나는 다른 소년공들보다 빨리 프레스기 한 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무려 프레스공! ‘나름 성공한 열다섯이었다’라고 쓰려다 만다. 성공은커녕 고무기판 연마기에 손이 남아나질 않아 공장을 옮겼더니, 더 위험한 샤링기를 만났고, 샤링기에서 떠나오니 프레스기 앞에 앉아 있었다.


세상은 소년공의 안전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대양실업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권투경기가 열렸다. 권투가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경기는 점심시간 공장창고에서 벌어졌다.

직원 단합이나 복지 차원의 경기는 아니었다. 선수는 신참 소년공들이었고, 선수 지명권은 반장과 고참들에게 있었다. 지명당한 소년공들은 무조건 글러브를 끼고 나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고참들은 자기들이 먹을 ‘부라보콘’ 내기를 걸었다. 그리고 그 부라보콘 값은 권투 아닌 격투기에서 진 신참 소년공의 몫이었다.


하고 싶지도 않은 경기를 해야 하는 소년공은 경기에 지면 돈까지 내야 했다. 나도 지목당하면 꼼짝없이 경기에 나갔다. 한 달 용돈이 500원인데, 부라보콘은 100원이던가? 경기에서 지면 부라보콘 세 개 값인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정말 '개떡'같은 경기였다.


나는 그때 이미 왼팔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벼락같이 떨어지는 육중한 구형 프레스기가 왼쪽 손목을 내리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금만 더 늦게 팔을 뺐다면... 손목이 부어올랐지만 타박상이려니 하고 빨간약과 안티프라민 연고나 바르고 말았다. 손목뼈가 깨졌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고 프레스기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내색하면 프레스공 지위를 잃는다. 그래서 아픈 걸 참고 숨기며 더 열심히 일했다. 그게 평생의 장애가 될지 그땐 몰랐다. 프레스기에서 밀려나지 않는 것만 중요했다.


권투를 배워본 적도 없는 소년공들은 친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거나 형편없이 맞아야 했다. 이기든, 지든 우리는 투견장에 끌려 나간 강아지 같았다. 덩치가 작고 체력이 약하던 나는 경기를 빙자한 싸움에서 대부분 맞고 돈까지 뜯겼다.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싫었다. 거기에 돈까지 뺏기면 기분이 정말 엉망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그저 공장을 옮기겠다는 말만 반복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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