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살던 동네에
철학원 비슷하게 하는 유명한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사주도 보고 관상 성명학 손금 별에 별 걸 다 봤음
사람들이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들 중에 신점 빼고 다 보는 듯
아무튼 나 학생 때 엄마가 내 점을 보러 갔음
그때 내 이름에 한자가 하나 없었는데
그러니까 등본 떼어보면 앞에 두 글자만 한자고 마지막 글자는 한글로 적어야 되는 거임
이 할배가 말하길 나는 사람을 살리는 팔자인데, 이름 때문에 학업운이 안 좋다고 했음
그래서 공부 잘한다는 이름으로 개명함
개명하고 나서부터 성적이 올랐음
원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긴 했는데 막상 성적은 그저 그랬거든
근데 개명하고 성적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해서 전교 1등도 몇번하고 이러니까 엄마는 내가 의사가 될 거라 생각했음
근데 막상 수능 치니까 미끄러졌고 재수까지 했는데 의대는 무리였음
결국 나는 사람 살리는 거랑 아무 상관 없는 공대로 진학했는데
전공이 적성에 잘 맞는 거 같아서 대학원까지 진학했음
근데 어쩌다보니 졸업 주제도 그렇고 흘러 흘러 지금은 IRB 받고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