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라인업에서 김재환이 빠졌다. 또 양의지가 빠졌다. 두 선수가 벤치에 앉아 경기 시작을 맞는 것이, 아예 없는 일이 아니지만 둘 모두 뛰지 못하는 경우은 거의 없는 일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1일 잠실 롯데전에서 허리 통증이 있는 김재환과 전반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양의지를 동시에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간 둘에게 동시에 휴식을 줄 이유가 있더라도, 실제 그렇게 하기 힘들었던 것은 중심타선에서의 둘 타자 비중 때문이었다. 붙박이 4번타자인 김재환이 빠질 때면 최근 4번 우선 ‘옵션’으로 양의지가 우선 대상이었다. 양의지는 포수로 뛰지 못하는 날에도 가급적 지명타자로 나설 만큼 타선에서 비중이 크다.

둘 없이 채워야할 4번 자리를 지킨 선수는 최주환이었다. 최주환은 2006년 두산 입단 뒤 지난해까지도 4번 타순에 7타석 나선 적이 있지만, 경기 양상 변하에 따른 교체 멤버로 출전한 것이다. 올시즌 첫 4번 타순으로 선발 출전한 것은 여러 모로 메시지를 준다,

사실, 김재환과 양의지 없는 라인업이라면 외국인타자 또는 좌타 거포 오재일이 대체 4번으로 나서는 게 두산의 기본 수순이었다. 실제 지난 몇년간 4번 공백이 생길 때면, 지난해까지 외국인타자로 뛴 닉 에반스 또는 오재일이 선택됐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 합류한 새 외국인타자 스캇 반슬라이크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데다 오재일도 아직은 지난 2년의 파괴력를 찾아가는 과정에 머무는 상태로, 두산 벤치는 올시즌 타선의 ‘히트 상품’ 최주환에게 시선을 맞췄다.

최주환은 이에 바로 응답했다. 마치 살짝 체격이 작은 김재환으로 변신한듯 4번타자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했다. 2-2이던 5회말 무사 1·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결승타점을 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최주환은 올해 개인과 팀 모두에 큰 변화를 몰고온 시즌이기도 하다. 11일 현재 타율 3할2푼7리(394타수 129안타) 19홈런 82타점으로 올리며 공격 각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뚫고 나가고 있다. 그 여세로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두산 대표로 출전하는 등 다채로운 경험도 하고 있는 최주환은 팀 타선의 두께도 새롭게 했다. 두산이 올해 외국인타자의 존재감이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시즌을 보내면서 각종 팀타격 기록에서 리드를 끌어간 것도 최주환이 지명타자와 내야 곳곳을 돌아다니며 ‘용병급 타격’을 해준 덕분이었다. 

두산은 최주환이 4번으로 나선 롯데전도 5-2로 승리했다. 상대 팀의 에이스급인 펠릭스 듀브론트를 선발로 맞아서도 장단 12안타를 터뜨릴 만큼 타선의 답답함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