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감각 자체가 좋은 거야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을 쉽게 포기하기 싫어진다

힘든 일 뒤에 언젠가 좋은 일도 오리란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니까

이 치욕이 전부가 아니라 또다른 기회가 있으리란 걸 아니까

의지가 있다면, 어떤 상황이 왔다면, 내 삶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가능성이라는 잠재적 힘을 활용하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변하겠지


물론 그 사이즈는 점점 더 작아지고, 기회의 출연 횟수도 적어지지.

늙고 에너지 딸리고 고정관념은 강해지고 익숙한 루틴에 의지한 채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도 필연이지


그럼에도 살아서 나뿐만 아니라 나 외의 모든 것의 변화를

다 감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세상과 연결되려는 감수성 능력이

깨어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세포가 반응하면서 미지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을 느낀다는 거는

너무 좋은 감각이고. 그게 열려있는 한 정신적으로 젊고 건강하다


고독을 느끼고 그 고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막연한 고립주의에 빠지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자유를 찾는 것

인생을 여행하는 이유임

삶은 여러가지를 감각하게 해주고

나에게 어울리는 자유와 그 형태를 꿈꾸게 해준다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삶의 역사가 생긴다

너무 근사한 일이다


삶을 놓지 않고 자기 길을 찾으려 애쓰고 서사를 만들어낸 인간들은

반드시 보상을 얻겠지. 어떤 결과로든

그런 존재들을 보는 것도 너무 멋진 일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상태인 삶은 그냥 좋은 거다


내 정신이 여기저기 휘둘리며 압력에 굴복하여 죽음 상태인 것은

좋지 않다. 삶은 좋은 건데. 너무 정신적 압력만으로 죽어버린

취약한 존재들일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상이 너무 높아서 스스로 정신적 자살, 정신적 고립을

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고.

어떤 팽팽한 긴장은 가까운 것에서도 작은 발견에서도

이뤄지는 일이겠지만, 그걸 중요하게 보고 거기서 뭔가를

캐치하는 거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