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지난해 말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와 결별한 것은, 국내 1루수 자원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재일은 지난 2년간 1루수로 뛰며 연이어 3할 타율에 홈런을 각각 27개와 26개를 때렸다. 두산은 오재일과 비교해 앞서 있는 부문이 눈에 띄지 않는 에반스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새 외국인타자로 영입한 지미 파레디스는 당초 내외야를 고루 볼 수 있는 선수로 경우에 따라 1루수 투입이 가능한 자원이기도 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지난 봄만 해도 걱정 없던 포지션이던 1루수 문제로, 새로운 고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산은 지난 4일 오재일을 1군 엔트리에서 뺐다. 옆구리 부상으로 출전이 불규칙했던 터에 타격감도 도무지 살아나지 않았다. 오재일은 타율 2할2푼(177타수 39안타) 9홈런 35타점으로 정확도가 뚝 떨어진 성적을 냈다. 앞서 파레디스까지 결국 퇴출된 터에 두산은 당분간 1루수 편성을 새롭게 해야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일단 1루수 자원이 그다지 풍족하지 않다. 또 다른 1루수 요원인 김민혁이 1군에 올라오고 며칠만인 지난 주말 2군으로 내려간 터에 현재 1군 엔트리에는 전문 1루수는 없는 형편이다. 두산은 지난 3일 광주 KIA전에서는 지난해 한화에서 영입한 신성현을 1루수로 썼다. 신성현은 원래 3루수이지만 1루수로도 뛰고 있다. 최근에는 2루수 또는 3루수 요원인 최주환이 1루수로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내야 멀티 자원인 류지혁 또한 1루수로 출전이 가능하다.

1루는, 올시즌 순항하는 두산에는 ‘긴급 정비구역’이 되고도 있다.

오재일의 슬럼프가 조금 더 길어질 여지를 두고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새 외국인타자 역시 1루수로 출전 가능한 인물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자원이라면, 외야 자원보다는 공격력에 무게를 두고 영입 작업을 펼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두산은 대체 외국인타자 영입 조건의 우선 조건을 타력에 두고 있다.

두산은 새 시즌을 시작하며 민병헌이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로 떠난 뒤 생긴 우익수 자리 정도만 숙제로 여겼다. 우익수 자리는 정진호 조수행 등 국내 선수들이 어느 정도 해결해나가고 있다. 두산에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