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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선동에 넘어간 대통령 직선제의 열매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21 16: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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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80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1987년 12월 대선은 ‘죽 쒀서 개 준’ 케이스였다. 치밀한 정치공작이 있었고, 민주화운동 진영과 국민은 그 공작과 선동에 넘어갔다. 결국 직선제의 열매는 군부독재의 계승자가 차지했다.


 기자명김형민(SBS Biz PD) 다른기사 보기  
  • 입력 2022.03.20 06:19 
  • 756호
1987년 12월12일 노태우 후보가 서울 여의도 유세장에 모인 인파를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연합뉴스

1985년 2·12 총선 이후 민주화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개헌이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야당은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운동을 본격화했고 1000만 개헌 지지 서명운동을 선언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어. 정부는 “개헌 서명운동 전개 시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호별 방문은 주거침입으로, 개헌 서명을 위한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도로상 입간판을 설치하거나 현수막을 걸거나 완장, 어깨띠, 리본을 착용하는 것도 경범죄로 처벌(〈동아일보〉 1986년 2월11일)”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개헌운동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1986년 말에 이르면 ‘원천봉쇄’라는 말이 치안본부 관계자 입에서 떠날 날이 없을 정도로 ‘시국 치안(데모 막는 치안)’이 극성을 부렸다. 1987년이 되자마자 서울대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어. 정국은 더욱 얼어붙었지만 4월13일 대통령 전두환은 이른바 ‘호헌 조치’를 발표해. 현행 헌법으로 정권을 이양할 것이며 모든 개헌 논의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이었지. 일종의 자신감이었어. 대학생을 고문으로 죽이건 몇천 명을 잡아가건 정권을 유지할 것이고, 국민들은 찍어 누르면 된다는 발상이었지.

이때 서울의 어느 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학생회관 앞에 스피커를 갖다 두고 4·13 호헌 조치를 말하는 전두환의 육성을 학생들에게 틀어줬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전두환의 뚝뚝한 목소리를 듣다가 별안간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어. 연설 말미에 개 짖는 소리를 첨가했던 거야. “새봄을 맞아 국민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이기를 기원합니다. 왈! 왈! 왈!” 이게 웬 ‘개소리’냐는 얘기였지. 여기에 1987년 5월1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 조작되었음을 공개하기에 이르자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국민이라는 이름의 사자들은 마침내 발톱을 세우고 포효한다.

그리고 6월 항쟁이 시작됐지.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두 개였다. “호헌철폐”와 “독재타도”. 한데 이 두 구호는 뭔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느낌이 들어. 타도해야 할 독재체제가 개헌을 받아들인다면? 타도하지 않아도 되나? 6월의 끝자락인 6월29일 집권당 대통령 후보 노태우가 직선제 개헌과 그 외 민주화 조치 수용을 발표한다. 6·29 선언이었지. 그로써 6월 항쟁은 승리인 듯 아닌 듯한 결과로 마무리된다. 타도 대상은 정정당당하게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고 그때껏 민주화운동의 양대 거목이었던 김대중과 김영삼은 끝내 갈라서고 말았지.

한때 김대중을 돕다가 배신해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를 도왔다고 알려져 있는 선거 전략 전문가 엄창록은 은둔의 세월을 보내던 중 1987년 선거 정국에서 정보기관원의 방문을 받는다. 도움을 청하는 그들에게 엄창록이 남긴 말. “이미 김대중·김영삼 다 나오기로 했으면 끝난 것 아닌가. 당신들이 정권 내놓을 사람들도 아니고.” 야당 후보 김대중과 김영삼은 운명적 동지이자 숙명적 라이벌 관계였어. 서로 ‘단일화’를 외쳤지만 그 전제는 ‘나로 단일화’였지. 물론 두 정치인의 야심이 빚어낸 결과였지만, 단일화 결렬 과정과 그 이후 선거 과정에서 정보기관의 개입이 엄청났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엄창록의 회상은 그 한 단면이겠지.

이를테면 당시 부산에서는 이런 괴소문이 돌았다. “광주 갔더니 부산 차라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안 넣어주네. 주유소 주인이 김대중 선생님 만세를 세 번 부르면 넣어준다능기라.” 아빠는 이 말을 여러 사람한테 들었다. 공통점은 그들의 가까운 누군가가 당했다는 것이었지. 즉 본인이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주위에 이 얘기를 듣지 못한 친구는 한 명도 없을 만큼 입소문은 파다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선거철을 전후해서 부산 시민들 수천 명이 차를 몰고 무더기로 전라도를 방문했으며 하필 돈도 마다하고 ‘김대중 만세’를 부르라는 그 주유소에만 들렀다는 얘기가 되지. 이 소문을 누가 퍼뜨렸을까.

‘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김대중의 경호원이었다는 이가 김대중의 험담을 늘어놓은 〈동교동 24시〉는 베스트셀러가 돼서 학교 문방구에도 재놓고 팔 정도였다. 과연 그 책은 저자 함 아무개씨 개인의 작품이었을까. 김영삼 후보가 광주에 유세를 갔을 때 일부 군중이 난동 기미를 보이자 대학생이 연단에 올라가 “이러면 안 된다. 이용당한다”라고 절규했지만 연단 주변의 ‘누군가’들은 연단을 뒤흔들며 위협했고 김영삼 후보는 유세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연단 주변 사람들은 정말로 김영삼을 미워하는 열혈 김대중 지지자였을까.

대선이 임박한 12월, 노태우 후보의 전주 유세를 앞두고 전북대학교 총학생회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난다. 〈새전북신문〉에 실린 ‘전북 민주화운동사’에 따르면 그는 당시 여당인 민정당 청년 조직 책임자였어. 그는 총학생회 간부들을 만나 “우리 쪽 대응이 이 정도이니 경거망동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유세 현장의 경비 배치도 등을 ‘소상하게’ 알려주었다고 해. 이게 무슨 뜻이었을까.

마침내 유세 날, 학생 수백 명이 집결한다. 이 난리판에서 노태우 후보는 의연함을 드러내는 언론 플레이를 하지. “폭력에는 절대 굽힐 수 없다는 노 후보의 의지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싸움판이 된) 유세장 진입을 시도”한 거야. 방송사 카메라는 이 광경을 부감으로 찍어대고 있었어. 부감이란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현장을 잡는 그림을 말해. 즉 사전에 그 광경을 찍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지. 시위대 수백 명이 각목을 들고 경찰의 벽에 맞부딪치는 스펙터클이 펼쳐졌고 그 광경은 뉴스를 통해 전국에 중계됐다. 과연 우연이기만 했을까? 전북대학교에 나타나 경비 배치도를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공영방송은 공정을 표방하는 외면 뒤에 숨어서 엄청난 편파 방송을 했다. 야당 후보는 유세장의 썰렁한 모습만 골라서 보여준다든가, 유세에 몰린 인파 전체를 잡지 않고 후보의 연설과 부분적 모습만 촬영한다든가, 여당에 유리한 장면은 길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내보낸다든가 하는 식이었지. 가장 극적인 장면은 서울 유세였어. 유세장에 몇 명이 왔는지를 두고 대세를 가늠하던 시절이었기에 서울 유세는 초미의 관심사였지. 노태우 후보가 여의도에서 유세를 하던 날, 항공촬영을 하는 카메라는 마포대교 양방향으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모습을 보여준다. 인산인해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동원된 이들이 시간을 때우고 돌아가는 대열과 유세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뒤엉킨 것이었어.

1987년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하지만 매우 치밀한 정치공작이 있었던 건 분명해. 물론 그 공작에 놀아난 것은 당시 민주화운동 진영의 패착이었고, 후일 돌아가며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과 김대중의 원죄였을 거야. 더하여 6월 항쟁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쌓아올렸지만 ‘이번에는 우리 지역’이라는 원시적 선동에 넘어간 국민들의 한계였겠지. 결국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고의 세월 끝에 되찾은 대통령 직선제의 열매는 군부독재의 계승자에게 돌아가고 말았어.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제6공화국이 시작됐단다. 다음 이야기는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에 들려줘야겠구나. 누구를 뽑을지 깊이 생각해서 네 한 표를 신중히 행사한 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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