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친구,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이름

"분명 존재했어. 그런데 왜 아무도 기억 못 하는 거지?"

지수는 화면을 노려보았다.

교실 한쪽에서 그녀와 준호는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검색 기록이 하나도 없어."

"말도 안 돼. 분명 서연이랑 매일 같이 등교했잖아!"

그 순간, 준호가 손을 떨며 중얼거렸다.

"잠깐… 서연? 그게 누구야?"

지수는 숨이 멎었다.

"뭐?"

"네가 방금 말한 사람, 전혀 기억이 안 나."

마지막 단서, 사라지기 전에

집에 돌아온 지수는 옷장 밑에서 낡은 수첩을 발견했다.

수첩을 펼치자 글씨가 잔뜩 적혀 있었다.

"나를 잊지 마."

"시간이 없어."

"곧 너도 나를 잊게 될 거야."

지수의 손이 떨렸다.

갑자기 창문이 덜컹거렸다.

마치 누군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이걸 보고 있다."

그녀는 황급히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순간 수첩의 글씨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던 것처럼.

"안 돼…!"

진실을 아는 또 다른 존재

깊은 밤, 한 여성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벽에 붙어 있는 실종 전단을 손으로 짚으며 중얼거렸다.

"이 아이를 아세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깊이 한숨을 쉬고, 작은 USB를 꺼내 노트북에 꽂았다.

거기엔 사라진 아이들의 목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록에는 '지수'라는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뭐야…? 이 아이는 아직 실종되지 않았는데?"

남겨진 유일한 기억, 그리고 반전

지수는 시장 거리에서 전단을 들고 서 있었다.

"혹시 이 아이 본 적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누구…?"

지수는 전단을 확인했다.

사진 속 얼굴이… 사라지고 있었다.

"안 돼!"

그 순간,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야, 도망쳐."

지수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었다.

그녀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네가 왜…!"

서연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이제 이해했어. 실종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이 세상이야."

"뭐?"

서연은 지수를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이 세계 자체가 사라지고 있어! 우리는 존재했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지워지고 있는’ 거야!"

그 순간, 주변의 사람들, 거리, 간판…

모든 것이 픽셀처럼 부서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