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리더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기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조직을 잘 이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 캡틴 오재원(33)은 ‘만점짜리 리더’다.

오재원은 지난 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8번 2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의 활약을 펼쳐 7-4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은 시즌 54승째(26패)를 챙겨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날 두산은 2-2로 맞선 6회 대거 3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오재원의 방망이가 한 건 했다. 두산은 6회 무사 1, 3루에서 이우성의 중전 1타점 적시타로 팽팽하던 균형을 깨뜨렸다. 오재원은 이어진 1, 2루 찬스에서 1루수 오른쪽을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사실상 승기를 잡은 귀중한 안타였다. 두산은 계속된 1, 3루에서 신성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최근 오재원의 타격감이 뜨겁다. 최근 10경기 타격 성적은 타율 0.452(42타수 19안타) 12득점 4홈런 14타점이다. 10경기 중 멀티히트를 때린 기억이 무려 6차례다. 또 이날 2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한 오재원은 4경기 연속 멀티히트 행진을 이었다.

오재원은 지난해 김재호, 김재환에 이어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 주장완장을 찼다. 김태형 감독은 리더십을 인정, 다시 한번 캡틴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주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감독 및 코치진 간 가교는 물론 동료를 격려하고 다독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는 오재원에게 절치부심의 해였다. 지난해 127경기에서 타율 0.237(334타수 79안타) 7홈런 40타점 7도루를 올리는 데 그쳤다. 백업멤버였던 2009년 타율 0.230을 기록한 뒤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지난 오프시즌에는 미국 LA로 떠나 저스틴 터너의 개인 코치인 덕 레타 코치를 찾아 무너진 타격폼을 되찾기 위한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등 올해를 단단히 별렀다. 겨우내 노력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이날까지 시즌 타율은 0.333(267타수 89안타)에 이르고 8홈런 46타점으로 하위타선의 뇌관으로 손색이 없다. 이 페이스면 커리어하이 시즌인 2014년 성적(타율 0.318 5홈런 40타점 60득점)을 뛰어넘는다.

오재원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따뜻한 선행으로 주목받았다. 롯데 주장 이대호를 만나 최근 뇌종양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롯데 김상호의 치료 지원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오재원은 “마침 부산 경기도 있고, 모르는 선수도 아니라서 건의를 했다”며 “우리 선수들도 한결같이 참여를 해줬다. 같은 선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력과 리더십을 모두 갖춘 오재원은 ‘캡틴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각인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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