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다 슬프다.

나는 전생에 연인이 병으로 일찍 세싱을 떠난 거 같다.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불치병으로 일찍 여주인공이 세상을 떠나는 영화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자꾸 보기도 하지만 슬프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았던 병이 있다.

치매란 병이다. 주변에 이것을 앓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경험해 보지 않았던,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만 보던

그래서 약간은 오해하고 있던 병이다.

영화 같은 데 보면 치매를 좀 낭만적으로 연출하는 거 같다. 그냥 건망증 같은 것이 특히 심해진 상태

그렇지만 여전히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치매란 것은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병이다.

내가 나로서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것은 뇌가 기억하고 있는 정보를 유지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조금씩 유실되어가면 나로서의 정체성은 조금씩 허물어져 간다.

어떤 사람이 나와 아주 가까웠는데 어느 날 부터 조금씩 나와의 기억들을 잃어간다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급기야는 나를 몰라보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도 나이가 더 들면 기억과 추억으로 살아갈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것이 유실되어 가는 병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