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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무대에서 ‘환경’을 잊어버린 환경론자들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02 20: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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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은 미군 핵무기 반대하면서 시작했는데 요새는 친미 정당이 됐다.
미국은 세계 2위의 핵무기 보유국이고 2위의 쓰레기 배출국가, 탄소배출국가다.
그런데도 반미를 안한다.
한국 녹색당류도 대동소이하다.

권력의 무대에서 ‘환경’을 잊어버린 환경론자들
  •  브누아 브레빌 외
  •  승인 2022.01.28 18:19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환경정책을 내놓는 정당으로 표심이 모이고 있다. 독일 녹색당은 환경운동가들이 의회정치에 진입한 사례로 환경론자들에게 새로운 야심을 심어줬다. 그동안 ‘내부 사안’에 그쳤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치 진입에 성공한, 특히 대도시 의회 요직을 차지한 환경론자들이 바꾼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었다. 즉, 권력을 얻자 본질을 잃은 셈이다. 환경운동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왜곡과 자화자찬만 늘고 있다.

 

<미래의 자연>, 2016 - 홍선나

환경론자 후보가 최초로 대통령 선거에 등장하기 직전인 1974년, 농학자 레네 뒤몽은 환경정책의 과제에 대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기고했다. 뒤몽은 “지도자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위대한 ‘새로운 인간’이 꽃필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기독교가 2,000년 전부터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기적인 부자로부터 선한 태도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물질적 부’ 자체에 반대하고 빈자들의 저항을 추구했기 때문이다.”(1)

뒤몽은 국제적이고 평화주의적인 관점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곤국을 포함한, 시스템의 변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식민지 해방 문제가 마무리되면서 1972년 6월 유엔 환경회의가 열렸다. “합리적 계획 경제”, “과학·기술 활용”, “식민 체제 및 다른 압력”에의 투쟁이 환경정책 과제에 포함됐다. 뒤몽은 이런 신념을 가지고 영국 정당 ‘피플(People)’과, 몇 년 후에는 독일 녹색당과 함께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세기말 핵에 대한 공포, 빈곤국 발전의 절실함, 선진국의 과소비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환경문제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환경보호에도 존재하는 빈부격차

반세기가 지난 지금, 도처에서 ‘환경보호’ 운동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환경보호일까? “LVMH(루이비통 모엣 헤네시)에 있어서 환경보호는 의무 그 이상의 것입니다. 절대적인 명령이자 경쟁력의 원동력이죠.” 소비를 즐기는 이들이 애용하는 브랜드, 루이비통의 설립자 루이 비통이 이렇게 말한다. <리베라시옹> 2021년 11월 10~11일 1면에는 어린 바다표범의 모습이 실렸다. 그 애처로운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일부 청년들이 환경파괴 때문에 공포에 사로잡혔다든가, 대형마트 내 통조림 포장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기자들과 연구원들의 이야기는 “생존자들의 징징거림”(2)처럼 들린다. 

‘시급한 기후변화 문제’가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자, 현재 경제모델의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이 함께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사회학자 장 바티스트 콩비가 강조했듯, 기후문제가 주목받을수록 환경문제는 정치적 영역이 아닌,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미디어가 선호하는 윤리적 접근방식은, 국제 경제기구의 과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다.(3) 그들은 지구를 살리려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디젤 자동차를 폐기하며, 주택 단열을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며, 근거리 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모든 행동들마다 비용이 든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대형 주택에 살고,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는 이들 즉 실제로 환경을 더 많이 오염시키는 이들은 고소득층에 속한다. 그러나, 이미지는 그 반대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환경보호 수칙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실천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부자들의 친환경운동’은 정치·미디어에서 환경오염 문제를 다룰 때조차 불평등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변화하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니 빨리 행동할 때”, “우리 모두의 책임”, “각자 조금씩 노력하면 우리 모두의 삶이 변한다” 등의 슬로건을 보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 정부가 아닌 개인에게 돌아감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친환경 정당의 역할이 컸다. 

 

젊고 부유한 고학력자 도시민들의 녹색당

늙은 대륙 유럽의 정치체제 속에 형성된 세상을 바꿀 때가 됐다. 1993~2021년, 환경부를 둔 유럽 국가는 1개국에서 11개국으로 늘어났다. 녹색당원들이 인구 50만 명 이상의 여러 대도시에서 의회에 진출하고 있다. 녹색당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인정받게 되자, 역설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환경오염으로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서민층임에도, 녹색당은 부유층과 환경단체를 더욱 중요시하게 됐다는 점이다. 2021년 9월 26일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은 14.8%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선거결과를 보면, 녹색당의 지지자들은 국가 평균 대비 젊고 부유하다. 또한 도시인, 서구인, 여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녹색당을 지지하는 육체노동자 계층은 8%에 불과했다(사회민주당(SPD)을 지지하는 노동자는 26%). 한편 공무원 계층의 녹색당 지지율은 그 3배에 달했는데, 이 두 유권자 계층의 차이는 학력이었다. 지역별 차이는 더욱 컸다. 지방과 도시의 녹색당 지지율은 무려 60%나 차이가 났다. 녹색당원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녹색당원의 72%가 대졸자로, 국가 평균 대비 3.5배에 달한다.(4)

프랑스의 녹색당 지지자 성향도 비슷하다. 지지자의 대다수가 대도시 주민이다. 선거가 끝난 후 실시한 조사결과, 파리에서 녹색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지역구는 일명 ‘보보스족’, 젊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파리 중심부와 동부 지역이다.(5) 한 마디로, 녹색당 지지율은 집값과 학력에 비례한다. 이 조사결과는 ‘녹색당’으로 대표되는 환경론자들이 가난한 저학력자들에게 무관심하며, 나아가 혐오한다는 생각에 힘을 실었다.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은 ‘친환경’

“환경운동가들이 늘어놓는 미사여구 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친환경 인프라에 대대적인 지원을 했죠. 친환경 구역, 에너지 소비 절감 건물, 자전거 도로, 보행자 전용 구역, 친환경 농산물 시장, 도시농업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 부동산 가격만 높아졌습니다.” 플라미니아 파되 지리학자가 설명했다.(6) 차량 운행 제한, 제철공장 폐쇄 등의 정책이 대도시에서 시행됐는데, 이런 정책이 도시 외곽까지 확대되면서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유행하는 삶의 방식인가, 대중적인 환경정책인가. 이런 딜레마는 녹색당의 방침 설명 속에 잘 드러난다. 프랑스 녹색당이 말하는 “더 잘 살기 프로젝트”나 독일 녹색당이 야심차게 제안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가치”, “포괄적이고 다양한 민주주의”, “회복의 탄력성”, “공존의 오아시스” 같은 표현들로 뒤범벅이 돼있다.(7)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경제성장 모델을 교체할, 대안적 모델, 근거리 소비를 위한 유통망 구축, 계획경제, 일자리 재창출, 다국적기업 권한 축소, 국가분쟁 해소, 비핵화 평화 구축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원치 않았던 현 국제경제 질서 지지자들 때문에 이런 방향을 고수하지 못했다. 

독일 녹색당은 자유시장주의 친환경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환경적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모험을 하는 대신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와 하나 되는 길을 택했다. 프랑스 녹색당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명하긴 했으나 녹색당 후보인 야니크 자도가 보이는 입장을 지정학적 관점의 분석을 통해 반러시아, 반중국의 냉전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8) “유럽 연합, 더 넓게 보면 유럽이 세계 자본주의와 사회·환경적 덤핑에 대응할 수 있는 틀”이라는 것이 녹색당의 판단이다. 즉, 시장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 유럽이라는 것이다. 

 

길 잃은 환경론자들, 빛을 잃은 환경운동

환경론자들이 대의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서구 사회에서 정치권력 무대에 등판할 수 있으려면 거대한 경제 체제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문제가 시급하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실용성이 없는 대안을 내놓는 녹색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녹색당은 현 경제 체제와 직결된 재앙에 강력하게 맞서야 하는 시점에, 반쪽짜리 대안을 내놓고 있다. 

자신들의 목적 자체도 수습 못할 지경에 몰리자, 환경운동가 조직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될 위험에 처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멸종 반란(Extinction Rebellion)’ 같은 환경운동(9)은 눈길을 끄는 활동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참지 못하고 나서는 청년들을 내세워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환경운동은, 녹색당의 타협적이고 무기력한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프랑스 정부에 환경부가 생겼을 때 30년 후에 토양의 인공화를 끝내기로 했었다. 다시 30년 후인 2050년을 향해 가는 지금, 살충제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고, 에너지 혁신은 달팽이 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와 자동차는 계속 늘고 있으며, 기차 노선은 폐쇄되고 있다. 현 체제를 따르는 자들과 직접적 행동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 환경을 위하는 운동은 진동을 반복하고 투표에까지 영향 미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아주 예외인 경우만 제외하고 쓰레기 매장, 핵폐기물, 둑, 터널, 철도, 공장식 농장, 거대 쓰레기장에 반대하는 지역의 움직임은 “프랑스 녹색당(EELV) 득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10)  

게다가, 환경보호 운동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고 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같은 정당과 북유럽의 강경 좌파 정당은 자신들의 정책을 수립할 때부터 ‘친환경’ 라벨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환경운동이 유행이 되자, 갑자기 환경보호를 사명으로 내세운 이들이 늘어났다. “환경, 그것은 저의 우선순위입니다.” 바뉴 몽트루주 말라코프 지역 국회의원이 자신이 이룬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6페이지짜리 정치 책자에 실린 문장이다. “지구와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 살충제, 음식물 낭비, 소음, 화력 발전소에 반대했다고 적혀 있다. 책자 끝자락에 현 집권당인 ‘전진하는 프랑스(La République en marche)’ 로고가, 아주 미세하게 박혀있다.

이런 자기 부정적이고 자가당착적인 환경정책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노를 잡지 않는다면, 다시는 노를 저을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피에르 랑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정민
번역위원


(1) René Dumont, ‘Population, subsistance et révolution 국민, 생계 그리고 혁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73년 11월호. 
(2) Frédéric Lordon, ‘Pleurnicher le vivant 생존자의 울음소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블로그, 2021년 9월 29일.
(3) Jean-Baptiste Comby, 『La question climatique. Genèse et dépolitisation d’un débat public 기후 문제 담론의 기원과 정치적 무관심』, Raisons d’Agir, Paris, 2015.
(4) Infratest Dimap 출구조사, 2021년 9월 27일; Forschunsgruppe Wahlen e. V., 2021년 9월 27일; Christophe Hasselbach, ‘Die Bundestagswahl in Zahlen: Ein geteiltes Land’, www.dw.com, 2021년 9월 28일; Oskar Niedermayer, ‘Die soziale Zusammensetzung der Parteimitgliederschaften’, www.bpb.de, 2020년 8월 26일. 
(5),(10) Jérôme Fourquet, Sylvain Manternach, 『Les ressorts du vote EELV aux élections européennes 유럽 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이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 Fondation Jean Jaurès, Paris, 2019년 9월 20일.
(6) Flaminia Paddeu, 『Sous les pavés, la terre. Agricultures urbaines et résistances dans les métropoles 포장도로 밑의 땅. 도시 농업과 대도시 내의 회복탄력성』, Le Seuil coll. Anthropocène, Paris, 2021. 
(7) ‘Le projet Bien Vivre 잘 살기 프로젝트’(www.eelv.fr에서 열람가능), ‘…zu achten und zu schützen…’, Veränderung schafft Halt, Grundsatzprogramm, Bündnis 90/ Die Grünen, 2020년 11월. 
(8) Serge Halimi, ‘Vous avez dit unités ?(한국어판 제목: 프랑스의 외교정책, 통합을 말할 수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21년 5월호.
(9) Claire Lecœuvre , ‘Les écologistes tentés par l’action directe 직접적 행동에 자극 받는 환경론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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