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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사라져도 사랑은 더 커질 수 있나 봅니다.앱에서 작성

gimjehyeong624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1.10 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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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사라져도 사랑은 더 커질 수 있나 봅니다.>

예고치 않은 사랑이 꿈틀 될 즘 사람은 조여오는 마음을 어찌 할 줄 모릅니다. 산만해진 심장에 발만 동동 구르고, 방 구석구석 쏘다니지요. 주체되지 않는 감정을 공간이 담아내지 못할 때 산책을 나섭니다. 이곳저곳 발이 내키는 데로 말이지요.

사랑은 사람이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지만, 우리를 강하게 흔들고 맙니다. 골이 빠질 정도이죠. 사랑을 논하는 자리에서, 사랑에 관한 정의가 다양하게 나옵니다. '쟤는 저렇고, 얘는 이렇다'라는 주장들이 말이죠. 우리는 표현함으로써 앎의 확신을 얻습니다. 말함으로써 사랑을 정복한 거죠. 하지만 사랑이 비웃기라도 하듯 곤혹에 빠뜨립니다. 스핑크스의 문제처럼 말이죠.

데이트가 기약되는 날이면 미치고 팔짝 뛸 겁니다. 무수한 전략을 세우고, 수많은 연습을 반복합니다. 지도를 꼼꼼히 외우기도 하지요. 그간 배웠던 기술과 이론 모두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하지만 상대를 만났을 때, 예측했던 모든 상황은 대게 빗나가고 맙니다. 들어맞는 경우도 있겠으나 틀리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왜 그럴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곰곰히 생각에 잠겨보면, 자신의 축적된 세월에서 생긴 '나'라는 패턴, 행동방식, 성격 등이 그대와 아직 조화되지 않는 데에서, 상대를 고려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호감가는 이성의 패턴을 모르니 우리가 머리를 쥐어짜내도 자신의 세계관에서만 미래를 그리기 때문입니다. 왜, 서로가 조율한 날이 많을수록 손발이 잘 맞는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이 때문에 더욱 용기를 내는가 봅니다. 불꽃이 아른거리는 데에 숨결을 더욱 불어넣습니다. 지나치면 기름을 붓지만요. 사랑은 자신이 모르는 영역, 미지의 세계이므로 언제나 인간을 애타게 합니다. 그대라는 세계는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곳이고, 그대의 몸짓은 사뭇 다르게 느껴져 경이롭게 보입니다. 그래서 보물을 찾으러 가는 해적이 되는가 봅니다. 꽃을 향해 날아가는 벌처럼 말이죠.

무수히 많은 타이밍을 세심하게 받아들일 때면, 비로소 상대와 자신은 경계가 허물어져 있고, 하나씩 추억을 심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이거 놓고 저거 놓고, 꾸며가는 재미가 솔솔하지요. 치장할 수록 행복과 함께 설렘도 물들어 갑니다. 그 둘의 관계도 독특한 양상을 띄게 될 것입니다. 친구같은 연인이 되기도 하고, 개구진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로맨틱 또는 관능적인 관계도 될 수 있겠지요. 의존적인, 권위적인, 폭력적인 관계도 될 가능성도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심리학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적 이론으로 사랑의 유형을 나눈다고 하여도 한계는 분명이 있습니다. 이론으로 우리의 사랑을 담을 수가 없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너무나도 소중한 것 같습니다. 범주가 될 수 없는 이 세계의 단 하나 뿐인 패턴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그대의 사이에서 말이지요.

다만, 너무 익으면 썩기 시작합니다. 벌레가 꼬이길 시작하고, 까마귀가 날아와 파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열매는 떨어지지 않으려 애써 노력합니다. 무서운 거죠. 떨어지면 흙으로 돌아가 사라지니깐요. 사랑이 끝나버릴 것 같은 거죠. 설렘이 결속의 강한 매개였는데, 설렘이 금가고 흔들리기 시작됩니다. 모호한 이 상황을 인지하면, 전과는 다른 상황이 일어납니다. 이제까지 나눈 신호와 대화는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않습니다.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도 밋밋한 뒤끝만 남습니다. 강렬한 걸 도전하여도 말이죠.

우리는 변화하기를 주저합니다. 변화를 원하면서 말이죠. 변화는 선택의 조건이지만, 선택을 넘어선 자연의 섭리이기도 합니다. 택하지 않아도 변화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변화하지 않으려 애쓰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변화가 환희를 낳지만, 불행도 되기 때문입니다. 필연적으로 내려놓아야 하니깐요. 나아감의 가장 큰 방해는 과거로 역행하는 욕망이지 않을까 합니다. 유아가 아동이 되기 싫어 더욱 유아적으로 구는 경우가 있습니다. 편안했던 생태가 새롭게 변혁하는데, 적지 않은 희생이 필요하니깐요. 어른이 되어도 자주 말합니다. '그때가 좋았다고'말이죠. 또는 말해줍니다. '좋을 때라고'.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이 영원할 수 없습니다. 사랑의 영원함은 끊임없는 변화입니다. 이제는 새 출발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독수리의 환골탈태처럼 말이죠. 고 신영복 교수는 사랑을 경작에 비유하였습니다. 땅을 엎고 갈구고 씨앗을 뿌리고 충분한 물을 주고 기다리면 싹이 피고 벼로 성장합니다. 태풍으로 절반이 날아가도 남은 벼가 보란듯이 여물고 쌀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 새 쌀을 위해 다시 시작합니다. 사랑은 출발에서 끝으로, 그리고 다시 새 출발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속속히 드러납니다. 심지어 못난 부분들이 치를 떨게 만들기도 합니다. 뭐라도 해보고 싸워도 보고 합의도 하는데 진척이 없습니다. 복잡한 심경이 풀리지 않는 거죠. 예전에는 힘들 때 연인의 손길이 위안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연인이 주었던 설렘이 이젠 가슴을 조여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연같은 운명으로 관계가 발전할 때, 처음에 만났던 그녀와 그이는 사귐 이후의 남자와 여자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이 된 거죠. 상호의 응원, 독려, 비판, 미움, 슬픔, 좌절이 사람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날의 모습은 추억으로 흘러가고 또 다른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지요. 지금까지의 사랑의 방식, 사랑에 관한 관념은 효능이 떨어진 겁니다. 바뀐 우리에게 바뀐 방식, 다른 관념이 필요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 지 파악하기는 몹시 어렵습니다. 예측하여도 불명확함이 남아있죠. 그래서 과거에 더욱 집착하나 봅니다. 과거는 확실하잖아요. 일어난 사건들이니, 주의만 기울이면 회상이 이루어 집니다. 행복했던 순간으로 시간 이동하는 거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소중함을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미움을 낳는 상대의 모습들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수용할 것이냐,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이냐, 말이죠. 연인의 부정적 측면을 수용하는 것이 사랑의 지속적 비결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의 주장입니다. 미운 점을 미운 정으로 승화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미움이 귀여움이 되기도 하고, 유머로 탈바꿈도 하죠. 그리고 끝내 고운정으로 변화됩니다. 사랑인 것입니다. 이는 연인이라는 관계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사랑이 걸터앉은 곳에는 모두 적용되죠. 형제지간, 부모자식지간, 교우, 라이벌, 심지어 적까지 말이죠.

수용과 용인 후에는 그간의 갈등이 갈등으로써 느껴지지 않습니다. 갈등이 소멸되지 않았고, 분명 갈등이 존재하며, 아직도 괴롭히는데,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 체념한 것인지, 면역력이 향상된 건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건 조금 초연해졌다는 겁니다. 여유로워 진 거죠. 오히려 못난 부분에서 좋은 모습도 발견하게 됩니다. 여전히 싫증나는 태도는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상극에서 오는 미움이 또는 차별이 차이로 인식되고 보안을 만들고, 이윽고 상생으로 이어집니다.

전에는 '함께'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현재는 '함께'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는 지 체감해야될 때인거죠. 그리고 다음은 어떻게 '함께'가 다사다난한 세상을 영적 즐거움으로 보내는가로 이어져야 합니다. 고통 속에서 웃는 자가 일류라고 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는 '함께'를 떠나보낼 수 있는냐 입니다. 이 과정 전부 희생을 필요합니다. 결국 사랑은 희생입니다. 그리고 죽음으로써 사랑이 완벽해지는 겁니다. 삶이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죠.

새 출발한 관계는 설렘이 가득하진 않습니다. 짜릿함은 예전같지 않죠. 지난 행복을 원하는 게 사람이지만, 제대로 보니 새 행복이 밀려들어 오고 있는 중입니다. 격동 속 평화라는, 즉 온전함이지요. 썩은 열매가 떨어졌고, 땅 속으로 스며들어 뿌리로 향하게 됩니다. 해가 지나고 태양이 기지개를 펼 때 가지에서 시작을 알립니다. 새 열매가 맺히려 하지요. 서로 너무 할퀴고, 싸웠지요. 가슴이 패일 만한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허나 끝에는 사랑이 강화되어진 겁니다. 사랑이란 그렇습니다. 비합리적입니다. 좋은 걸 먹어야 발전하는데, 별 영양가 없어도 폭풍 성장합니다. 우리가 그렇지요. 결국 끊임없이 사랑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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