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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파워' 사우디, 2034년 월드컵단독개최...인권 단체·유럽 반발모바일에서 작성

긷갤러(211.231) 2024.12.11 18:05:45
조회 51 추천 0 댓글 0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FIFA는 12일(한국시간) 화상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개최를 승인할 예정이지만, 인권단체들의 반발과 유럽 축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48개 참가국 규모의 월드컵을 단일 국가에서 처음 개최하게 된다"며 사우디 개최 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2026년엔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 2030년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공동 개최하지만 2034년엔 사우디가 단독 개최다.

개최지 선정 과정부터 논란이다. FIFA가 입찰 기간을 25일로 제한하면서 실질적인 경쟁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가 입찰을 포기하고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를 선언하면서 단독 입찰로 이어졌다. FIFA 회원국 210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투표는 개별 투표 없이 만장일치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노르웨이 축구협회는 이 같은 절차에 반발해 기권을 선언했으나, 독일 축구협회가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실질적인 반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유럽 축구계와의 일정 충돌이다. ESPN은 "중동 지역의 혹서를 피해 10월에서 4월 사이 개최가 불가피한데, 이 경우 48개국이 참가하는 104경기로 인해 유럽 리그가 최대 7주간 중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은 최대 49일간 소속 클럽을 떠나야 할 전망이다. 유럽축구선수노조(FIFPRO)와 유럽리그연합은 이미 지난 10월 FIFA의 국제경기일정 통제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네덜란드에서 시위를 벌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FIFA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강력한 노동자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인권 위험도를 '중간'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인권단체들은 이를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인권은 뒷전인 FIFA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에 9만2000석 규모의 킹 살만 국제경기장을 포함해 11개의 경기장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 건설되지 않은 미래도시 네옴에 지상 350m 높이의 경기장도 포함됐다. FIFA의 실사단은 지난 10월 개최 도시와 시설을 점검한 뒤 5점 만점에 4.2점이라는 역대 최고 평가를 내렸다.

이번 월드컵 유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16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사회·문화적 다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덴마크 스포츠윤리연구소(PTG)는 '세계 스포츠를 장악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보고서에서 "사우디가 최근 2년간 910건의 스포츠 후원 계약을 체결하며 스포츠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축구 관련이 194건(21.3%)으로 가장 많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등 세계적 스타들을 영입하며 자국 리그의 위상을 높였고, 2021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다.

특히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 4월 FIFA와 연간 1억 달러(1400억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아람코는 2026년 남자 월드컵과 2028년 여자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가 됐다. 사우디 축구협회도 48개국 축구협회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돈'의 힘으로 축구계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끝에 마침내 월드컵 단독 개최까지 이른 셈이다.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댄 플럼리 셰필드할람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와 정치의 완전한 분리를 바라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유토피아'를 바라는 것"이라며 "권력과 영향력, 자금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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