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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는 유물론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27 15: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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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청와대는 간첩 소굴이어서 들어가면 안 된다고?

https://vop.co.kr/A00001610429.html


1647744040_MllmfRfQ_2439.jpg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20. ⓒ뉴시스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

기존의 청와대로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얼핏 아파트 광고문구인가 싶기도 한 이 말은 곱씹을수록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유물론’을 사탄처럼 배격하는 보수 개신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윤 당선인이 물질 이외의 의식, 정신, 생각 등을 뇌의 부산물로 보는 유물론자였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보수 개신교에서 끊임없이 주창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르크스는 유물론을 주창했고, 이는 신을 배격하는 인본주의 사상으로 기반으로 하기에 사탄이라는 도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 반대 여론이 높다는 데도 “내 철학도 중요하다”는 윤 당선인이 어떤 철학적 고민을 한 후 이 말을 내뱉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진짜 싫어서 기존의 청와대에 들어가면 소통을 못 한다는 억지 주장을 관철시키려다 할 말이 궁핍해지니 튀어나온 말이거나, 어딘가에서 주입받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나는 강력하게 의심한다.

북한이 청와대 도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기존의 청와대로 들어갈 수 없다고?

그럼에도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믿는 윤 당선인이 택한 장소가 하필 용산 국방부 청사라는 점은 섬뜩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윤 당선인의 말대로라면, 그거야말로 다시 군사정권 시대를 열겠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일제강점기의 상흔까지 간직한 곳이 바로 용산이다. 일본군 주둔지였던 용산에서 일본식 군국주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인지, 아찔해진다.

19124056_20211219_123529.jpg김진홍 목사 설교 모습. 김 목사는 지난 20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윤 당선인이 기존의 청와대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북한이 청와대 도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쳐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마저도 지난 17일 c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한판승부’에 출연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맹비판을 했다. 그의 정치적 입장을 함께하는 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는 누구의 목소리도 듣지 않는다. 국민 목소리도,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으니 윤 당선인에게 국민 목소리가 닿게 하려면 건진, 천공 같은 법사나 도사 같은 소위 영매를 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괴감 섞인 비판도 나오는 터. 안보 공백과 천문학적인 집무실 이전 비용, 주민 불편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무속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멘토 중 하나로 논란이 됐던 천공의 3년 전 용산 발언까지 회자되면서 또다시 수구 개신교 인사들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습이다. 매우 웃픈 건, 이분들의 머릿속에는 ‘빨갱이’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진홍 목사(신광두레교회 원로)는 지난 20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윤 당선인이 기존의 청와대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북한이 청와대 도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정찰국 공작원들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위해 청와대를 기습했을 당시 청와대의 상세 도면을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체 언제적 얘기를 하는 것인지, 좀처럼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김진홍의 설교를 교인들은 참으로 심각하게 듣는 분위기다.

청와대에 간첩이 드글드글해서 윤 당선인이 들어갈 수 없다?

이것도 부족해 개신교인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현재 채팅방에는 자나 깨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매불망 수령님께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 바글바글한 곳입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단 하루만이라도 청와대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현재 근무 중인 모든 직원의 고용을 자동빵으로 승계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놓은 1천 명이 넘는 간첩단을 윤석열은 안고 가야 하고 간첩단 풀어놓게 되는 꼴이 됩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팅 등이 공유되는 중이다.

1648350313_CWmPeAdR_8939.jpg개신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포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색깔론 주장 가운데 일부 ⓒ평화나무 제공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간첩이라고 대놓고 광장에서 떠들고 욕설을 내뱉던 전광훈 같은 자들을 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허용해주자, 수구 개신교 내에서는 “문재인이 간첩인 건 법원도 인정했다”는 말들을 상시적으로 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간첩이 드글드글해서 윤 당선인이 들어갈 수 없다는 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많은 교인이 굳게 믿는다는 건, 한국교회가 드디어 나라의 망조를 앞당기는 수준까지 온 것은 아닌지 불길한 예감마저 갖게 만든다. 물론 망조가 들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또 많은 민주 시민들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종교의 몰락이 얼마나 한 사회와 국가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우리는 21세기에도 징글징글하게 마주하는 셈이다. 그것도 레퍼토리 하나 제대로 바꾸지 않고 색깔론만으로 오랜 세월을 우려먹는데도 통한다는 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래도 의식 있는 한 보수 개신교 인사는 “아니, 청와대에 간첩이 그렇게 드글드글 하면 들어가서 누가 간첩인지 색출해야지 다른 곳으로 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꼬기도 했다.

그래도 윤 당선인은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은 이미 신앙화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특수한 경험 때문에 특정 장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아닐 텐데, 청와대가 왜 그렇게 싫단 말인가. 그건 어떤 장소를 이미 신앙화했다는 것으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마치 아름다운 건축물을 올려 화려한 음색의 악기와 다양한 시설로 치장해 놓고 교인을 호객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마치 그곳에만 하나님이 계실 것처럼 대면 예배를 고집한 수구 개신교 목사들처럼 말이다.

공간의 영향력? 당연히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특히 개신교인이라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믿는 게 개신교 신앙 아닌가. 그런데도 억지를 부리며 공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던 목사들의 모습을 지금 윤 당선인에게서 본다. 벌써부터 국민을 이겨 먹을 존재로 생각하는 듯한 윤 당선인이 이끌 대한민국의 5년이 너무나 암담하다. 공간에 집착해 본질을 잃은 개신교처럼 되지 않으려면 민주 시민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 당선인이 지배받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와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고작 공간 따위라고 하니 말이다.

들으려 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윤 당선인의 행보를 보며 영화 곡성을 통해 히트 쳤던 유행어 한마디를 하련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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