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는 모든 운동을 마치고 다시 밑으로 수렴한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되돌아 온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음양오행이 우리 인간의 영혼과 몸속으로 들어온 이상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된 것이다. 

목으로 시작했던 아기가 평생을 거쳐 노인이 된 것이 수다.

그래서 수를 지혜로 비유한 것이다. 

세상은 양이 만들어 가지만 양을 지배하는 것은 음이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것은 화지만 

그의 사랑, 열정, 좌절, 슬픔, 고뇌를 뜻하는 것은 수다.

그러므로 수기운이 있다면 그는 어디를 가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고 눈치가 대단히 빠르고 영리하고 현명하다. 

규칙과 법도를 외치는 금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는 게 수다. 

그 어떤 악법도 지혜는 이길 수 없는 것과 같다. 

수는 토에 극을 당하지도 않는다. 

단지 스스로 맞춰갈 뿐 수를 극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수는 주변에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와 상황을 교묘하게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려놓아 

남들이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권력을 잡는다. 

그만큼 약삭빠르고 안 보이는 곳에서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 수다.

그런데 수의 치명적인 약점은 화를 극하는 것이다.

수는 화를 극하기 때문에 이 세상의 드러난 면과 접촉하지 못하고 

음지로 빠지게 되니 항상 무대 뒷편에만 있는 신세고 

사람들의 속사정만 들여다 보아야 하고 그런 나머지 

남자가 수기운이 과다하면 주색잡기에 빠지고 

여자가 수기운이 과다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잘못하면 화류계로 가게 된다. 

수의 세계라는 것은 알게 되면 좋은 점도 많으나 그 대신에 치러야 할 댓가는 참으로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