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전라동화.txt앱에서 작성

가이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2 09:34:13
조회 256 추천 5 댓글 1
														

7fed8277b4826af751ee8fe04e8275731c3d1be41b176b1d5cf27270c727

제가 전라인민공화국으로 출장을 가는 것을 여자친구는 무척 못마땅해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위험한 해외로 가는 것은상당히 겁이 나는 일이었으나, 상당한 보수가 걸린 일이었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 꼭 가야 돼?" 



"금방 다녀올게. 2일이면 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알겠어." 






여자친구는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한숨을... 



그러더니 제 손에 작은 봉투를 쥐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뭐야?" 



"오빠, 꼭 갈 거라면 이걸 가져가 줘.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걸 펼쳐봐.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면 다시 나한테 돌려줬으면 좋겠어." 




여자친구가 쥐어준 작은 봉투를 품에 넣은 채 저는 전라인민공화국의 수도인 광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인심도 나쁘지 않고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고, 거래처에서도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는 다르게 만나는 사람마다 정말 살갑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날, 거래처에서 알게 된 그곳의 주민들과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고 하니 긴장이 풀린 저도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만 저희 테이블 주민분과 옆자리 사람이 싸움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것에 끼어든 것이 저의 실수였습니다. 




"이보세요, 저희끼리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쪽이 대체 무"슨상"관이 있어서..." 




제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다정하게 술을 기울이던 사람이, 제 등을 얼린 홍어로 내리쳤기 때문입니다. 




"흐미, 이 잡것 좀 보소잉. 지금 뭐라혔는가, 슨상? 감히 님도 안 붙히고 감히 슨상슨상거렸냥께?" 




아뿔싸. 



전라인민공화국의 금지단어를 저도 모르게 입으로 내버린 것입니다. 




"아, 아닙니다. 전..." 



"오오미, 내 생에 첫 민주화랑께!" 




뒤늦게 해명하려 했으나 군중은 이미 성난 홍어처럼 날뛰고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얼린 홍어를 들고 제게 덤벼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죽는 것일까, 서울에서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와 결혼하고 싶다던 여자친구가. 




눈앞에 주마등이 지나가던 찰나, 여자친구가 말하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꼭 열어보라던 것, 저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공을 향해 종이봉투를 뻗었습니다. 이미 홍어매질로 인해 봉투는 헤져, 내용물이 보이던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는 눈녹듯 사르르 녹아내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저는 김대중 컨벤션 센터 안 가장 높은 자리에 뉘여져 있었습니다.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저를 극진히 보살펴 주었고, 제가 몰고온 현대차를 도요타차로 바꾸어 주며 저를 국경까지 배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이런 귀한 것을 가지고 계신 분인지 몰랐당께, 우덜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요." 



"다음에 꼭 오면 홍어 한접시 대접해불랑게, 꼭 오시유. 기다리고 있겄소." 



"예, 예에.. 알겠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몸이 떨려 그들이 내미는 상자를 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대한민국의 대사관 앞까지 오게 되었을 무렵, 조심스레 그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대체 어떤 것이 들어 있었길래 그런 일이. 




아버지가 전라도에 갈 때는 꼭 챙겨가라고 하시던 김대중 자서전? 임을 위한 행진곡 친필 싸인 cd? 



둘 다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5.18 국가 유공자 카드. 




어째서 여자친구가 이런 것을.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경상도에 사시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그녀는 하프홍어였던 것입니다. 



절망감에 감싸여 두 눈을 가렸을 때, 언젠가 그녀가 했던 것 같은 말이, 잠결에 들리었던 것 같은 말이 귓가로 아스라히... 아스라히 쏟아져 내렸습니다. 



"오빠랑 결혼해서... 서울사람이 되고 싶어." 






출처- 전라동화

추천 비추천

5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의 유혹에 쉽게 마음이 흔들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21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846549 역갤하는 놈이 ㅎㅌㅊ지 뭐 -(118.235) 21.12.27 21 0
846548 신축년 신축월 진짜 너무함 ㅜ퉤 [1] ㅇㅇ(115.143) 21.12.27 194 0
846546 동개야 역갤하루빨리끝내 [5] ㅇㅇ(175.115) 21.12.27 38 0
846544 임인년 앞두고 정신발작증세 보임 ㅇㅇ(118.235) 21.12.27 66 0
846543 행성 만든넘 나와봐 너패는놈(123.109) 21.12.27 19 0
846542 내가 왕따 당하는게 아니라 [1] ㅇㅇ(114.206) 21.12.27 33 0
846541 흑두갈보가 여자가 맞는거 좋아한다는 허무맹랑한 말하는데 [2] ㅇㅇ(118.235) 21.12.27 32 1
846540 여자꼬시는게 인생의 목표 ㅋㅋㅋㅋ -(118.235) 21.12.27 17 0
846539 지듣노 달보드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27 17 0
846538 응 그래서 싫음. 너 인생은 여자가 다임 -(118.235) 21.12.27 15 0
846537 나 현역때 성적표인데 대학 어느정도까지 됐음??? [5] 무진(223.39) 21.12.27 46 1
846536 이런 머리 잘어울림 [1] 홍삼(221.163) 21.12.27 61 0
846535 너네역갤계속하는사람있다면 (글안쓰고읽는위주) [2] ㅇㅇ(175.115) 21.12.27 51 2
846532 역갤 쉽게 하는 방법. 제목만 보고 거른다 ㅇㅇ(223.39) 21.12.27 20 1
846531 머리 나쁘네. 두뇌회전이 빠른게 -(118.235) 21.12.27 33 0
846530 언제 결혼 가능할까? [4] 111(124.111) 21.12.27 66 1
846529 스스로 연애용 엔조이용으로 연출하네 -(118.235) 21.12.27 26 0
846528 나 근자감 개지림 ㅋ 홍삼(221.163) 21.12.27 28 0
846523 역갤하면 정신적으로 넘 힘들다 [1] ㅇㅇ(175.115) 21.12.27 39 0
846522 내이상형: 홍삼(221.163) 21.12.27 28 0
846521 컨셉이 이도저도 안되게 생김 -(118.235) 21.12.27 14 0
846520 난 월100이면 만족하면서 살듯 ღ'ᴗ'ღ(58.142) 21.12.27 26 1
846519 약간 근자감있는 사람들이 잘사는것 같지?? ㅇㅇ(223.39) 21.12.27 39 1
846518 그래도역갤할때보단 ㅇㅇ(175.115) 21.12.27 12 0
846517 얼굴잘생긴거 부질없음 흑두갈보(223.38) 21.12.27 29 0
846515 수능치고 등교해야는데 맨날 학교서 영화 틀어줌 ㅇㅇ(223.39) 21.12.27 19 0
846513 대학 추가모집만 20개 정도 넣을건데 다 떨어질것 같음 ㅋㅋㅋ [1] 무진(223.39) 21.12.27 34 1
846512 컨셉도 잘잡아야 성공함 -(118.235) 21.12.27 14 0
846511 알바하는데 잘못어울려 [2] ㅇㅇ(175.115) 21.12.27 43 0
846510 난 숏단발이 찰떡임 [1] 홍삼(221.163) 21.12.27 41 0
846509 난 sm 같은거 다른건 모르겠고 너무 오글거리던데 [1] ㅇㅇ(114.206) 21.12.27 43 3
846508 옆광대말고 45도 광대 발달해서 스트레스인 애들은 [3] ㅇㅇ(39.7) 21.12.27 879 0
846507 진지한 이야기 쓸모있는 이야기 노잼 ㅅㅂ -(118.235) 21.12.27 19 0
846506 이재명 염샏햇농 ㅇㅇ(175.115) 21.12.27 19 0
846505 여자들 엉덩이맞는거 95퍼가 싫어하는데 [1] ㅇㅇ(118.235) 21.12.27 73 1
846504 컷트랑 긴머리만 어울리는 건 왜그런거야? ㅇㅇ(223.62) 21.12.27 34 0
846503 먹은이야기 유튜브 아이돌 미용 외모 이야기하는 관심사 인생의 낙 -(118.235) 21.12.27 19 0
846501 용돈 받는 백수가 월 200 버는 사람보다 나은 것 같은데 [4] 모헤(220.92) 21.12.27 79 1
846497 쯔양이나 히밥은 인방하기전에 식비 감당 어떻게 했을까 [1] ㅇㅇ(106.102) 21.12.27 114 0
846496 꺼져 . ㅅㅂ 일단 급을 만들어야 급이 맞춰오지 -(118.235) 21.12.27 11 0
846495 밖에 나갈까 집에서 게임할까 ㅇㅇ(14.5) 21.12.27 22 0
846494 나 아는 남자애중에 얼굴형 뒤집어진 사다리꼴 잇음 [1] 홍삼(221.163) 21.12.27 40 0
846493 이쁘고참한 여자일수록 흑두갈보(223.38) 21.12.27 68 0
846492 인연은 만든다고 생기는게 아니라 내가 [2] ㅇㅇ(1.237) 21.12.27 249 22
846491 네다 역삼각형 홍삼(221.163) 21.12.27 26 0
846490 돈은다가아니지만 ㅇㅇ(175.115) 21.12.27 17 0
846489 존잘남 놀리다가 그냥 깔까 [2] 홍삼(221.163) 21.12.27 45 0
846488 돈벌려고 선생짓해서 돈주는 학부모때문에 학생이 필요 -(118.235) 21.12.27 12 0
846486 편인은 본인보다 겁재를 더 생함?; [2] ㅇㅇ(115.143) 21.12.27 124 0
846485 너네머하긔 ㅇㅇ(175.115) 21.12.27 1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