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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에 바란다 / 권영길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8 0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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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에 바란다 / 권영길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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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정치의 길로 달려가길

진보당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화도 난다. 진보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역량을 잘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의 토대와 바탕으로 보면 진보당은 현재의 한국 정당 중에서 첫째가는 정당이다. '거대 양당'으로 불리는 두 당은 정당 구성요소 면에서는 아예 비교 대상이 될 수도 없고 진보정당 중에서 진보당이 으뜸이다. 토대 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토대가 가장 좋은 정당이 존재감마저 없는 정당이 돼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진보정당 요체는 노동중심이다. 노동자들이 당을 만들었거나 노동자들이 당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영국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등 유럽의 진보정당이 그러하다.

진보당 집행부에 물어보니 "8만 당원의 70%가 노동자들이고 그중 절대다수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진보당이 '노동자 정당'이고 튼튼한 뿌리를 내린 진보정당임을 말해준다. 거기다 진보당 당원들은 당에 대한 헌신과 열정으로 뭉쳐있다. (나는 진보당 당원들의 당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토대와 바탕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진보당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당의 사업기조와 활동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가슴 아프지만 지금 진보당은 '존재감이 없는 정당'이다. 당이 존재감 없는 국면으로 계속 치닫고 있는데도 그것을 돌파하는 치열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당이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더 큰 위기다.

진보당은 대선 국면에서 이전보다 더 배제돼 있다. 제도 언론은 진보당 대선 후보를 무시하고 거론조차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진보당 대선후보는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 진보당도 대선 후보를 내보내고 있으며 그 후보가 진보당 상임대표인 김재연 후보라는 걸 알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진보당이 처한 오늘의 상황을 "수구 보수세력의 통합진보당 죽이기 공작에서 비롯된 것"이며 "언론이 의도적으로 철저히 배제한 때문"이라며 수구세력과 언론 탓만으로 돌리고 있을 것인가.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심각하다.

진보당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진보당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나는 진보당이 이미 그 답을 찾고 있다고 본다. 진보정치란 무엇이겠는가. 나는 오랫동안 '서민들 밥 먹여주는 정치가 진보정치'라고 시민들에게 설명해왔다.

'민생'은 어느 시대나 진보정당의 유효한 화두다. 요즘은 보수정당도 '민생'을 외치고 있는데 '민생'의 참뜻을 알고 나면 참다운 민생은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진보당에겐 하나도 민생, 둘도 민생 셋도 민생이다. 오직 민생의 길로만 달려가야 한다.

그런다고 해서 당장 진보당에게 붙어있는 '정파정당' 딱지가 떼어지지않을 것이다. 1년, 2년, 3년- 쉼 없이 꾸준히 걸어가면 '정파정당' 딱지가 날아가고 '민생정당'으로 불릴 것이다.

나는 진보당이 민주노동당 창당 준비작업과 창당 후 활동을 복기해보길 권한다. 진보당엔 97년 국민승리 21의 대선과 대선이 끝난 다음 바로 시작한 진보정당 건설 활동을 한 분들이 많이 있다.

97년 대선 이후 진보정당 건설 운동은 '실업자 운동'으로 시작됐다. 한국 사회 최초의 '실업자 운동'이었다. '있는 일자리 지키고, 없는 일자리 만들자'는 운동, '실업자에게 다시 일터로 돌아갈 때까지 실업수당을 지급하자'는 운동이 민주노동당 창당작업이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가 민주노동당의 브랜드가 된 것은 민주노동당이 창당서부터 오랫동안 편 결과였다. 민주노동당은 5년여 이상 한결같이 "모든 국민이 보육비, 교육비,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외쳤다. "무슨 잠꼬대냐", "허황된 꿈"이라고 비아냥대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보편화된 복지국가 건설 바람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만든 바람이다. 이제 진보당이 그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진보통합만이 살길이다

오늘의 이 땅에 진보정당이 있는가? 진보정치가 있는가?
대통령 선거판에서 진보정당이 보이는가? 진보정치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나는 오늘 심한 말을 하고자 한다. 아니 독한 마음으로 처음 말문을 연다.)

오늘의 이 땅에 진보정당은 없다. 노동자, 농민, 빈민이 주체로 서 있는 진정한 진보정당은 없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이 진보정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목소리가 진보정당의 목소리로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나는 민주노동당이 분열됐을 때부터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이 분당되어 <끼리끼리 이 당, 저 당>을 만들었을 때, 그때 진보정당은 죽었다.

<끼리끼리 만든 진보정당>이 '있으나 마나 한 정당'으로 돼버려 보수정당 민주당이 진보정당 노릇을 해도 가슴을 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가 경제민주화 복지 탈을 쓰고 대통령에 당선됐어도 가슴을 치는 진보정당은 없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0일 "육아, 보육, 교육을 완전히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진보정당은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보낸다.

촛불이 만든 문재인 정권이 촛불정신을 저버려 터져 나온 '정권교체 바람'을 수구 보수세력 국힘당이 받아 가고 있는데도 이를 누를 진보정당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당원들에게 보낸 <진보단결의 너른 들판으로 나서며>라는 편지글을 읽고 또 읽었다. 김재연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뇌가 그대로 와닿았다. 가슴 아팠다. 아픔을 넘어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진보당 지도부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모든 진보당 당원들의 진단일 게다. 그렇다. 분명 지금은 '진보정치의 위기'다. '진보정치가 힘을 갖지 못하니까', '진보정치의 힘이 약하다'보니 온 위기다.

진보당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떨쳐 일어났다. 진보단일화의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르치면 상처가 커질 수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진보정치를 외치는 사람들이 "진보통합, 진보단일 정당은 안된다"고 말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진정한 진보정치의 목소리가 아니다. 영혼이 없는 껍데기 진보주의자들의 말놀음이다.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노동자, 농민 민중들에 대한 배반이요 배신이다. 진보통합의 길은 현재의 모든 진보정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마음을 비우는 길이다.

"선택이란 하나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를 버리는 과정, 무엇을 얻을까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내려놓을까를 먼저 생각하자"는 김재연 대표의 다짐대로 모든 진보정치인들이 실천하길 바란다.

 

우리는 대전환의 시대에 서있다

코로나-19 위기,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오는 대량실업 불안의 3중 위기에 처해 있다. 일찍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위기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정치로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코로나-19 위기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바람을 일으켜 불평등 세상을 더욱 강화시켜온 한국 보수 정당은 결코 시대정신을 담을 수 없다. 오히려 갈아엎어야 할 세상을 더욱 두텁게 만들뿐이다.

새 판짜기가 새로운 세상 만들기다. 한국밖에서는 새 세상 만들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코로나-19는 새로운 세상을 부르고 있다"면서 "그 세상은 새로운 공산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300년의 불평등 구조를 파헤친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케티는 "새로운 사회주의가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는 어느 나라보다 '진정한 진보 정당'이 요구되고 있다. 대전환기, 대위기의 시대의 부름이다.

진보단일화의 깃발을 치켜든 진보당이 시대의 부름에 따라 그 길을 과감히 걸어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글을 쓰면서 "이건 '라떼' 이야기가 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그걸 감수하고 외치고 또 외쳤다.)

권영길 webmaster@neom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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