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에는 “스크린골프 시설 아닌 창고” 해명
공사비 논란에 “경호처 예산 1억3천만원으로 지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한겨레에 논란이 된 관저 건물 내부에 ‘스크린 골프 시설 설치를 검토했다’는 답변을 최근 경호처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경호처의 답변은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애초 해명과 다르다. 앞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의 건물이 “스크린 골프 시설이 아닌 창고”라고 말한 바 있다. 경호처는 윤 의원에게 ‘골프 연습장 설치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건물만 짓고 시설은 들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건물의 현재 용도와 관련해 ‘완공 후 줄곧 경호인력 대기 및 사무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경호처의 설명이라고 한다. 경호처 설명이 맞다면 위증 논란에도 굳이 국감에서 “창고”라고 증언할 이유가 없다. 공사비 출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자 일단 경호처 예산으로 해명한 뒤, 전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호시설로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골프 시설이 사후에 철거됐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경호처는 관저 이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이 건물의 공사계약을 1억3천만원에 체결했으며 8월쯤 완공했다고 윤 의원실에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관저 이전 공사 감사 결과에는 나오지 않는다. 당시 감사원은 관저 공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비서실·경호처 자체 예산 사업까지 모두 감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가 계약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 윤건영 의원실은 이 건물의 준공 신고는 물론, 부동산 등기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경호처로부터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공사비를 경호처 예산에서 가져와 충당했다는 경호처 해명은 새로운 의혹을 키운다. 뇌물 사건 경험이 많은 법조인은 “계약서를 나중에 조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경호처가 공사 발주처가 되면서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9월 국정감사 당시 스크린 골프 시설 건물 설계도면이 담긴 현대건설 담당자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이 기초공사 때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변에) 나무를 심어 은폐’하라는 등의 작업 지시를 직접 했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