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2월에 이사함 창문이라곤 베란다 창문이 끝인데 베란다 앞에 큰 건물이 있어서 햇빛이라곤 조금도 안 들어오는 집이였음 서늘하고 습하고 음기 박살 것다가 암막 시트 붙혀놓고 더 어둡게 살았음
신축년
8월에 새로 이사함 여긴 큰 창문이 4개나 있고 햇빛도 잘 들어옴 침대에 누우면 햇빛 내려오는 게 좋아서 일부러 커튼도 안 담 낮이건 밤이건 화사하게 사는 중

경자년
자살기도 3번 함 손목은 습관처럼 그었을 정도로 우울한 감정이 이 1년 내내 가득했고 피폐하게 살았음 낮에 나간 거 손 꼽힘 외출 거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랑 멀어짐 얼굴에서 힘든 게 보이니까 입사 지원하는 곳 족족 다 떨어짐 히키코모리처럼 보낸 내 아까운 1년 ㅜㅜ 정신상태를 색깔로 표현하자면 잿빛 그 자체임
신축년
내가 미용이 전공인데 뭐라도 해보려고 지원한 미용실 7군데 다 붙음 예전이면 택시타고 다녔을 거리를 낮에 막 걸어다님 새로운 옷을 많이 삼 정신 상태가 맑아짐 뭘해도 될 것 같고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김 작년에 나랑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 인상도 엄청 밝아짐

경자년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랑 반대의 사람들이였음 너무 예민하고 폭군같은 타입 그래서 내가 늘 맞춰주고 참고 속상해하면서도 만남을 유지함 사람 때문에 속 많이 썩음
신축년
경자년 때 만난 사람들 정리하고 싶어져서 내가 연락 안 하고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멀어짐 데이트폭력 해서 자살기도 하게 만들었던 전 남자친구랑도 헤어졌음 임인년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음

대충 정리하자면 이정도고 같은 목용신이라도 경자보다 신축이 더 힘들다는 사람 많던데 내가 토희신이라 신축년이 나은 거일 수도 근데 신축도 안 힘들다는 건 아님 경자보다 조금 낫다는 거지.. 확실히 사람사는 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됐고 모든 게 술술 잘 풀린다기 보단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기분? 내년부턴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