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오재일(두산)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까.

전반기를 압도적 1위로 마무리한 두산은 투타 전력이 가장 안정된 팀이다. 그러나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김재환과 양의지가 정상급 활약을 펼친 타선에선 오재일이 아픈 손가락이다. 팀 타율 1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지만, 오재일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시즌 출발은 6번 1루수였다. 그러나 극도의 부진 끝에 6월 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당시 타율이 0.220(177타수 39안타). 규정 타석을 채운 57명 중 타격 최하위였다. 1군 재등록이 가능한 최소 기간인 10일 뒤 돌아왔지만 19일 만인 7월 2일 또 한 번 1군에서 제외됐다. 타격감이 회복되지 않았다. 복귀 후 치른 15경기에선 타율이 0.190(42타수 8안타)으로 더 떨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다시 오재일을 1군에 올렸다.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모두 10일 뒤 1군 합류를 지시했다는 건 김 감독이 얼마나 신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군에서 장기간 조정 기간을 갖는 것보다 심리적 안정이 우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산은 오재일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무려 7명의 선수가 1루를 돌아가면서 맡았다. 붙박이가 없었다. 전반기 막판엔 지미 파레디스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된 스캇 반슬라이크가 1루를 지켰다. 그러나 김 감독의 구상엔 '1루수 오재일-우익수 반슬라이크'가 우선이다. 오재일이 컨디션을 회복해 이전처럼 1루를 지켜줘야 다른 포지션에서 좀 더 유연한 기용이 가능해진다. 류지혁이나 오재원보다 일발 장타를 갖춘 오재일이 1루수로 나서야 상대가 받는 압박감도 높아진다. 수비도 안정적이다.

오재일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건 중요하다. 지난해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0, 26홈런, 89타점을 기록한 오재일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600(15타수 9안타) 5홈런 12타점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이승엽(당시 삼성)이 1999년에 세운 플레이오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종전 4개)을 깨뜨릴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5경기 타율 0.316(19타수 6안타)로 맹활약했다.

김재환·양의지와 함께 두산의 중심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국내 선수다. 반슬라이크가 KBO리그에 안착하기 위해선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타석을 소화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플레이오프 그 이상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두산 입장에선 여러 가지 의미로 오재일이 살아나야 한다. 현재 기록 중인 타율 0.218(220타수 48안타), 득점권 타율 0.186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