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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윤석열, 공간이 의식 지배? 완전 무식”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29 15: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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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시 전문가’ 김진애 “윤석열, 공간이 의식 지배? 완전 무식”

“용산 집무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것…당선인 고집 하나로 말 되는 일인가”


1648222458_xgwWogVf_5830.jpg도시전문가 김진애 전 의원이 2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광화문에 새로운 대통령실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음에도 이에 대한 양해나 사과는 일절 없었다. 비용, 국방·안보 공백, 교통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제약도 '용산 시대' 개막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과반은 용산 집무실을 반대하고,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수행 기대치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모든 지표는 이제 그만 폭주를 멈추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건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머물 수 없다는 윤 당선인의 고집스러운 태도다. 취임 전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윤 당선인은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6월 전까지는 새 집무실로 출근하겠다고 한다.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윤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을 강변한다.

미국 MIT 대학원 도시계획 박사 출신인 도시 전문가 김진애 전 의원은 2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인식에 대해 "그건 완전히 무식한 말"이라며 황당해했다. 사람이 공간의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지배'를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은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가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 중 하나인데, 김 전 의원도 도시에 빗대 즐겨 쓴다.

김 전 의원은 "우리가 그만큼 건물이나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지배는 안 받는다"며 "왜냐하면 사람이 먼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공간을 장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윤 후보 말대로라면, 윤 후보는 공간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멘탈'(정신)이 굉장히 약한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왜 하루도 청와대에는 못 들어가겠다고 그러는지, 이게 굉장히 미스터리"라고 꼬집었다.

속임수로 낸 공약, 열흘 만에 말 바꾸기?
"막무가내 윤석열, 담도 세다"


1648222459_kTDkH8UL_384.jpg도시전문가 김진애 전 의원이 2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 전 의원은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에 대해 "계속 계속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김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광화문 시대'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인 공약이라고만 생각했지, 이게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상황은 '급변'했다. 김 전 의원은 "당선된 지 나흘 만에 용산이 나왔다. 광화문 시대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안 했을 텐데 갑자기 용산 얘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말에 의하면, 1월부터 내부적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했고, 그중에 용산도 있었다는 것인데, 그럼 국민을 기만하는 공약을 낸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도 공약 수립 단계에서 용산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을 검토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선거 과정에서 광화문 시대가 어렵다는 것이 왜 검토되지 않은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약 수립 검토 단계에서 오픈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용산 시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으면 100만 표는 날아갔을 것"이라며 "속임수로 공약을 냈다가 (대선 후) 11일 만에 바꾼 셈이다. '정말 담도 세다, 어떻게 저렇게 막무가내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거기다 두 달 안에 이전하겠다고 하니까 정말 놀랍다. 계획된 폭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도 현재 청와대 구조는 완전무결하지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 개편의 '롤모델'로 자주 언급하는 미국 백악관 역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김 전 의원은 "이 세상의 모든 건물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역시나 중요한 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청와대는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본 계획을 세운 건데, 기본적인 콘셉트가 업무보다는 경호와 의전 위주였다"며 "대통령이 일하는 본관 집무실과 비서들이 있는 여민관이 떨어져 있다. 그런 불편함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민관에 내려와서 일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여민관에다 집무실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집무실 이전 대신 현재 청와대 공간을 일부 개선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는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는 당연히 고치면 되는 일"이라며 "여민관을 재건축해서 대통령이 실제로 와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윤석열 보고 MB 떠올랐다 

1648222458_HLGlLB9G_9424.jpg도시전문가 김진애 전 의원이 25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낸 자신의 저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에서 권력 공간이 지녀야 할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①인정할 만한 존재감이 있는가 ②나와 만나는 접점이 충분하고 편안한가 ③일을 잘 하도록 격려하는 공간인가 등이다.

풀어 얘기하면, 위치와 형태 면에서 상징성이 있는지, 소통의 개방성이 있는지, 의사결정 등이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바람직한 권력 공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용산 국방부 청사는 대통령 집무실로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김 전 의원은 "이건 군국주의 시대도 아니고, 외국에서도 비웃을 일이다. 기본적으로 우스꽝스럽다"고 혹평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국방부 청사는 관료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많나"라며 "그런 건물에서 대통령이 집무를 한다면, 외빈이 왔을 때 얼마나 웃기겠나. '무슨 이런 건물에 대통령이 있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국격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윤 후보가 집무실 이전 이유로 내세우는 소통의 측면에서도, 업무의 효율성 면에서도 국방부 청사는 '자격 미달'이라고 단언했다.

대선 후 19일 만인 28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에서는 집무실 이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집무실을 옮기기 위해 예비비 집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현 정부에서 예비비를 집행하지 않더라도, 윤 당선인 측에서는 늦어도 6월 전 새 집무실로 출근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의 시간표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집무실 이전은) 두 달 후에 못 할 것"이라며 "취임 후에는 국무총리나 장관부터 인선해야 한다. 그러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한 달에서 한 달 반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임과 함께 시작될 인사 청문 정국이 되면 집무실 이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다.

1647744040_MllmfRfQ_2439.jpg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20. ⓒ뉴시스


'용산 집무실' 구상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용산공원은 언제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올 상반기에 전체 용산 미군기지의 4분의 1(약 50만m²) 가량 반환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로 국방부 청사 주변 지역인데, 이곳을 먼저 돌려받은 뒤 간단한 환경영향평가만 거치면 바로 임시 개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빠르면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공원의 임시 개방이 가능해져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추적해 온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윤 당선인의 예상처럼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누누이 경고해 왔다. 환경 정화 문제는 물론 그 비용을 누가 지불하느냐를 두고 협상해야 하는 탓이다. 지금처럼 '속도'만 중시한다면, 미군 측의 요구를 다 수용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을 발표하며 윤 당선인이 의기양양하게 꺼내 보였던 조감도는 사실상 장밋빛 미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의원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그 조감도는 완전히 눈속임"이라며 "용산공원은 실제 윤 당선인의 임기 중 개방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도 반환이 안 됐고, 반환된다고 해도 오염을 정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 측이 간단한 환경영향평가만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제발 좀 변칙적으로 하지 말라. 지금 당선인의 고집 하나로, 모든 일을 변칙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이 (조급하게) 나선다면, 상당한 오염 정화 비용을 우리에게 떠맡길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고집 하나 때문에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라며 "지금 윤 당선인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거다. MB가 했던 걸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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