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김누리 칼럼] 윤석열·이재명·심상정 세 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24 23:01:19
조회 41 추천 0 댓글 0

https://news.v.daum.net/v/20220322141602245


20220322141606443rijk.jpg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만큼 발전한다
김누리ㅣ중앙대 교수·독문학

원래 ‘환멸의 시대’라 했다. 달리 무엇으로 이 시대를 칭할 수 있겠는가. 출판사에서 답이 왔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출판사가 제안한 제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서문에 썼다.

“‘역사란 승자의 발자취’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깊은 의미에서 역사는 잘 진 싸움의 궤적이다. 쉬이 희망을 말하지 않되 가벼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 유토피아와 멜랑콜리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 이것이 이 환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가 모두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유대계 독일 시인, 볼프 비어만은 말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비어만의 ‘절망적 희망’의 심정으로 지난 대선을 돌아본다. 20대 대선은 우리에게 무엇이었고, 무엇을 남겼는가.

첫째, 이번 대선의 본질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응징이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괴멸하던 수구는 민주당의 검을 빌려 민주당을 쳤다. 차도응징한 것이다. 그 결과는 죽어가던 수구의 화려한 부활이다.

둘째, 민주당의 역사에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 선거다. 왜 민주당은 혁명을 지켜내지 못할까? 4·19혁명에서 1987년 6월혁명(항쟁)을 거쳐 2016년 촛불혁명까지 민주당은 번번이 혁명의 정신을 배반했다. 민주당은 독재와 싸우는 데는 능했지만, 사회를 개혁하는 데는 무능했다. 혁명의 정치적 과실만 챙겼을 뿐, 혁명의 변혁적 정신을 내던졌다. 민주당은 이제 자신의 역사를 통절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셋째, 여성정치의 부상이 돋보인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 의식적인 정치집단으로서 정치 무대에 올랐다. 이번 선거가 갖는 유일한 긍정적 측면이다. 이것이 반가운 이유는 무엇보다도 여성정치가 곧 진보정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지형을 갖게 된 것은 분단체제가 만들어놓은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구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정치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원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이다. ‘고통과 억압에 대한 민감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여성의 대표성과 정당의 진보성이 정확하게 비례한다.

넷째, 미래의 비전이 실종된 선거였다.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 어떤 후보도 자신이 꿈꾸는 사회적 유토피아를 그려 보이지 않았다. ‘실용’과 ‘상식’의 홍수 속에서, ‘소확행’과 ‘심쿵’의 경쟁 속에서 새로운 이상사회를 주창하는 거대담론은 없었다. 거대위기의 시대이기에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다.

다섯째, 한국 교육의 파탄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은 한국 교육에 가장 잘 적응한 자와 가장 먼 우회로를 걸어온 자의 대결이었다. 한국 교육이 키워낸 최고의 엘리트들이 보여준 반지성과 몰상식, 시대착오적 사고는 충격적이었다. 우리의 교실이 얼마나 미성숙한 엘리트들을 길러왔는지 이번 대선은 선연히 보여주었다.

선거에 졌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역사는 어차피 직선적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는 나선의 후퇴 곡선에 들어섰을 뿐이다. 다음에는 더 큰 원을 그리며 전진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세 후보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부탁한다. 부디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우를 범하지 마시라. 대학 시절에 세 명의 군사독재자를 모두 경험한 동시대인으로서 파시즘의 과거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거대위기의 미래에도 대비해야 한다. 생태, 신냉전, 불평등의 위기는 5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거슬러선 안 된다.

이재명 후보에겐 아쉬움의 말을 전한다. 가장 아쉬운 것은 0.73%의 석패가 아니라, 이재명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재명의 참혹한 삶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자 정신적 뿌리다. 이것이 선거과정에서 거의 드러나지 못했다. 그는 실용과 통합이 아니라, 개혁과 변화를 외쳤어야 했다. 이재명의 삶이야말로 왜 한국 사회가 근본적인 개혁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하지 않는가. 그는 자신의 최고의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심상정 후보에게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싸웠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그가 진정한 승자다. 그의 처절한 패배만큼 역사가 전진했다. 역사는 이상주의자의 좌절만큼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넷 이슈는? 운영자 24/12/23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1493172 내앞에 커플들 놀고있다..ㅡ.ㅡ [1] waterlily(118.235) 22.03.25 21 0
1493171 의외로 매너있다는 소개팅 거절카톡,.jpg [3]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147 8
1493170 지잡대동기가 자퇴하고 스탠포드같은 명문대 [11] ㅇㅇ(117.111) 22.03.25 113 0
1493169 시험 70점 합격했다..한식필기 [2] waterlily(118.235) 22.03.25 49 0
1493168 개백수 끝내고 5년만에 취업함 [1] ㅇㅇ(221.147) 22.03.25 66 0
1493167 레아와 라헬 혼자든 둘이든 괜찮은 다비치 ............. 궁금한허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15 0
1493165 비겁이 하나는 있어야 자기객관화가 가능하다 [2] ㅇㅇ(76.119) 22.03.25 198 10
1493164 남편복없으면 진심 혼자 살아라 ㅇㅇ(125.177) 22.03.25 47 0
1493163 절대 이 버릇 못 고치는 한국인들,.jpg [1]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105 6
1493162 레아와 라헬 궁금한허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19 0
1493161 애니메이션 배경풍 촬영이 취미인 여고생,.jpg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58 1
1493159 진지하게 피시방 살인마 김성수 같은 남자가 이상형임 모헤(220.92) 22.03.25 37 0
1493156 나랑 사귀는 남자들 다 살찌는 이유가 뭘까 [1] ㅇㅇ(175.223) 22.03.25 102 0
1493155 이 사주 뭘까 [4] ㅇㅇ(73.68) 22.03.25 151 0
1493154 남편복이 없으면 그냥 맞춰서 살면되지 (223.38) 22.03.25 68 1
1493153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 개발 비화,.jpg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54 0
1493152 레아와 라헬 이해리와 강민경을 얻기 위해 14년을 일한 동허니 이야기 궁금한허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35 0
1493151 사이퍼즈 말고 게임 추천좀 [2] 지나가던병화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24 0
1493149 상관운 진짜 씹스럽네 근데 겁재상관운임 ㅡㅡ [5] ㅇㅇ(223.33) 22.03.25 325 0
1493148 반사회적인 사람이 이상형임 [6] 모헤(220.92) 22.03.25 126 0
1493145 빌 위즐리 분위기의 쓸쓸한 숲도 괜찮겠지 ㅇㅇ(118.44) 22.03.25 22 0
1493144 노안이면 늙으면 동안되는거 맞아? [2] ㅇㅇ(223.33) 22.03.25 141 0
1493142 천재가 설정오류를 수정하는 방법,.jpg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73 0
1493141 예전에 진짜 상관도 관이라 던 애가 있었지 [2] ㅇㅇ(59.7) 22.03.25 89 1
1493139 젤런스키 정부의 벼랑끝 전술,.jpg [1]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94 1
1493138 지지 사유축깐 신금 성격 어떨것같냐 ㅇㅇ(121.143) 22.03.25 112 0
1493137 나이직하고 퇴직금으로 성형조져야짓 ㅇㅇ(59.15) 22.03.25 17 0
1493135 예를들면 히키코모리는 대운 안탐? [5] ㅇㅇ(118.235) 22.03.25 201 0
1493134 중소기업에서 만든 구명튜브 시스템,.jpg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63 3
1493133 별의 커비를 만든 게임 디렉터의 특이점,.jpg 을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3.25 63 0
1493127 야들아 골골대기 싫으면 몸 관리를 일찍부터 해라 모헤(220.92) 22.03.25 36 0
1493126 여자들 살찌는거 맨날 고민하는거 [3] ㅇㅇ(123.109) 22.03.25 88 0
1493125 주변사람중에 제일 괜찮은 애들은 식생재, 재생관 [3] (223.38) 22.03.25 229 7
1493124 원국에 정관이 있으면 ㅇㅇ(118.235) 22.03.25 87 0
1493123 울 오빠 왜케 기엽지. 털진드기(124.55) 22.03.25 26 0
1493122 이제 평범하고 좋은남자 만나서 ㅇㅇ(223.39) 22.03.25 28 0
1493121 냐냐냐ㅑ 털진드기(124.55) 22.03.25 18 0
1493120 지금이 5월 중순이면 좋겠는데 ㅇㅇ(118.44) 22.03.25 22 0
1493119 몸살이 완쾌하지 않으니 기분까지 별로임 모헤(220.92) 22.03.25 18 0
1493118 as는 관리자가 알아서 할것 ㅇㅇ(106.101) 22.03.25 16 0
1493117 초년 기신은 무조건 없어야함 [2] ㅇㅇ(117.111) 22.03.25 117 2
1493116 그사람이 왜캐 나보고 ㅇㅇ(27.119) 22.03.25 34 0
1493115 어지간하면 무인성 무식상 이런 건 불가능하지 않냐? [3] ㅇㅇ(76.119) 22.03.25 181 0
1493114 식상기신 특징 ㅇㅇ(59.7) 22.03.25 459 8
1493113 또시작됐네 ㅇㅇ다자 자기올려치기 (223.38) 22.03.25 32 1
1493112 나 사주 보러가면 자기 먹고 사는건 [2] ㅇㅇ(118.235) 22.03.25 52 0
1493111 이쁜 여자랑 사겨도 [1] ㅇㅇ(121.163) 22.03.25 79 3
1493110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함 모헤(220.92) 22.03.25 24 0
1493109 나 사주 몰랐었는데 친구 겁재가 2개임 [1] ㅇㅇ(59.1) 22.03.25 143 0
1493108 사주에서 부동산운을 뜻하는 게 뭐임? ㅇㅇ(175.223) 22.03.25 114 0
뉴스 아일릿, '마그네틱' 스포티파이 5억 스트리밍…"K팝 그룹 데뷔곡 최단기록" 디시트렌드 10: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