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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강자의 정의'가 약자를 지킬 수 있나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30 00:44:57
조회 26 추천 0 댓글 0

https://news.v.daum.net/v/20220321030007082


[경향신문]
대통령 선거가 끝났는데 마음속에선 계속 싸우고 있는 말이 있다.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지킨다는 말. 강자의 힘으로 약자를 보호한다는 논리다. 너희는 힘이 없지 않느냐, 우리가 힘이 돼줄게, 그러니 우릴 지지해라. 어떻게 피억압자가 억압자의 힘을 강화해서 해방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언젠가부터 강자의 논리를 대표하는 이 말이 저항자의 언어 속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힘이 없지 않느냐, 우리를 지켜줄 강자의 우산 아래서, 그 힘으로 더 악한 강자를 막아내자. 노동운동 출신들이 제도권으로 들어갈 때도, 기득권 체제에 저항하던 청년들이 기득권 정당으로 들어갈 때도, 강자의 힘을 약자의 ‘빽’으로 만드는 마피아적 언사는 항상 튀어나왔다.

채효정‘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채효정‘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이번 선거에서는 그에 맞서는 약자의 저항 언어를 수없이 창조했던 페미니스트들까지 같은 논리를 들고 나왔다. 선거기간 동안 눈앞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여성혐오 선동을 보며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의 공포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무서웠으니까. 현실적인 위협을 느끼면서 그나마 덜 위험한 쪽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선택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그래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우리는 있는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정치는 ‘있는 존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 안전하길 바라며 두려움 속에서 차별금지법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에 표를 던진 여성들도, 계급에 반하는 투표를 한다고 조롱받으면서도 민주당을 심판할 현실적 대안으로 우파정당을 찍기로 마음먹은 노동자들도, 모두 현실을 사는 존재들이다. 현실이 모순적이고 복잡할수록 똑 떨어지는 정답을 내기는 어렵고, 보다 깊이 있는 정치적 해석과 숙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정해선 안 되는 건, 이 곤란하고 괴로운 선택을 강자의 논리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강자의 정의론은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변형으로 나타난다. 미국이 절대강자가 되어 세계의 평화를 실현한다는 ‘팍스 아메리카나’는 전형적인 강자의 평화론이다. 강자의 언어 중에서도 압권은 부자가 되어 빈자를 돕는다는 말일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종종 좋은 기업가, 착한 투자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만났다. 나도 잘살고, 남도 돕고, 얼마나 멋진 삶인가. 내가 번 돈으로 내 맘대로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파렴치한 졸부들이 판치는 세상이니 그런 생각이라도 하는 이들은 그나마 낫다고 해야 할까. 욕망과 도덕을 산뜻하게 조화시키는 이 논리는 최근에는 공적으로 과오를 상쇄하는 희한한 정치수학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나쁜 짓을 했어도 그만큼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 역시 강자의 논리다. 재산이 많거나 공적이 클수록 잘못한 일을 탕감받을 수단도 많으니, 결국 부자가 천국 가기 더 쉽게 만들어주는 논리다.

이런 이야기가 지배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나 피억압 민중들에게까지 먹히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이 논리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역설적으로 민주화 이후다. 군부독재하에서 강자의 정의론은 그 자체로 자명하게 불의한 것이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독재세력을 청산하기 위해 정치권 안에서 힘을 키우자는 논리가 민주화운동 출신 ‘청년’들의 정계진출 논리가 됐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 김영삼은 제도권 내 독재 잔당인 민정당·공화당과 힘을 합쳤고, 김대중은 김종필과 연합했지만, 그런데도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은 줄줄이 상도동으로, 동교동으로 들어갔다. 노무현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재벌의 힘을 빌리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강자의 논리는 문화적으로 확산됐다.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의로운 검사, 따뜻한 의사, 인정 많은 건물주, 인간미 넘치는 부자, 주류 안의 비주류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부패한 검사를 처단하는 이는 정의로운 검사이고, 비정한 의사를 개과천선하게 만드는 건 따뜻한 의사이며, 못된 부자를 혼내주는 건 착한 부자다. 가끔 주인공이 바뀌기는 하지만 무대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억눌렸던 각자의 고통과 억압이 사회적 운동으로 분출되고 난 이후에 돌아오는 거대한 후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평가해봤으면 좋겠다. 거기에도 약자를 강자의 언어로 납치하는 서사의 전도가 있다.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를 이뤄온 주인공들을 착한 지배자, 좋은 가부장, 선한 목자를 따르는 신민, 노예, 신도로 만드는 서사의 기획자들에게 먼저 저항하자. 그리고 서로를 지켜줄 우리를 믿자. 약자의 힘은 자신을 도와줄 강자의 힘이 아니라 강자를 두렵게 할 만큼의 단결한 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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