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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브라질처럼 된다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12 23: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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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을 보면 '위기의 브라질'이 떠오를까

https://news.v.daum.net/v/20220220194201192


[20대 대선, 서사로 읽는 한국 정치 ⓛ] 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 를 보고

여러모로 역대급 대선입니다.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로 20대 대선과 한국정치를 읽습니다. 어떤 후보와 정당이 나의 일상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할 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지 다각도로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말>

[하성태 기자]

20대 대선이 3주도 남지 않았다. 우리 주류 언론은 '역대급 비호감' 프레임을 주요 화두로 잡은 지 오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각 캠프는 속속 정책과 공약을 내놓는 중이다. 얼마 전, 유력 대선후보가 내놓은 사법 개혁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권력에 대한 강화가 뚜렷한,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후퇴시키는 공약이 우려를 자아냈다. 정권 교체 후 검찰공화국이 완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사 및 기소는 사법부의 최종심급에 앞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유일무이한 사법적 단계다. 그렇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판에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검찰 권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만 그랬던 건 아니다. 

검찰이 정치에, 선거에 개입해 정권을 바꾸고 한 국가 전반의 개혁적·진보적 방향성을 송두리째 뒤흔든 사례는 브라질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과거 브라질 검찰 권력은 자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던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사법적으로 완전히 좌초시켰다. 좌파 노동자당(PT)을 이끌었던 룰라 다 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이 겪은 현실은 소름끼칠 수밖에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파란을 일으켰던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이하 <위기의 민주주의>)는 그러한 브라질의 현대사를, 2010년대를 가로지르는 브라질 정치 상황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다큐다.

<위기의 민주주의>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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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
ⓒ 넷플릭스
 
"가장 암담했던 과거만큼 미래가 절망적이다."

2019년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페트라 코스타 감독은 왜 이리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을까. "부자들이 위협을 느낄 때만이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의 과두정치가 등장한다"던 어느 그리스 작가의 전언처럼, 페트라 감독이 조명한 2010년대 브라질 정치는 검찰 권력을 앞세운 부패한 기득권에 포획된 상황이었다.

잘 알려지다시피, 룰라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4수 끝에 당선된 노동자 출신 룰라 대통령. 그는 갈수록 유화적인 정책을 쓰긴 했지만 퇴임 당시 87%라는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장시간 브라질 사회를 지배한 노예제의 그늘에서 만연된 시스템의 부패를 척결하고자 하는 룰라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재선 끝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룰라의 후계자인 지우마 바나 호세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줄 때까지만 해도 이후 브라질 민주주의의 몰락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계기가 바로 극우로 알려진 세르지우 모르 연방판사가 주도한 소위 '세차 작전' 수사였다. <위기의 민주주의>가 알려주는 그 몰락의 전개 과정은 이러하다.

언론에 의해 '세차 작전'이라 명명된 브라질 최대 석유 공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비자금 수사는 브라질 국민들을 광장에 끌어 모은 역대급 비자금 수사였다. 이 수사가 오랜 기간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지우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했고, 세루지우 판사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반면 룰라가 이끌었던 '여당' 노동당은 이 거대한 부패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필 원자재 폭락 등 경제위기에 직면했던 지우마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이 수사를 수수방관해야 했다.

예정된 수순이었을까. 여론을 등에 업은 세루지우 판사는 이후 수사를 확장했다. 룰라와 지우마, 두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이를 실질적으로 브라질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보수기득권의 반격이라 평가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우마 대통령도 회계 부정에 휘말렸다. 연방 판사가 검사 역할까지 도맡는 브라질 사법체계를 비추어봤을 때 현직 대통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배경이 바로 그 회계 부정 스캔들이었다. 그 통상적인 수사는 결국 지우마 대통령에 대한 보수 야당의 탄핵 주장으로 거듭났다.

물론 정부여당의 반격도 없진 않았다. 지우마 대통령은 룰라를 정무장관에 임명하려는 절차에 돌입했지만 이 역시 검찰 권력에 의해 좌초됐다. 세르지우 판사가 룰라를 부패 스캔들로 엮어 구속시켜 버린 것이다.

룰라가 투옥됐던 2018년 당시 그는 브라질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였다. 하지만 언론과 합작한 '세르지우의 칼'은 강력했고, 룰라도, 현직 대통령도, 노동당도 그 칼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룰라는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받았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검언의 합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브라질 민주주의의 몰락, 반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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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위기의 민주주의>
ⓒ 넷플릭스
 
이후 브라질 정치는 어떻게 됐을까. 노동당과 연정에 참여했던 보수 정당은 곧장 여론의 지지를 얻었던 전·현직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았다. 당장 지우마 탄핵을 발의했고 일부 노동당 의원들도 흔들렸다. 600여 명 중 350명이 넘는 하원의원이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사이, 지우마의 지지율은 9%까지 떨어졌다.

룰라는 어떻게 됐느냐고? 앞선 2017년 세르지우 판사는 룰라에게 장장 9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설상가상, 2심은 더 높은 12년 1개월 형을 선고했다. 이어 사실상 3심에 해당하는 연방고법은 8년 10개월로 감형했다. 룰라도 반격에 나섰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옥중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도 곧 좌초됐다. 법원 판결로 인해 룰라의 피선거권이 상실된 것이다.

그 결과 2019년 군부 출신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우마에 이어 당선됐다. 보수기득권이 피의 쿠데타를 일으켜 이뤄낸 정권교체였다. 그 쿠데타에 앞장섰던 세르지우 판사는 법무무장관에 취임했다. 여기까지가 <위기의 민주주의>가 다룬 내용이다.

룰라와 노동당이 몰락하는 사이, 자이르 대통령은 외신으로부터 '브라질 트럼프'라고 불릴 만큼 극우적 행보를 지속했다. 이후 룰라의 행보는 더욱 극적이었다. 국민들이 룰라 석방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 가운데 룰라는 2019년 580여일 만에 가까스로 석방됐다. 이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의해 다시 기소되는 등 계속해서 위기에 몰렸다.

반전을 이뤄준 것은 브라질 연방 대법원이었다. 2021년 3월 연방대법원은 룰라의 부패 스캔들 관련 실형을 전면 무효화했다. 대법원은 룰라가 받은 재판 일부가 편파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때마침 룰라가 연루된 비리 스캔들 자체가 조작된 것이란 폭로 기사가 나왔다. 그에 힘입어 룰라는 2022년 10월로 예고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브라질 현지 언론과 외신은 현직이자 보수 우파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좌파 전직 대통령 룰라의 양 대결을 기정사실화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40%대로 20% 수준인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다. 검찰 권력을 위시한 보수기득권층에 맞서 대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룰라의 행보를 사필귀정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2022년 우리 대선과 겹친다

보우소나루 정권의 출범은 결국 연방판사가 직접 수사까지 담당하는 브라질 사법제도에 기인한 바 크다. 그 과정에서 브라질 언론은 세르지우 판사를 스타로 만들었다. 그런 여론을 등에 업고 극우 정치가 득세했다. 사법이, 검찰이, 정치를 뒤흔들고 정권 교체의 플레이어로 뛰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정치권은 물론 브라질 국민들도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그 과정에서 과거 군부독재로의 회귀를 꿈꾸는 브라질 내 보수 기득권 카르텔은 보오소나루 정권을 열렬히 환영했다. 검찰권력과 언론, 보수야당이 합작해 낸 결과였다.

<위기의 민주주의>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후 우리네 정치상황과 연결 짓는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그것은 다큐에서 총체적으로 조망됐듯, 오랜 군사독재를 국민들의 손으로 끝장 낸 이후에도 끊임없이 보수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했던 브라질의 현실과 우리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었다. 

룰라의 구속까지를 포함해 브라질 정치 상황을 조망한 이 다큐는 룰라의 대선 출마를 통해 현재 진행형으로 거듭났다. <위기의 민주주의>가 근심했던 그 위기가 종지부를 찍을지는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 임하는 국민들의 선택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우리 20대 대선을 볼까. 역대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선 후보가 출마했다. 재임 시절 검찰권을 앞세워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기소하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그가 최근 검찰개혁을 되돌리려는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적인 언론들조차 사설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20대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위기의 민주주의>가 다시금 회자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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